[박상섭 월요 시론] 99% 대 1%

2012.04.23 00:00:00

월요시론
박상섭 <본지 집필위원>


99% 대 1%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을 끌어내는 방법은 다수의 사람들의 이해와 직결된 이슈를 먼저 찾아내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이슈는 단순하고 선정적인 구호로 효과적으로 대변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해 9월경 미국의 반(反) 월가 시위대가 외쳤던 “우리는 99%다”라는 문구는 그런 원칙에 매우 충실했다고 할 수 있다. 나빠진 미국의 경제상황과 이로 인해 그들이 느끼는 좌절감, 그리고 부유한 1%를 위해 나머지 99%의 서민들이 이용당한다는 젊은이들의 피해의식이 “99%다”라는 한마디 말로 강하게 표현될 수 있었던 것이다.


세계 어디에서든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또 분명히 미래에도 “99% 대 1%”는 소위 먹히는 구호이고, 아이러니하게도 서민들을 현혹하기 딱 좋은 수단으로 이용되곤 한다. “당신은 1%의 가진 자이고, 나는 99%에 속하는 서민이다.”  “99%의 서민을 위한 것이다.” 이런 말 자체에서 이미 당위성은 확보되어 버린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따져봐야 한다는데 있다.


얼마 전 필자는 일간지를 보다가 어느 네트워크치과라는 곳의 전면광고들을 지면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99% 서민표로 당선, 1% 부자 배불리기 법” “국민 건강” “초심으로 노인 치아 복지” 등등의 문구를 보면서 필자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억울합니다”라는 문구를 봤을 때는 실소가 터지고 말았다.


그럼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해 보자. 의료법 개정으로 인해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올 것이 두려워 수천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는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내는 해당 네트워크의 수장들은 과연 99%인가 아니면 1%인가? 수십개 혹은 수백개의 의원을 혼자서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치과의사의 99%를 대변하는 사람들일까? 발암물질을 사용하고 오로지 금전적인 이익만 추구하며 어르신들을 현혹하는 것이 서민을 위한 것일까?


우선 필자 주위에 있는 99%의 치과의사들은 자신의 의견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일간지를 빌리지 않는다. 성실하고 양심적으로 치료하면 언젠가는 알아주고 환자들에게 인정받을 거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진료에 임하고 있는 진짜 서민형 치과의사들이다. 광고를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후원하는 그들이 바로 1%에 속하는 특권층이다.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것은 그런 특권층이 대개는 서민을 위한다는 그럴 듯한 말로 자신들을 포장한다는 데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19대 총선 열기로 온 나라가 뜨겁다. 곧 승패의 명암이 엇갈리고 각 정당에서는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어쩌고…”로 시작되는 상투적인 성명을 다음날 발표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국회의원은 분명히 대한민국에서 1%의 1%에 속하는 특권층이다. 그런데도 그런 특권층을 뽑는 선거 시즌에 필자는 “서민을 위한” “99%를 위한”과 같은 문구로 치장된 무수한 홍보벽보와 플랭카드 사이를 매일 지나다니고 있다. 그 말들이 진심이기를 바라면서도 짧은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또 속았어”라는 후회 아닌 후회를 4년 후에 할 확률이 99%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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