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임 월요 시론] 의료가 상품인가?

2012.04.30 00:00:00

월요시론
박인임 <본지 집필위원>


의료가 상품인가?


겨우내 기지개를 펴고자 준비했던 꽃들이 만개했다.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신비스럽다. 우리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우린 사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정말 복된 나라에 살고 있다. 


감사함과 행복감이 넘쳐야 할 때 사람들의 마음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걸까? 가끔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을 보면서 웃기도 한다. 하지만 씁쓸하기도 하다. 스스로  결정하면 책임을 져야 하므로 책임지기 싫고 생각하기 싫어 하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 같아서이다. 자기의 의견이 없고, 누군가 얘기하면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믿어버린다. 그로 인해 상처받을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려 고도 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도 감각적이 되어간다. ‘언젠가는 알아 주겠지, 나의 진심을’ 하면서 참고 인내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치과경영이 힘들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동네 치과들도 힘겹다. 특히 젊은 치의들은 더욱 어렵다.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도 친근함과 감사함보다는 무언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따지려고 한다.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으며 사는 모습이 똑똑 하게 잘 사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한국인의 가장 멋진 모습인 인간적인 ‘정’의 모습은 서서히 사라지는 듯 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1980년대 방만한 복지정책으로 정부의 재정이 어렵게 되자 ‘경쟁원리에 의한 효율화’를 부르짖으며 나온 것이 시장원리주의와 신자유주의이다. 시장에 맡기면 가격도 떨어지고 질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 때부터 정부기업을 민영에 위탁하거나 민영화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인 경향이 의료에도 들어왔다. 의료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확보 하기 위해 경쟁과 시장논리를 추구한다. 시장논리란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가져가야 하니 전략적으로 특정 고수익 부문의 치료만을 선호하고, 다른 치료들은 그저 부가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의료가 시장논리에 맡겨야 하는 과열 경쟁의 부문인가? 우리가 치료 하는 치료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처럼 만들어낼 수 있는 상품인가? 이러한 고민이 없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과도한 경쟁과 효율이란 논리에 빠져버렸다. 그러다 보니 의료인의 윤리의식도 동료의식도 희박해진 것이다.


그래서 치과의사라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치료인 스케일링이 ‘0원’이란 논리가 나온 것이다. ‘임플랜트만이 살길이다’라는 잘못된 논리로 경영을 하다보니 과잉경쟁이 되어버렸다. 가격은 떨어졌을지 모르지만 질은 보장할 수 없다. ‘싼게 비지떡’이란 말은 사실이다. 블루오션이라 했던 임플랜트가 30년도 되지 않아 치과의사들을 힘들게 하는 레드오션이 되어 버렸다. 마케팅과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을 총동원해 전단지를 뿌린다. 환자들을 유인한다. 자기만 살겠다는 것이다. ‘함께’라는 공동체 의식은 찾아 볼 수 없다.


의료개혁을 하겠다며 특구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한정된 영역에 꼭 필요한 부분에만 도입했다. 개원의들이 할 수 없는 영역, 오히려 병원에서 의뢰를 받아 치료를 할 수 있는 ‘주식회사 병원’의 형태를 띠고 있다. 반면 우리는 잘못된 불법네트 워크 병원들의 행태로 인해 고민도 해 보기 전에 모두들 경쟁 속에 휘말려 있다.


멍들고 지친 회원들, 조용히 땀흘리며 진실하게 치료에 임하는 대부분의 개원의들을 위해 협회에 부탁하고 싶다. 가능한 빨리 경쟁이 도입돼야 할 곳과 그렇지 않을 곳을 구분짓자. 일본처럼 일반적인 치료가 아니라 희귀병이나 난치병 등, 치료를 하기 위해 많은 연구비가 필요하고 일반개원의들이 할 수 없는 영역에만 영리병원의 논리를 넣든지, 아니면 한국의 의료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으니, 적극적으로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길들을 모색해 의료인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 이러한 것들을 할 수 있도록 협회는 적극적인 연구를 하여 이에 대한 홍보와 정책을 펴도록 끊임없이 발언을 해야 할 것이며, 지역에 기반을 둔 의료인들은 정성과 마음을 다해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치료하자. 병원경영에 돈의 논리와 과열 경쟁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가 노력하며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쌓자. 우리 스스로 의료인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행동은 자제하도록 하자.
생명을 다루는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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