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호 월요 시론] 공정위 압박에 어떻게 할 것인가

2012.07.30 00:00:00

월요시론
박용호 <본지 집필위원>


공정위 압박에 어떻게 할 것인가


20여 년 전 미국에 단기 연수로 처음 갔을 때였다. 잠시 시간을 틈내 LA한인 타운가를 들러 보았는데, 치과의 할인 광고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개원기념으로, 확장 이전으로 20% 디스카운트 세일” 하는 식이었다. 우리의 일부 치과에서 음성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여기도 예외는 아니구나 하는 자괴감이 일었다. 법치주의가 엄격한 미국에서 백주대로상의 광고가 놀라웠다. 의료광고가 허용 안된 우리가 다행이며 이런 것은 수입해서 안되겠구나 여겨졌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다지만 한국사회는 좋게 말하면 역동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이전투구(泥田鬪狗) 판이다. 자고 일어나면 기상천외한 일들이 뻥뻥 터진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욕하는 서기호 판사가 출몰하고, 진보당 사태로 어지러웠고, 미래 저축은행 회장이 어선으로 해외 도피 하다가 붙잡히는 일이 생겼다. 치과계에선 공정위로부터 5억 과징금이 부과되는 날벼락을 맞았다. UD측의 제소로 협회가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지만 치과인들은 그런 내막이 진행되는 줄은 꿈에도 몰랐고, 설령 그렇다 쳐도 오히려 UD측에 공정한 철퇴를 내릴 줄 확신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요즘 잔뜩 힘이 들어가고 신이 나있다. 거의 매일 매스컴을 타고 뉴스를 장식한다. 전두환 대통령 때의 국보위 뉴스를 방불케 한다. 삼성, 대한항공, 건설회사 등에 어마어마한 과징금을 부여하는가 하면, 구글 코리아, 필립스 같은 다국적 회사도 터치해서 애국심을 발휘한다. 치킨점, 빵집 프랜차이즈 점도 개점 거리제한을 규정해서 서민까지 달래고 있는 점은 박수를 받을 만 하다. 일반인에게는 존재감 조차도 미미하고 의료계와는 조우할 이슈와 건덕지 조차 없을 것 같았던 공정위가 준사법기관으로서 의료를 ‘거래’ 개념으로만 파악한 것은 천박한 경영적 사고의 한계를 보여준다.


공정위 실무자의 거시 경제적 논리와 경제지식에 치의는 터럭 끝도 못 쫓아 가겠지만, “이번 시정조치로 소비자에게 이득이 돌아갈 것”이란 주장은 국가기관으로서 참으로 순진하고 유치한 발상이다. 소비자들이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반값, 과잉, 저질, 불법진료에 속고 그 엄청난 이득은 오히려 UD측이 취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믿지 못하는가? 그래도 여지를 남겨두며 이번 발표가 “의료법과는 별개”라며 살짝 빠져 나갔는데, 의료는 공공재 성격이라 의료법이 우선이지 공정위가 관여할 사안은 아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도 가만히 있는데 인척도 아닌 사람이 나서서 내 제사상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격이다,


치의 협회가 꼭 치의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단체는 아니다. 적어도 10년 이상 공부한 양심적 치의들이 복지부의 정책 파트너로서 치과의료에 관한 한은 국민들의 이익도 책임지는 기관이니, 진정 국민들을 위한다면 협회의 재심 청구를 숙고하길 바란다.


협회는 처음에는 공정위에 대규모 시위 등을 통한 강경대응을 계획하다가 갑자기 급선회해서 “공정위는 우리의 상대가 아니므로… 냉정히 대처한다”면서 잠잠해 졌다. 대단한 착각이고 심각한 ‘전이현상’이다. 5억이란 막대한 과징금을 맞고도 우리 상대가 아니라니, 아까운 혈세를 얼마를 더 맞아야 우리 상대라고 하겠는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힘 센 자에게 영문도 모르고 따귀를 얻어 맞고는 우리 동네 사람은 아니라며 그래도 다행이라고, 식구들끼리 합심해서 대항은 못하고 간 뒤에야 부지깽이 들고 동네 형님들한테 이르기만 한 격이다.


협회는 그 중요한 용단을 내릴 시점이다. 모든 사안이 때가 있지, 눈치를 보고 정치적 다른 사안을 너무 고려하다 보면 물 건너가고 흐려진다. UD와의 전쟁 초기에는 영리화 저지에 앞장서겠다는 공익광고로 기선을 잡았지만 후속타에는 너무나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의사협회가 이미 포괄수가제 문제와 의사노조 결성으로 여론을 자극하고, 기공사협회도 틀니보험 기공료 문제로 시위를 한 만큼 이제는 여론 형성에 너무 늦었다. 8월 개정 의료법을 시행하기 전에 강경대응을 했어야 복지부에도 우리의 의사가 간접적으로라도 전달이 될 터인데, 그냥 넘기고 말았으니 복지부도, 여론도 협회를 우습게 볼 것이다.


억울하고 참담하지만 공정위의 시류(時流)에 따른 진보적 판단을 국민으로서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공선과 정의에 부합되지 않는 의료법 위반은 좌시하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의 전문이고 우리의 소관이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공정위의 그 부당한 판정이 국민 구강보건에 미치는 심각한 위해를 전문가로서 철저히 경고하고 번복 취소 하도록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의료법 수호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분연히 일어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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