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철 월요 시론] 자전거 타기로 건강하고 장수하는 사람의 대열에 (상)

2012.08.13 00:00:00

월요 시론
강병철<본지 집필위원>


자전거 타기로 건강하고 장수하는 사람의 대열에 (상)


최근 몇 년 사이에 자전거를 타는 어른, 아이, 젊은이 숫자가 현저하게 늘었다.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고 색깔도 다양한 수많은 자전거들이 어딘가를 향해 가는 모습을 어디에서나 자주 보게 된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부터 달리기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더니, 몇 년 전부터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현재도 그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TV, 인터넷을 통해 4대강과 하천마다 자전거 길이 많이 생겼고 자전거 길을  지났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인증센터도 생겼다. 당연히 건강에 좋겠지만 그래도 뭐가 좋아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고 많아지는지… 이유가 있겠지요?


차를 타고, 기차를 타고 멀리 강변을 바라보노라면 저 멀리 잔잔히 물결치는 강물과 파아란 풀과 나무가 자라는, 가을이면 바람에 흰 꽃술을 날리는 갈대가 뒤덮인 강둑이 펼쳐져 있고, 때로 강과 절벽을 배경으로 나는 새도 보이고, 저 멀리 배경이 되는 우리의 산과 들도 함께 볼 수 있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서 저 아래 흐르는 강과 가장자리 모래사장이나 크고 작은 풀밭, 나무 등을 보고 강물 속에 노니는 고기들도 상상해 본다. 이렇게 차를 타고 달리면서 자연과 풍경을 볼 때는 주로 눈(시각)으로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보고 느낀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가면 좀 더 낮은 시각으로 더 가까이에서 강을 바라보며 강변의 자연 속을 뚫고 지나가게 된다. 풀, 모래, 나무, 자갈, 뚝, 사람들, 더러운 물, 깨끗한 물, 불쾌한 냄새, 향기로운 꽃향기, 상큼한 풀내음, 아름다운 꽃, 떨어지는 꽃잎, 잠자리, 갖가지 곤충 등을 보고 여러 냄새와 향기를 느껴본다. 긴 다리를 가진 백로들이 물가에서 고기를 잡느라 걷거나 서서 기다리는 모습, 하구와 가까운 강에서는 갈매기도 보고 수많은 오리 때의 비상이나 물위에 한가롭게 떠있는 다양한 크기의 오리 종류를 만난다. 때로는 하루살이, 각다귀가 얼굴에 부딪치고, 입에도 들어간다.  앞 자전거 바퀴에서 튀어 오른 모래가 선글라스에 튕기는 경우도 있다. 봄, 여름, 가을 달리면서 생기는 바람에 시원함을 느끼고, 겨울에는 매서운 바람이 얼굴로 목으로 발목으로 스며들고, 땀에 흠뻑 젖은 옷을 잠시 식혀주고 다시 오한을 느끼게도 해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고, 하루에도 시시각각 주위 환경과 우리 몸의 반응이 변화한다.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바람을 가르며 위대한 대자연을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다.


물론 걷노라면 우리 눈, 귀, 피부, 코로 자연을 더욱더 세밀하게 음미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느림의 미학이다. 그러나 4킬로만 걸어도 힘든 사람이 많고 10킬로 이상을 걸으면 지치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힘이 들다보면 자연을 음미하고 즐긴다는 생각보다 힘들고 다리 아파서 어서 바삐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몸이 힘들면 대자연을 오감으로 느끼고 인생을 음미한다는 생각은 이미 멀리 가버린다. 자전거는 초보자라도 시속 15~20km 정도로 달릴 수 있으므로 어느 곳을 가더라도 자연을 만끽하며 편안하게 둘러 볼 수 있고, 잘 타게 되면 먼 거리도 쉽게 다녀올 수 있다.


기차, 자동차, 비행기는 걷고 달리는 다리의 기능을 확장해 먼 곳을 빨리 오갈 수 있게 해주고 TV, 망원경 등은  먼 곳을 볼 수 있게 해줘 눈의 기능을 늘려주었고, 기계화된 장치, 로봇 팔, 포크레인 등은 팔의 기능을 무한대로 늘려주었고, 모바일 폰은 지구 반대편까지 우리의 목소리가 전달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하여 입과 귀 등의 능력을 거침없이 확장해 주었다. 그러나 다리의 기능을 확장해준 자동차만을 생각해도 쇠로 만든 통속에서 밖으로 뚫린 창을 통해 보면서 손과 발을 조금씩만 움직이면 원하는 곳으로 이동을 가능하게 해준다. 내 다리로 내 에너지를 쓰며 가고 오는 것과는 다르다. 즉 몸이 개운하고 건강해 지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다리에 힘이 없어지고, 머리가 개운하지 않고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한다.


정보 통신 수단의 발달은 좁은 공간에서 전화나 인터넷으로 입는 것, 먹는 것, 쓰는 도구, 바르는 것 등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육신을 직접 움직이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어 몸의 여러 기능이 무한대로 확장된 것이라고 좋아한다. 심리적으로도 넓은 세상을 살고 있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 떨어져서 나의, 우리의 이런 모습을 보면 좁은 컴퓨터 책상 앞에서 또는 그 조그만 스마트폰을 보면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왜 그 좁디좁은 화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화면 속에서 보내며 초라하게 살고 있는 것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 치과의사들의 일생은 치과의원이나 병원, 그 중에서도 자신의 유니트체어에 바짝 붙어서 물리적 행동반경이 아주 좁은 치과 안을 움직이며 아침저녁으로는 착실하게 집과 치과 사이를 오가며 삶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므로 내 집, 내 클리닉을 벗어나고, 유리 달린 철제 케이스 운전에서 벗어나 자전거 바퀴를 내 몸의 힘으로 굴리며 근처 공원이나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과 그 지류를 따라서 흐르는 물처럼 몸과 마음을 먼 곳으로 이동해 보거나, 차가 없는 들판 길 또는 푸르게 벼가 자라는 평야 또는 가을철 누렇게 벼가 익는 들판의 농로사이를 달려보기를 추천한다. 힘이 더 생기면 시골길 또는 산길까지도 달려보자. 원시 우리 조상들이 채집하고 짐승을 쫓았을 때처럼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흥분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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