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임 월요 시론] 가을의 문턱에서

2012.09.17 00:00:00

월요 시론
박인임 <본지 집필위원>


가을의 문턱에서


무더운 여름이 가고 싱그런 가을이다. 가을하면 가지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감, 대추, 배, 사과가 떠오른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노랗게 익어 고개 숙인 벼도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푸르른 가을 하늘을 보며 엎드려 책을 맘껏 읽어 영혼을 살찌우고 싶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여유를 가지고 차를 마시며 수다도 떨고 싶다. 가을을 타나?


지난 여름 지독했던 더위와 싸우며 키웠던 자식 같은 곡식들을, 태풍으로 인해 수확하기 어렵게 된 농부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그런 아픔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인간관계에서 오는 실망감과 아픔으로 마음의 폭풍을 겪었다.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앞서니, 그렇게 행동한 지인에 대해 화가 났고, 마음을 닫고 벽을 쌓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의 행동에 대한 실망감이 거리를 두려고 하는 마음의 상태로 된 것이다. 평소에,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로 인해 힘들고 어려워하던 주변의 사람들에게,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자고 설득하면서 사람들간 관계회복을 잘 시킨다고 자부했던 나였는데, 막상 이러한 문제에 부딪히니 내 속에도 유치한 어린아이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그렇게 한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을 바꾸자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고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다.


우리는 인간관계나 직업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성취하기를 원한다. 타인으로부터 신뢰와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 존재감을 느끼길 원하며 그 안에서 성공을 꿈꾼다. 성공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각자의 입장과 더불어 상대방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라 했던가?


하지만 사람들은 지극히 자기 중심적이다. 자기의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생각하려 한다. 우리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도 그렇다. 자신들의 잘못을 희석시키기 위해 동료들을 마구잡이로 소송을 거는 행동을 하는 이들의 속내는 동료들을 지치게 만들려는 얄팍한 수작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돈만을 따라 생각하며 행동하는 물질우선가치관, 아니 자기만 살겠다고 하는 근시안적 사고방식에서 나온 행태가 우리 모두를 힘겹게 한다. 임플란트 치료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이 아니기에 덤핑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닌데, 그래서 저가공략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모두들 알면서도 더욱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듯해 마음이 안타깝다. 깊이 생각해 보면 의료인인 우리 자신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환자들을 돈으로 계산해, 환자들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의 가치도 무시하는 것인데 말이다.


이러한 문제상황이 발생한 것은 우리들에게 있어 윤리의식의 부족에서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여, 인간으로서의 성찰과 통찰력을 키워주는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서로 간의 이해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해 무언가 다른 대안이 있나 열심히 찾아본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일부 몰지각한 그들의 행태가 오히려 치과계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해 버리며 주변만 탓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일을 잘 하는 사람을 그 분야의 전문가라 한다. 전문가라면 사회에 책임감을 가지고 생활해야 한다. 가진 능력을 자기 만을 위해서가 아닌 남에게 베풀며 살아야 한다. 현재의 상태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후배들에게 미래의 꿈을 꿀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최근 100년의 역사가 있는 세계치과의사연맹(FDI)이 2013년의 개최지를 한국에서 터키로 일방적으로 바꿔놓고도 오히려 우리에게 잘못을 전가하려고 했다. 이에 대해 협회장 이하 치협 대표단이 이웃나라들과 협력하여 FDI회장의 정식적인 사과를 받아낸 것은 참 잘 한 일이다. 한국 치과계의 위상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FDI가 세계치과의사연맹답게 행동할 수 있도록 견제의 역할도 감당할 위치가 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정의를 세우려고 지도력을 발휘할 때, 우리는 소속된 공동체에 대해서 신뢰를 보내게 되고, 응원을 하게 된다. 우리 공동체가 정의롭고 아름다운 공동체, 행복한 공동체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배려하고, 자신의 이기심을 절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돈 때문에 이기적이 되지 말자. 돈이 세상에서 중요한 가치이기는 하지만, 돈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다. 인간의 행복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수단을 목적 삼으면, 결과적으로 비참한 인생이 된다. 행복한 인생은 인간을 생명으로서 귀히 여기며 존중할 때 찾아 온다.


가을의 문턱에서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는 성경의 말씀이 떠오른다. 마음에 두고 실천하고 싶지만, 무척이나 어렵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생에 대해 겸손해질 수 밖에 없게 되는 이유이다.


경제가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어렵지 않았던 때가 없었다. 그래도 지금껏 감사함으로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주변의 따뜻한 사람들의 존재 덕분이었다. 무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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