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임 월요시론] 브라우니, 물어!

2012.11.19 00:00:00

월요시론
박인임 <본지 집필위원>

 

브라우니, 물어!

 

‘브라우니’는 어느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개 인형의 이름이다. 거기에 나오는 ‘정여사’가족을 보고 있노라면 경쾌하고 밝은 웃음이 아니라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무엇인가 웃기기는 한데 마음 한켠에서는 웃을 수 없는 그런 마음이 된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마음으로 서비스를 하는 직원에게 정여사와 딸은 얼토당토 않은 요구를 하면서도 전혀 미안해 하거나 어색해 하지 않는다. 조금 너무하다 싶기는 한데, 그래도 우리 주변에 전혀 없지 않는 상황연출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니 필자도 어딘가에서 그런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눈살 찌푸리는 행동을 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그런데 왜 거기에 브라우니가 등장할까?


정여사 가족은 자신들의 요구가 어처구니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 싶다. 한편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그 가책의 눈길을 ‘브라우니’라고 하는 움직이지 않는 개 인형에게 전가시키고, 그가 자신들을 대신해서 양심의 가책을 가해오는 종업원에게 대항하게끔 “물어!”라고 시키는 것이 아닐까?


 자유스러운 듯 하면서도 부자유스럽고, 행복해야 할 것 같은데도 행복해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존경받아야 할 것 같은데도 존경받지 못한다. 권위를 인정받았던 것들도 이젠 존대받지 못한다.


이러한 시대에 의료인인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며,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 마음 속 깊은 곳엔 사람의 고통을 치유하고, 치료하는 것을 통하여 이웃사랑을 실천하려는 사명감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이러한 사명감을 ‘돈’이라고 하는 우상으로 바꾸어버린 것이 아닐까?


요즘 치료하다 보면 환자들에게서 “선생님 말씀대로 할께요”라는 말을 듣기가 어렵다. 이렇게 치료한 데에는 어떠한 근거가 있는지,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났는지 설명을 요구하며, 설명한 말에 대한 시시비비를 따진다. 인간미를 물씬 풍기며 치료했던 순간들이 언제였던가 생각하게 된다. 모르는 사이 긴장하며 환자들의 성향을 따지게 된다. 돈으로 인한 마음고생도 심하지만, 이것은 사람들로 인한 마음 고생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 시대의 환자들도 나름대로의 고통과 환난속에 직면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돈’ 우상에 자신의 양심을 숨겨버린 정여사 같은 환자들이 브라우니를 데리고 나타날 수 있다. 아니 환자뿐 아니라 동료라 믿었던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들을 힘들게 한다. 그들 옆에 있는 선량한 동료들이 수많은 국민들에게 ‘동색’으로 규정되어져서 신뢰를 회복하기가 힘들다. 환자들보다 더 힘들고 맥빠지게 하는 것이 동료란 탈을 쓴 불법네트워크들의 행태일 것이다.


아니 선량한 많은 환자들과 우리의 동료들을 힘든 눈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우리를 힘들게 한 소수의 환자들과 소수의 동료들로 인한 정신적인 외상(trauma)이 너무 커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게다. 여전히 따뜻한 마음을 가진 환자들이 많고, 서로 격려하며 도와주는 동료들이 많은데 말이다.


이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의료인으로서의 사명(mission)을 다시 한 번 기억하는 것이다. 안창호선생이 일제식민지의 참혹한 상황에서 탈출하는 길로서 학교를 세우고 인재를 키우기로 결단한 것 같이, 딜레마 같은 어려운 환경들을 다룰 때 필요한 인격과 품성, 그리고 공동체(dental community)로서의 최소한의 양심과 사명감을 가진 후배들을 길러내는데 기성의사들의 헌신과 투자, 그리고 협력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전문가 단체로서 사회에서 감당해야 할 본분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는 브라우니에게 물리지 않고, 정여사 가족의 양심을 일깨우는데 쓰임받지 않을까? 아니 물리더라도 떳떳하기에 할 말이 있는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고르디온의 풀리지 않는 매듭을 단칼에 베어버렸던 알렉산더의 결단력과 행동이 요구된다.


소속된 반회에서부터 그러한 자정작용과 동료의식이 불일 듯 일어나면 좋겠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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