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철 월요시론] 짧은 인생 여행에서

2012.12.31 00:00:00

월요시론
강병철<본지 집필위원>


짧은 인생 여행에서


앙상한 감나무 가지에 익어서 늘어지고 추위에 오그라진 마지막 감처럼 올해 마지막 31일이 달력 맨 끝에 달려 있다. 누구나 해마다 새해가 시작되면 많은 것을 계획하고 실천하려고 한다. 그리고는 연말에 한해를 돌이켜 보며 부족한 결과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났다는 생각, 어릴 때 보다, 학창 시절보다 시간이 점점 더 빨리 가는 것 같다고 한다.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짧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명제를 다시 기억해 본다.


우주 탄생 직후에 생겨난 지구의 역사를 45억년이라고 한다. 지구는 45억년을 살아왔고 과학자들은 태양의 수명이 100억년 이상이 될 것이므로 지구의 수명도 그 만큼 될 것이라고 한다. 지구 껍질 위에서 2백만년 전에 생겨난 우리 인간의 수명은 길어봤자 100년이다. 지구 나이를 4m 50cm 길이로 벽면에 표시하게 되면, 10억년은 1m, 1억년은 10cm, 천만년은 1cm, 백만년은 1mm, 100년은 만분의 1mm가 된다. 


지질학을 통해 수 없이 많은 식물과 동물이 지상에 나타났다가 사라졌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인간이 지상에 처음 출연한 것이 1백만년 또는 2백만년 전이라고 하는데, 지구 역사로 보면 인간은 1초전에 나타났고 앞으로 1초 이내에 멸종될 것이다.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거나, 지구를 여러 번 멸망시킬 수 있는 수많은 핵무기 그리고 인간의 면역력을 무력화할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서 더 가까운 미래에 우리 인간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올 한해에도 네트워크 치과의 국민을 위한다는 겉과 속이 다른 여러 사건이 있었다. 지난주 서울 지하철을 타고 보니 어느 치과의 임플랜트 88만원이라는 광고를 아직도 볼 수 있었다. 도저히 저렇게 할 수는 없을 터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임플랜트 환자는 구강검사, 방사선검사를 하고 치료를 계획한다. 그리고 인상채득하고 스터디 모델을 만든다. 모델위에 임플랜트가 심어질 적절한 부위에 적절한 각도로 금속핀이 심어지는 레진 스텐트를 제작해 환자 구강에 장착하고 치과용 CT를 촬영해 이식 부위 위에 있는 스텐트 핀을 기준으로 골의 폭과 해부학적 구조물을 고려한 적절한 임플랜트의 직경, 길이, 심는 위치, 심는 방향을 설계한다. 가끔 스텐트 핀의 위치와 각도를 수정해 다시 CT를 촬영하기도 하고, 스텐트를 임플랜트 수술용 가이드로 사용하기 위해 손질을 한다. 임플랜트 시술 후에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시 수술해 상부구조물을 만들게 되는데, 알지네이트로 인상을 떠서 개인 트레이를 만들고, 다시 실리콘 인상을 떠서 작업모형을 만든다. 작업모형에 임플랜트 레플리카를 넣고, 그 위에 지대주를 연결해 완성된 상부보철물을 만들게 된다. 그 후 교합도 조정하는 몇 차례의 과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일 년에 몇 번씩 와서 점검과 치주관리를 하게 한다. 시간, 재료, 인력이 많이 소요되는데 88만원에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잉진료와 같은 방법으로 뭔가 대체 수익을 올리지는 않을까?


어제 지방법원장 하시던 분께서 “법도 상식에 맞는 것이다”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 치료비라면 적당한 치료비일 것이다. 상식에 맞지 않는, 논리에 맞지 않는, 그럴듯한 말인데 조금 이상한 느낌은 들었지만 그 자리에서 반박할 수 없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 말은 이런 면에서 옳지 않구나 하는 것을 나중에 깨닫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다.


우주가 언제부터 있었는지,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시작은 어디이고 어디로 가는지, 우리는 이 시간의 어느 순간에 나타났다가 언제 내 시간을 끝내게 되는지…  시간의 열차에 한 역에서 올라 타고 한쪽 구석을 비집고 들어가 집을 짓고, 물건을 쌓아 놓고, 명성을 쌓고, 돈을 모아 놓지만 곧 그 시간의 열차에서 모든 것을 다 두고 내리게 되는데… 내릴 열차에 왜 집을 크게 짓고 이름을 굵게 새기고 더 많은 돈을 쌓아 놓으려고 할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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