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호 월요시론] 대통령 당선자 임플란트 보험공약 - 과연 사실이고 합당한 것인가?

2013.01.28 00:00:00

월요시론
박용호 <본지 집필위원>

 

대통령 당선자 임플란트 보험공약
과연 사실이고 합당한 것인가?

  

박근혜 당선인은 임플란트 시술을 2014년부터 65세 이상 어금니 부위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해 나간다고 한다. 인수위 관계자는 “임플란트 건보 지원 비율을 어떻게 할지 등의 구체적 계획은 연내에 수립 하겠다”고 했다. 박 당선인은 작년 10월 광주의 ‘빛고을 노인건강타운’을 방문한 자리에서 처음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대한노인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재차 언급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신의를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성격으로 보아 이것은 득표를 위한 괜한 공약(空約)만으로 보이지 않는 실제 상황이다.


지난 연말 내내 오가는 거리에서 임플란트 공약 현수막이 바람에 나부낄 때마다 그걸 대하는 치과의사들의 마음에는 스산한 바람이 일었다. 드디어 치의에겐 올 것이 온 것이고 포퓰리즘이 갈 데까지 갔다는 막막함 때문이었다. 일간지는 물론 재야의 ‘오마이뉴스’ 조차도 재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비현실적인 공약이라고 폄하했다. 로마의 ‘시저’가 마지막 순간에 음모자들의 칼끝을 펜대 하나로 막다가 “오~ 브루투스여, 너 마저~ ” 절규했다는데 치의들은 핸드피스 하나 잡고 온갖 보험의 칼끝을 피하다가 “오, 임플란트여 너마저~” 하는 심정이다.


‘부전여전’이라고 이번 공약은 박정희 대통령이 특별 금일봉으로 고향 선산을 비롯 무의촌에 치과 이동버스를 제작해 무료틀니를 제작해 주었다는 일화를 연상시킨다. 사실 경제민주화 같은 어렵고 애매한 공약보다는 국민에게 혜택 가능하고  친숙한 용어가 되버린 임플란트는 표심을 빼앗는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역시 서민의 삶에 공감력이 뛰어나고 “저녁이 있는 삶, 국민 행복시대 개막” 등의 담론에 걸맞는 당선인다운 맞춤공약이다. 그러나 치과의사라면 공약 그 문구만 보아도 치의학적 본질을 모르는 너무 급격하고 황당한 구상이기에 이것이 정말로 오리지널 박 당선인의 의지인지, 아니면 다만 득표를 위해 밑에서 건의한 정책인지 의구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박 당선인이 임플란트란 시술이 치의학에서 차지하는 ‘성격과 위상’을 조금이라도 알고, 예산을 고려한다면 이렇게 쉽게 현수막에 몇 글자 써 붙여 약속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는 유세전에 10개의 임플란트 수술을 직접 받아서 밤에 베겟머리까지 피를 흘리며 고생했다는데, 그 막대한 고통과 비용을 몸소 체험한 그도 임플란트 공약을 하지 않았다. 임플란트가 그리 만만하고 쉬운 것이라면 문재인 후보나 더구나 의사 출신인 안철수 후보나 놓칠 리가 없었을 것이다. 심평원에서도 임플란트 공약 발표후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그 다양한 경우의 수와 예산을 도저히 측량할 방도가 없어 덮었다는 뒷 얘기가 들린다. 당연한 귀결이다. 현재 진행 중인 75세 이상 완전틀니가 3000억대의 예산으로 하는데 임플란트는 이것의 10배가 될지 수십 배가 될지 그 특성상 예측이 불가능하다. 도저히 재정이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사실 치과계 내부에서도 보철 중에서 다른 보철은 빼고 임플란트 보철만 보험화 하자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불법 네트워크 치과들이 임플란트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 미운 나머지 분노와 객기심(客氣心)에서 그런거지, 임플란트가 전 국민에게 도움 줄 수 있을 정도로 필수적인 시술이라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 치의는 일시적인 환자와 수입의 창출 때문에 찬성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곧 치의나 환자나 저질시술과 모럴 해저드에 노출될 것이다. 또한 잇몸뼈가 부족하고 전신건강상 시술이 불가능한 환자는 역차별 논란에 빠질 것이다. 합리적인 치의라면 국방비까지 삭감해가며 복지예산을 늘려서 (선진국도 유래가 없는 공공보험으로) 임플란트를 보험화 하는 것은 당위성이 없음을 인정할 것이다. 명백한 적용 우선순위 착오다. 석유가 펑펑 나든지 GNP 4만불 시대에 해도 늦지 않다. 65세 이상은 다수 치아 결손이 일반적이라 지금 복지부와 협회에서 논의 중인 부분틀니 시술법으로 충분하고 이것이 더욱 안전하며 합당한 방법이다. 다만 한 단계 더 나간다면 합금 고정성 보철을 고려할 수는 있을 것이다.


임플란트 보험화를 반대하는 것은 결코 치과의사를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을 위함이다. 임플란트는 시술 자체가 고난이도고 시간이 오래 걸려 기피하는 치의도 많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필자도 어금니 여러 개가 결손 되었는데 후유증이 염려되어 불안해서  임플란트 수술을 안받고 부분틀니를 끼고 있다. 그러나 잘 먹고 잘 산다. 말 많고 탈 많은 임플란트, 보험화 되면 점점 하기 싫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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