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월요시론] 예술가이자 과학자인 치과의사(11)-우생마사와 호롱불 심지

2013.02.11 00:00:00

월요시론
정재영 <본지 집필위원>

 

예술가이자 과학자인 치과의사(11)
-우생마사와 호롱불 심지


요즘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글이 자주 나온다. 그 말은 홍수에 빠진 소는 헤엄치는 행동이 느려 살아나고, 말은 재빠르게 움직인 탓에 제풀에 힘이 부쳐 죽었다는 내용이다.


이번 전문의제도에 대한 임시대의원총회 안건은 치과계가 겪은 그동안의 어떤 현안보다 매우 강력한 파도였다. 그 결과에 따라 치과계의 오랜 전통과 문화가 한꺼번에 바꿔지며,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는 지각 변동이 생기는 중요한 안건이다. 이번 일은 치과계 역사 중 가장 큰 안건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이번 대의원 총회의 결론은 일 년을 기다려 보아야 판단할 일이지만 일단 서두르지 않아서 잘 한 일이다.


한 번 의심하면 모든 것을 불신의 눈으로 보게 된다. 전에 인정의제도로 몸살을 앓은 일이 있다. 그때도 해당학회는 누가 뭐라 해도 제 갈 길을 가고 말았다. 그 제도의 장단점의 여부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협회의 유약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는 그 일을 따지는 사람조차 없다. 학회의 인준과 취소가 협회 권한 사항인데도 협회의 결정은 아무런 힘을 가지지 못하고 저절로 사문화가 되었다.


가깝게는 전문의 실시를 위하여 소수정예 합의를 굳게 약속하고 금방 파기하는 것을 보고 그 불신은 점점 깊이를 더 해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무리한 방법으로 전문의제도를 개선하려 한다면 그 동안의 불신에 의해 반대에 부딪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전술에 의한 방법이 아닌 정직과 신뢰에 의탁하여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호롱불 시대를 산 사람은 잘 안다. 심지를 너무 키우면 검은 연기와 냄새가 나고, 짧은 경우는 그 빛이 희미하게 된다. 그 접점이 묘수다.


 어디 절대적으로 완벽하고 좋은 방법이 있겠는가. 만일 있었다면 아무려면 지금까지 질질 끌고 왔을까. 원래 완벽한 제도란 없다. 다만 가깝게 가고자 할 뿐이다. 그러나 어떤 제도든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이해 당사자에게 적절한 타협점의 중간단계를 거치게 하여 후유증을 극소화해야 한다. 대부분 이론적으로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겉과 달리 자기의 유익, 즉 속된 말로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게 되어 서로 타협점을 찾는 일이 매우 어렵게 된다.


더 고려 할 점은 또한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어떤 제도가 가장 좋은가를 연구해야 한다. 일부 이익을 위한 전문의제도를 두고 서로 무리수를 둔다면 많은 회원들의 반대와 국민들의 불만에 직면하게 될 것은 당연지사다. 반대로 치과의사들에게 최선의 정책이라고 주장한다고 해도 국가적인 정책과 달라 공익의 명분이 없다면 과연 정부가 정책적으로 무조건 지지해주겠는가.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다.


이제 남은 기간 동안 치과의사들에게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성공적인 제도를 위해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다양한 이해에 묶인 난제를 너무 서둘러서 만들게 되면 다양한 현실을 외면하게 되어 결국 실패가 틀림없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우생마사처럼 비록 느린 것 같지만 침착하게 대응하고, 호롱불 심지처럼 현실적인 선에서 접점을 찾아내야 할 것으로 본다. WHO의 치과 정의처럼 조화를 미의 극점으로 찾는 예술가의 정신과  냉철한 태도를 가지는 과학자의 지성적 태도를 가지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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