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섭 월요시론] 패키지 계약 이대로 좋은가?

2013.03.18 00:00:00

월요시론
박상섭 <본지 집필위원>

 

패키지 계약 이대로 좋은가?

  

병원에서 재료를 구입할 때 하게 되는 것이 패키지 계약이다. 아마도 어느 국내 임플란트 회사에서 패키지 계약을 본격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도입해 마케팅 수단으로 쓰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현재는 임플란트는 물론이고 인상재 및 레진과 같은 소모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사전에서 찾아보니 패키지란 “묶음으로 파는 상품”을 의미한다. 즉 물건이나 서비스를 낱개로 구매하지 않고 묶음으로 대량으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동종 업계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충성고객을 장기간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매출 루트를 확보하게 되고, 소비자는 계약액이 커지면 개당 단가 면에서 더 많은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어찌보면 패키지 계약이 분명 윈윈인 것은 맞다. 하지만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폐단 또한 많은 것이 패키지 계약이다.


첫째, 패키지 계약시 적용된다는 엄청난 할인율을 볼 때마다 도대체 소비자 가격의 의미는 무엇인지 의아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적정 가격에서 몇 배를 부풀려 소비자 가격을 매겨놓고 눈속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당연히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업체의 밀어내기식 실적 올리기의 방편으로 이용돼 영업사원들에게 과다한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또 과도한 할인율 적용으로 인해 가격이 고무줄처럼 상황마다 바뀌면, 결국 상호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시장자체가 혼탁해지기 마련이다. 이는 치과계에 비슷한 문제를 불러온다. 당장의 할인행사에 현혹되어 고액의 패키지 계약을 한 후에 재료가 소모되지 않으면 재고부담 때문에 나중에는 과잉진료의 수렁에 빠져 들고 최종적으로는 환자들에게 폐해가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셋째,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한 대응을 더디게 만든다. 치과라는 학문은 재료의 발달과 함께 간다. 임상 지식과 경험이 쌓이면서 진료의 스타일과 재료에 변화를 주고 싶은데 이미 계약한 패키지로 인해 변화를 주기 곤란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기존의 재료를 계속 써야만 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패키지에 매여서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한 두명이 아닌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외에도 계약과 관련해 병원과 회사 간의 이런저런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패키지 계약을 통해서만 물건을 공급하겠다며 고액의 계약을 부추기는 일부 업체들의 만용과 근시안적인 시각을 심히 우려한다. 그리고 늦게나마 적정 소비자 가격에 물건을 그때그때 주문받고 공급하겠다는 업체가 나오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고 싶은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욕구다. 이러한 우리들의 욕구가 적정 수준을 넘어 욕심에까지 이르렀고, 업체들은 패키지를 통해 이런 우리들의 약점을 파고 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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