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환영, 우린 하던 일 계속할 뿐”

2016.07.26 16:17:39

[대법원 판결 그 후] 구강악안면외과·일반 로컬 르포
태풍 뒤 고요함 “구강진료 더 완벽 기해야” 겸허한 의견도


“허허허, 뭐 크게 달라질 게 있나요. 우린 그저 하던 일을 계속 할 뿐이죠.”

태풍 뒤의 고요해진 들판처럼, 의료계를 뒤흔들고 지나갔던 ‘보톡스 태풍’은 치과계를 오히려 더 차분하게 만든 느낌이었다. 일선 개원가의 원장들은 “이번 (미간 부위 보톡스 시술 관련) 대법원의 판결은 매우 환영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하던 일을 재확인해 준 것이다. 우린 계속 하던 일을 할 뿐”이라며 표정을 고쳤다. 반면 일부 피부과의원에서는 “대법원 논리 대로면 우리도 치아치료를 해도 되는 거냐”며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고 얼굴을 붉혔다.

대법원이 치과계의 손을 들어준 후 나흘이 흐른 지난 25일, 개원가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번 법적 논쟁의 중심부에 섰던 구강악안면외과 로컬 치과를 비롯, 일반 개원의 등 다양한 개원의를 만나 이번 판결에 대한 소회를 들었다.

# “이젠 지도공문 받을 일 없어”

처음 찾아간 A원장은 기자에게 모 보건소의 행정지도 공문을 꺼내 보였다.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치과를 표방하는 이 치과는 지난 3월 홈페이지에 보톡스, 필러 관련한 시술내용을 올렸다가 보건소의 행정지도를 받았다.

공문에는 “치과의사로서 해당되지 않는 의료행위를 하고 있으니 조치 바란다는 진정민원이 제기된 바, (중략) 추후 유사 민원이 제기 되지 않도록 보톡스 및 필러 등의 사용에 유의하여 주시기 바라며..”라고 명기돼 있었다.

A원장은 “이제 이런 행정지도를 받을 일이 없다는 건 좋은 일”이라며 치협의 노고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 판결은 상대측으로부터 무엇을 빼앗아 오는 의미가 아니라 치과계가 해 오던 일을 사법부가 재확인해 준 것이다. 우리는 그저 하던 일을 계속 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소회를 말했다.

구강외과 개원 1세대라고 불리는 B원장 역시 이 판결을 ‘쾌거’라고 평가하면서 “그동안 의사들이 광대뼈, 사각턱, 턱 교정 수술 등 엄연히 치과의 영역을 계속 침범하는 데 대해 제동을 거는 의미가 있다”고 의견을 내놨다. B원장은 보톡스, 필러 시술을 의사들에게 가르칠 정도로 오랫동안 이 시술을 해왔다.

이어 B원장은 “개원가에서 이 시술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겠지만 모두가 보톡스, 필러를 할 필요는 없다”며 “특히 잘 하는 치과에 동료들이 연결시켜주면 된다. 이것이 치과계가 상생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B원장은 “이번 기회에 의사들이 갖고 있는 치과에 대한 무지를 실감했는데, 인식도 조금 바뀔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판결 이후 메디컬 진영에서 치과를 향해 분노의 화살이 이어졌다. 이중 많은 것들은 무지에서 비롯돼 보였는데, 대표적인 것이 전 의협회장의 글이었다. 그는 “전신해부학 실습 과정이 있냐”는 요지의 발언으로 치과의사 교육과정을 폄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C원장은 “치과에 대한 무지를 넘어 비하하는 메디컬의 목소리를 보면서 큰 장벽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앞으로 직역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분쟁이 계속 발생할텐데, 상생의 가능성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현재의 테두리서 전문성 강화해 나가야

보톡스, 필러를 통한 외연 확대에 대해 원장들은 조심스러운 견해를 전했다.

안면부 미용시술을 오랫동안 해 온 D원장은 “당연히 대법원에서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우리는 치아를 비롯한 구강부의 스페셜리스트이므로 이에 대해 완벽하게 진료한 후 기능, 미용시술을 안면부로 확대해가는 게 옳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치과를 개원한지 4개월 정도 된 E원장은 “당장 환자들로부터 보톡스 시술에 대한 가격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데, 우리는 성형외과 쪽과는 차별되는 ‘기능과 미용’ 측면의 시술을 특화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판결이 끝이 아니라 일선 개원가에서도 이에 대해 꾸준한 재교육으로 전문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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