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다시 번지는 ‘의료생협의 망령’

2016.11.22 16:18:33

치과의사와 엄마가 공모해 사무장병원 운영
수도권 비영리 사무장치과 10여 곳 ‘영업 중’

한동안 수면 아래에서 잠잠하던 ‘의료생협’의 망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비영리재단의 외피를 쓰고, 각종 편법과 불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무장병원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관계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치과의사와 엄마가 공모한 ‘사기’

최근 송파경찰서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유인해 1200여 명을 의료생협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약 21억 원 가량을 편취한 일당을 입건했다.

한편의 사기극에 가까운 이들의 스토리를 축약해 보면 이렇다. 4년 전 4억 원을 기부하면서 기부천사로도 알려진 이 의료생협 이사장 A씨와 그의 딸 치과의사 B씨는 지난해 의료생협을 설립, ‘다단계 판매원’을 모집하듯 “취직 시켜주겠다”며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유인했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에게 “침을 많이 맞으면 김치공장에 취직시켜 주겠다”고 꾀어 18만원 씩을 받고 조합에 가입시켰다. 이렇게 모인 ‘위장 조합원’만 1200여 명. 평소 운영하던 사무장 한의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침술을 시행했고, 이를 건보공단에 급여 청구해 약 21억 원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치과의사인 딸 B씨의 활약도 두드려졌다.

모집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치과에서 불필요한 ‘보험 진료’를 받게 하면서 진료 이후 본인부담금을 환급, 진료 횟수를 여러 번 늘리는 방법으로 건보공단으로부터 수억원을 부정 수급했다.

송파경찰서 지능범죄수사과 측은 “다단계 판매의 구조를 차용해 조합원 모집 실적에 따라 이사, 팀장 등의 직급을 부여하고, 노인들을 대상으로 치료 시 본인부담금을 면제해 주는 척 하며 공단에 부정수급을 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기 패턴을 보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구인구직사이트를 찾아보면 ‘치과한의원’이라는 명칭을 쓰면서 조무사 스탭을 일괄적으로 모집하는 공고를 쉽게 찾을 수 있으며, 4년 전 4억 원을 공동모금회 측에 기부해 모녀가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한 사실도 파악할 수 있다.
사정을 잘 아는 강남구 C원장에 따르면 “엄마는 수학선생님 출신으로 알려져 있고, 딸은 치과대학을 나와 모녀가 함께 치과를 운영하다가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한의사들을 섭외하면서 치과, 한의원을 동시에 운영했다”고 말했다.

# 선교재단 외피 쓴 치과장사도 여전

이와 더불어 최근 비영리 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치과 역시 지속적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으면서 다시 논란이 점화 되고 있다.

경기도 개원의 D원장은 최근 1년 전 근무했던 비영리 종교재단 설립 치과의 경력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동대문구에 위치한 이 치과는 모 선교회에서 설립한 치과로, 이 선교회는 치과 외에 경기도에 복수의 메디컬 의원을 소유하고 있다.

D원장은 불법 사무장 병원으로 드러난 이 치과에서 1년 간 근무한 탓에 보건소로부터 3개월 자격정지 통보를 받은 상태다. D원장은 “고령의 명의대여자가 있었는데 재단명의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정산 문제 때문에 다툼이 있었지만, (명의대여가 아닌)단순 페이자리라고 확인하고 일을 했다”고 밝혔다.

현재 이 치과는 폐업한 상태지만, 이외에도 현재 운영되고 있는 비영리 종교재단 치과만 수도권에 약 10여 곳에 이른다.

특히 본지에도 보도된 바 있는 모 선교협회의 경우 전국에 5개의 의료기관을 설립, 비의료인에게 운영권을 파는 형태로 총 4억 원을 챙기고, 28억 원의 부당급여를 편취해 적발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기관 설립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한다. 현행 의료법 33조2항은 의료기관의 설립 요건에 ‘비영리법인’을 명시하고 있는데, 문제는 비영리법인·의료생협 등 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제한 규정이 미흡하기 때문에 이처럼 비영리 재단의 명의를 내세우는 불법사례가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조영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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