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는 대로

2024.06.12 16:40:33

시론

좋은 일이 생기면 한 턱 내는 경우가 많다. 자랑하고픈 마음이 있기도 하지만 기쁨을 함께 나누고 축하하고 같이 즐거워하는 우리의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한 턱 낸다고 한다. 우리 턱이 몇 개냐 물으면 치과의사는 당연히 위턱 아래턱 두 개라 말하지만 일반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아래턱만 턱인 줄 알고 한 개라고 한다. 턱이 그 턱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의 턱이 위턱 아래턱 두 개니까 한 턱 낸다고 말한다. 사람목숨이 하나뿐이니 내 놓을 수 없듯이 턱이 하나면 감히 한 턱 내겠다고 하겠는가? (우스갯소리)

 

사람들이 흔히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오늘은 내가 한 턱 내겠다고 호기 있게 질렀는데 집에 가서 잔소리 듣거나 뒷감당 못하고 후회하면서 선심 쓰던 때도 있다. 상대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데도 기어이 한 턱 내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얻어먹고도 괜히 부담될 때도 있다. 어느 때부턴가 서로 눈치 보며 신발 끈 늦게 매며 계산 피하려는 유머프로도 보지만 이젠 서로 공평하게 1/N로 나누는 합리적인 시대가 되었다.

 

예로부터 우리민족은 인심이 좋아 베풀기를 좋아하며, 보여주기 식이든 허례허식이 생활화된 영향 탓이든 조그마한 일이라도 한 턱 쏘기를 좋아한다. 기분 좋게 얻어먹고 덕담 나누며 즐겁게 보냈다. IMF를 지나고 외환위기를 겪으며 경제가 어려워지니 씀씀이도 줄고 자녀수도 줄다보니 개인주의가 팽배해져 남을 위한 배려도 줄어드는 경향이다. 그러다보니 모든 지출도 1/N로 자리 잡게 되고 오히려 그게 더 합리적이란 생각마저 든다. 1/N하기 애매한 경우엔 자발적으로 먼저 부담해버리면 모든 게 깔끔하게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별 것 아니지만 주로 양보 하는 사람이 늘 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런 사람이 좀 더 남을 배려하거나 양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코로나사태가 수습되고 난 후 공교롭게도 근래에 와서 청첩장과 부고장이 자주 온다. 주위에서도 경조사부담도 은근히 신경 쓰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필자 역시 지역에서 오래 근무하다보니 별 상관없는 곳에서도 수시로 날아든다. 내 마음 편하기 위해 해야 할 때가 많다. 상호부조의 개념보다 개인정보의 노출로 인한 부작용일 수도 있다. 돌려받지 못할 부조금이어도 축하해주고 위로해준다. 차라리 베푸는 쪽이 마음이 더 편하고 좋다.

 

필자의 경조사가 있었을 때는 무반응이었는데도 그저 아는 정도의 이웃에게서 청첩장이나 부고장을 받고 보면 고민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내가 받지 않았으니 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자위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혹여 그 당시에 상대방이 연락을 못 받았거나 잊어버렸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해하려하지만 좀 억울해하면서 부조를 하게 된다. 후에 안 만날 사람이면 덜하겠지만 가끔이라도 만나는 사이면 괜히 난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기본 예라도 하고나면 불편한 마음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이해득실로만 따지면 살기 피곤해진다. 알면서도 손해보고 모르면서도 손해보고 사는 삶의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내 마음 편하기 위해 행하는 일이 꼭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금전적으로는 조금 손해 볼지라도 정신건강에는 훨씬 나을 테니까... 애매할 경우엔 마음이 가는 대로 행하면 된다는 대학동기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좋다고 말할까? 가슴에 묻을까? 하고 싶음 하고 고민 되면 그만 둬! 후회하지 말자. 주저 말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사람과 사람의 만남... 사소한 일이어도 우리 턱이 두 개니까 한 턱 내는 건수를 자꾸 만들자. 조촐한 음식이나 소주 한 잔이어도 자주 만나 서로 정을 나누는 게 진정 살아가는 의미라 생각한다. 주고받는 정이 좋다. 해가 길어져 퇴근 후 시간이 많아진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화창한 오늘, 즐거운 하루를 위해 한 턱을 내든, 한 턱 얻어먹든, 뭔가 건수를 만들어봐야겠다.

 


나누기

 

혼자는 너무 많아
나누자 공평하게
부담 덜자 다 같이
1/N 점점 익숙해진다 

 

좋아도 싫은 척
잔머리 굴리려다 
머리만 어질
허세 부리다 후회하기 일쑤

 

시대가 변한 건지
내가 변한 건지
1/N 괜찮다
편하고 부담 없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광렬 이광렬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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