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의학 연구 생태계 ‘흔들’…28년 역사 메드릭 멈춘다

  • 등록 2025.02.26 21: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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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부 공식 활동 중단 발표, 정부 R&D 삭감 원인
해외 DB 의존 부담, 연구 생태계 복원 정책 지원 필요

28년간 우리나라 의과학 연구자들의 든든한 정보 창구가 돼줬던 의과학연구정보센터(MedRIC·이하 메드릭)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메드릭의 폐쇄는 치의학 연구 생태계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연구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유지할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메드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기반구축사업의 일환으로 1997년 설립돼 치의학·의학·간호학 분야의 전문 연구정보센터로 자리 잡으며 연구 논문 검색, 임상 데이터, 연구 결과 공유 등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올해 2월부로 공식 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메드릭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지난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학논문데이터베이스(KMbase), 근거중심 임상질문답변(EviPedia), 코크란 한국어번역 라이브러리(Cochrane Library) 등 서비스도 중단될 예정이다. 또 매년 우수연구자를 선정해 시상하던 ‘의과학우수연구자상’ 역시 폐지된다.


이번 조치로 치의학계에서도 아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메드릭은 과거 대한치의학회와도 협력해 치의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연구 자료 공동 활용, 정보 교환 등을 지원하던 중요한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또 역대 치의학 연구자 중 의과학우수연구자상 수상자 13명이 배출된 바 있고, 적잖은 연구자들이 연구 논문과 임상 데이터를 메드릭을 통해 확보해왔던 만큼 치의학 연구 생태계가 향후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다.


2018년 의과학우수연구자상 수상자인 박주철 교수(서울대 치의학대학원)는 “메드릭은 연구력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핵심적인 연구 생태계의 일부였다”며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은 진행하고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중단되고 없어지면 복원하는 데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들며 결과적으로 국가 연구개발의 근간이 훼손되는 엄중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로 연구자들의 해외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체 방안으로 KoreaMed, DBpia, PubMed, Google Scholar 등의 기존 데이터베이스 활용이 거론되고 있지만, 일부는 한글 논문 검색이 제한적이고, 유료 구독이 필요한 서비스도 있어 연구자들이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2023년 의과학우수연구자상 수상자인 이유승 교수(서울대 치의학대학원)도 “해외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하게 되면 연구 비용과 시간 증가로 효율성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고, 학술 정보 공유가 위축돼, 국내 치의학 연구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치과계에서 메드릭을 대체할 새로운 연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이 또한 정부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023년 의과학우수연구자상 수상자인 이기준 대한치의학회 부회장(연세치대 교수)은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연구하며 성장할 수 있는 동네 축구장이 사라지고 있다”고 비유하며 “치의학 연구는 국민 건강과 연관된 만큼 장기적인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정부의 몰이해로 연구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치의학 연구의 중요성을 인식해 국내 연구 자료의 접근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정적인 예산 지원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최상관 기자 skchoi@dailydent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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