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병오년(丙午年), 힘찬 ‘적토마’의 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아침이 되면 으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하는 덕담을 주고받습니다. 예전에는 연하장에 꾹꾹 눌러 쓴 손글씨로 마음을 전하곤 했는데, 요새는 스마트폰으로 톡 한번 보내면 끝이니 참 편한 세상이긴 합니다. 손가락 하나로 인사를 나누다 보니 오가는 마음의 무게도 예전보다는 좀 가벼워진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연말과 새해 인사가 엄격히 나뉘어 있는데, 가만 보면 모두 복을 비는 말이고 건강에 대한 얘기는 쏙 빠져 있습니다. 아마도 건강이란 건 남이 빌어준다고 되는 게 아니라, 오로지 내 스스로 챙겨야 할 몫이라 여겨서 그런가 봅니다.
사실 ‘행복’이라는 게 마음만 고쳐먹는다고 덜컥 손에 쥐어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살아보니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옛말이 참 무섭도록 맞더군요. 우리는 흔히 정신력으로 몸을 이겨내려 애쓰지만, 개원가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오히려 몸이 정신을 이끌고 가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네 치과의사라는 직업, 겉보기엔 고상한 지식 노동자 같아도 속을 들여다보면 영 딴판입니다. 1mm 오차도 허용치 않으려 종일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씨름해야 하는 ‘고된 육체노동자’가 바로 우리 아닙니까. 어디 그뿐인가요. 바쁘다 보면 끼니 때우기도 마땅찮고, 잠도 설치기 일쑤니 몸이 성할 날이 별로 없지요.
그러다 목이며 허리에 통증이 찾아오면, 참 희한하게도 마음까지 뾰족해집니다. 몸이 아프니 뇌가 힘이 들어서, 평소라면 웃어넘길 환자의 불평도 유난히 거슬리고 손발 안 맞는 스태프에게는 괜히 서운한 소리가 먼저 나가게 되더군요. 그게 우리가 인격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그저 몸이 “나 좀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느라 남 챙길 여유가 없어져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아픈 몸으로 짓는 미소는 어딘가 모르게 짠하고 부자연스럽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올 한 해는 거창한 다짐보다 그저 내 몸 하나 건사하는 데 정성을 쏟아볼까 합니다. 아침에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어 꾀가 날 때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하나, 둘, 셋’ 세고 그냥 몸을 일으켜보는 거지요. 저는 달리기를 좋아하는데 일단 러닝화 신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땀 흘려 운동하고 근육을 좀 쓰다 보면 신기하게도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아집니다. 의학적으로 무슨 호르몬이 나온다 설명하지 않아도, 흠뻑 땀 흘린 뒤에 찾아오는 그 개운함과 평온함, 다들 아시는 그 맛 아닙니까. 그게 바로 진짜 행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의 인술(仁術)도 알고 보면 튼튼한 허리와 유연한 관절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내 몸이 가볍고 편안해야 환자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에도 온기가 실리고, 병원 식구들을 챙기는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니까요.
2026년 새해에는 우리 원장님들 모두 무쇠처럼 단단한 체력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단한 진료실 생활을 거뜬히 버텨낼 힘이 생길 때, 비로소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라는 우리의 인사가 진짜배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올 한 해, 튼튼한 몸으로 진료실의 평화와 가정의 행복,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시길 슬며시 기원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