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 열람과 사본의 교부
필기하는 것이 귀찮아 치과대학 6년 내내 시험 때마다 복사가게에서 족보만 기다리던 ○○ 치과의사는 그의 꼼꼼한 진료스타일과는 달리 여전히 기록하는 것이 가장 번거로운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비상한 기억력으로 암호처럼 짤막하게 갈겨 쓴 진료기록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고 자신해 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환자보호자라며 찾아 온 한 남자가 아무런 이유도 대지 않고 환자의 진료기록 열람을 요구하면서 진료기록 사본과 당시 진료 시에 시행되었던 검사기록 사본을 요구했다.
무슨 영문인지? 혹 치료가 잘못된 것이 있었는지 두렵기도 하고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챠트를 보인다는 것이 왠지 불안하기도 한 ○○ 치과의사는 의사의 업무상 비밀누설금지 의무에 위반된다는 명목 하에 환자 본인이 아니면 진료기록의 열람신청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환자 본인이 아닌 보호자는 그냥 돌아 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의사의 입장에서 무조건적으로 진료기록의 열람을 허용하거나 사본의 복사를 허용하는 것은 환자에 대한 의사의 업무상 비밀누설 금지 의무와 관련될 수 있으므로 함부로 진료기록의 열람신청에 응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전의 “의료인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에서 특히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시키거나 그 내용의 탐지에 응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된 의료법 제20조 제1항은 2000. 1. 12. 이후부터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는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에서 특히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환자에 관한 기록의 열람, 사본교부등 그 내용 탐지에 응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환자, 그 배우자, 그 직계존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배우자,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없는 경우에는 환자가 지정하는 대리인)이 환자에 관한 기록의 열람, 사본교부등 그 내용확인을 요구한 때에는 환자의 치료목적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응하여야 한다”라고 개정되어 환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였다.
따라서 의사가 어떠한 질병에 관한 사항을 환자에게 알리는 것이 건강상 심히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되는 경우나 진료기록을 교부하는 것이 공갈 또는 기타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환자나 그 법적 보호자나 대리인으로부터 진료기록의 교부를 요구받은 경우에는 이를 교부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다.
또한 의료법 제20조 제2항 “의료인은 동일한 환자의 진료상 필요에 의하여 다른 의료기관에서 그 기록 임상소견서 및 치료경위서의 열람이나 사본의 송부를 요구할 때 또는 환자가 검사기록 및 방사선필름 등의 사본교부를 요구할 때에는 이에 응하여야 한다”에 의하여 검사기록 및 방사선사진의 사본 요구에도 응해야 하며 이를 위반했을 시에는 법 제53조 제1항 제6호에 근거하여 자격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환자 본인이나 법적보호자 및 대리인이 아닌 타인에게 환자기록을 열람시키거나 사본 등을 교부하여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거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때는 동법 제53조 제1항 제6호에 근거하여 자격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진료기록부의 열람이나 사본의 요구는 어느 때나 받을 수 있고 또한 진료기록부는 의료소송의 객관적인 증거서류라고 할 수 있으므로 보다 세심한 작성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