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상의 파노라마 <3>
<레비-스트로스 구조주의 인류학>

  • 등록 2003.01.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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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심리학적 기능주의: 생리학적 기능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해결책을 찾을 때 등장하는 하나의 생각이 심리학적 기능주의이다. 즉 토템이란 실질적인 생리적 도움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심리적 도움을 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토템은 원초적 형태의 神이라고 할 수 있다. 거꾸로 말한다면 ‘여호와 하나님’은 히브리 민족의 토템이고, ‘알라 하나님’은 이슬람 민족의 토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설명은 상당히 그럴 듯한 데가 있다. 또 미국 대통령의 관저에 콘돌이, 독일의 경우 독수리가, 한국의 경우 봉황이 그려져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이 경우 심리적 도움이란 어떤 개인의 심리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보다는 그 씨족 전체의 심리에 도움을 준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런 설명은 심리학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사회학적이다. 3) 사회학적 기능주의: 그래서 기능주의의 가장 세련된 형태인 사회학적 기능주의가 등장했다. 이 입장은 토템을 자연적-생리적, 심리적인 것으로 보기보다 일단 사회적인 것으로 본다.이 입장에서 볼 때 토템이란 한 사회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것이 위에서 말한 단순한 문장(紋章) 같은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실제 그 씨족의 조상을 뜻하며, 때문에 그것에 예배드리고 또 의미있는 날이 되면 (동족의 연속성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잡아먹음으로써 피를 나누는 것이다. 다시 말해 토템은 씨족의 신체적 생존이 아니라 집단적 정체성을 위해서 기능하는 것이다. 이런 이론은 베버와 더불어 20세기 초를 대표하는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에 의해 제기되었다.(<종교생활의 기본 형태>, 1912) 그러나 이럴 경우 왜 파리나 모기처럼 열등하고 또 인간을 괴롭히는 동물들까지 토템이 되는가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물론 현대인이 이해하기 힘든 가치론적 배경이 있을 수 있다).기능주의는 가장 상식적이고 당연한 가정 -- 토템이 그 씨족에게 뭔가 역할을 하고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라는 가정 -- 에 입각해 있으며, 매우 자명해 보이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 기능주의에 도전해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토템을 해석한 것이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인류학이다.끌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 1908 - )는 20세기 초에 태어나 20세기 중엽에 활동했으며, 사르트르, 메를로-퐁티, 라캉, 바슐라르 등과 같은 시대를 살았다. 전후 프랑스 사상계를 풍미했던 실존주의는 레비-스트로스의 등장으로 구조주의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레비-스트로스는 민족학자로서 브라질을 비롯한 여러 오지를 다니면서 현장 탐사를 했으며, 그 결과를 구조주의라는 새로운 방법론에 입각해 체계적으로 이론화했다. 레비-스트로스를 통해서 인류학은 처음으로 ‘과학’ -- 수학적인 법칙의 발견이라는 뜻에서 -- 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원래 철학 박사인) 레비-스트로스는 과학을 넘어 자신의 인류학에 매우 의미심장한 사상사적 의미를 부여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인류학이라는 담론이 매우 중요한 역사적-철학적 함의를 가지게 만들었다. 오늘날 그의 이론이 여러 면에서 비판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레비-스트로스야말로 좁은 의미에서의 현대 사상의 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구조주의는 기능주의가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데 비해 ‘구조’라는 관점에서 사물을 본다. 기능주의는 사물 자체의 실질적 행위, 기능, 목적, 실천 등의 관점에서 사물을 본다면, 구조주의는 사물 하나가 아니라 그 사물이 속해 있는 장 -- 관계들의 장 -- 을 보며 그 장 안에서 그 사물의 위치를 본다.앞의 기능주의적 설명에서 세번째 사회학적 기능주의는 이미 이런 사고의 씨앗을 간직하고 있다. 토템을 ‘상징’으로 본다는 것은 그 토템이라는 존재/사물 자체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그 토템의 의미의 관점에서 본다는 것을 뜻한다. 나폴레옹을 기능적 관점에서 보면 왜소하고 볼품없는 사내이다. 그러나 그를 의미의 관점에서 보면 유럽을 뒤흔든 ‘황제’이다. 나폴레옹은 사물적으로 보면 왜소한 사내이지만, 기호적으로 보면 엄청난 권력을 지닌 ‘황제’라는 기호인 것이다. 기능주의가 사물의 자연적, 물질적 존재에 초점을 맞춘다면, 구조주의는 사물을 기호로, 의미로, 무엇인가를 뜻하는 것으로, 어떤 관계망의 요소로 보는 것이다.(구조주의가 늘 언어학/기호학과 함께 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토템을 상징으로 볼 때 이미 이런 사유의 맹아가 들어 있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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