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 구조주의 인류학>
근친혼의 금지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문화로 넘어가는 ‘돌쩌귀’에 놓여 있다. 왜인가? 레비-스트로스는 자연은 연속적이고 일반적이지만 문화는 불연속적이고 특수하다고 본다. 근친혼 금지는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사회의 한 규칙인 한에서 문화적 현상이다. 이 점에서 근친혼 금지는 정확히 인간이 자연에서 문화로 넘어가는 문턱에 위치해 있는 현상이라 하겠다.
기존의 설명들은 다소 모호하고 단순하다. 우생학적 설명, 본래적 성향에 입각한 설명. 뒤르켐은 족외혼의 파생물이라 보았다. 그러나 족내혼을 하는 경우도 많다.
레비-스트로스는 ‘관여적 변별(opposition pertinente)’이라는 구조주의적 개념으로 이를 설명한다. 관여적 변별(동북아의 음양 사상도 그 한 형태이다)이 문화의 기본 구조이고, 이 구조에 따라 대칭과 평형이 가능해진다.
교호사촌의 예: 평행 사촌과 교호 사촌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평행 사촌끼리의 결혼은 금지되나 교호사촌의 경우는 허용된다. 왜인가? ‘남-남", ‘여-여"의 경우 관여적 변별이 허용되지 않으나 ‘남-여", ‘여-남"의 경우는 허용되기 때문이다.
‘외삼촌"의 중요성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외삼촌과 아버지는 서로 관여적 변별을 형성하는 것이다.
신화
신화는 레비-스트로스가 전 생애에 걸쳐 몰두한 주제이다. 기존의 신화 이해는 1) 한 사회의 근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2) 자연 현상에 대한 전(前)논리적 해석 방식으로 3) 사회 관계의 반영으로 4) 억압된 감정의 유출로(정신분석학) 제시되었으나, 레비-스트로스는 이 문제 역시 구조적으로 접근한다.
신화란 일종의 ‘메타언어"이다. 즉 각 민족의 사유 구조가 투영된 것이다. 따라서 신화의 ‘내용" 자체에 어떤 심각한 의미는 없다. 그것은 오히려 각 민족이 세계를 바라보는 사유 구조의 형상화인 것이다. 이 점에서 전세계 곳곳의 신화들이 매우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모든 신화들이 특수한 경험이나 내용을 담고 있다기보다는 인류의 어떤 보편적인 사유 구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비-스트로스는 신화란 “보편적이고 무인격적이고 무시간적인 무의식의 산물"이라고 본다.
신화 연구를 통해서 레비-스트로스는 그의 휴머니즘(인간중심주의) 비판을 공고히 했다. 레비-스트로스는 사르트르의 인간중심주의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세련된 인간주의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그 인간주의는 인생보다 세계를, 인간보다 생명을, 자존심〔자기 사랑〕보다 타자에 대한 존중을 먼저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런 그의 입장은 현대 사상의 기본 흐름인 ‘바깥의 사유", ‘타자의 사유"를 잘 나타내고 있다.
현대 사상의 기본 입장은 반(反)주체주의이다. 그것은 곧 궁극적 의미가 주체나 ‘나" 속에서 발견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자신의 작업이 띠고 있는 목적은 “자아를 ‘인류의 우리" 속에서 해체하는 것"이고 또 “인류를 자연 속에 통합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레비-스트로스의 세계는 자연과 문화를 이원적 일원의 구도로, 즉 ‘대위법적 방법"에 따라 사유된 세계이다. 그는 (인간을 포함한) 우주의 모든 것을 거대한 대위법적 구조로 파악했으며, 이 점에서 그 자신의 표현대로 ‘초합리주의(superrationalisme)"의 사유를 건설했다. 자연과학자들이 우주를 거대한 수학적 하모니로 보듯이, 레비-스트로스는 문화조차도 그 근저에서는 거대한 수학적 구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특권적 자기 이해를 비판함으로써 인간이란 그 거대한 음악의 한 음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역설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결국 2차 세계대전이라는 극단적인 야만이 표출된 현대 사회, 그리고 타자를 억압함으로써 팽창을 거듭해 온 제국주의 사회가 인간 주체에 대한 지극히 피상적인 이해에 입각해 있음을 폭로하려 한 작업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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