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이정우 구리기쁨교회 담임목사

2003.05.19 00:00:00

오이소박이와 음악CD 새벽이 되도록 아내와 부산을 떨었다. 그동안 우리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쳐 주신 교회학교 선생님들께 드릴 선물을 준비하느라고. 세 아이의 담임선생님들께 감사편지를 썼다. 편지 한 장으로 끝내자니 손이 부끄러웠다. 아내는 음악 CD를 만들자고 했다. 난 분위기 있는 영화음악을 골라서 CD를 구웠다. 문제는 CD 케이스 표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시간을 제법 잡아먹었다. 예쁜 그림을 찾아서 포토샵으로 아름답게 편집을 하고 감사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한참 걸렸다. 그러나 만들어 놓고 보니 제법 그럴싸했다. 맘에 들었다. 아내는 너무 좋다며 아직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내일은 스승의 날이다. 아내와 나는 아이들의 선생님들께 한 가지씩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다. 아내는 오이소박이김치를 담고, 난 음악 CD를 만들기로.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과 피아노학원 선생님들, 또 영어학원 선생님들께 이 부부합작품(?)으로 감사를 대신했다. 성경에 ‘가르침을 받는 자는 말씀을 가르치는 자와 모든 좋은 것을 함께 하라.’는 말씀이 있다. 촌지나 뇌물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교육의 중요성과 스승의 존귀함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 말씀을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내일 우리 아이들은 학교도 못 간다. 휴교령 때문이다. 애들이 그러는데, 촌지 때문에 말이 많으니 아예 문을 닫는단다. 애들은 신났다. 내일 늦잠 자도 된다고. 이게 무슨 짓들인지 모르겠다. 스승의 날에 휴교령으로 스승과 제자 사이를 갈라놓고 늦잠이나 자도록 만들다니…. 아이들더러 뭘 배우라는 건지, 참 속상하다. 우리 교육현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교육을 생각하면 난 유태인들이 부럽다. 얼마 전 외국신문에 ‘유태인이 세계를 정복하고 있다.’는 제하의 글을 보았다. 대충 훑어보니, 세계가 유태인들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음을 역사에 영향력을 미쳤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설명한 글이었다. 그리고 그 유태인들에 의해 지금 세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이 정복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더하면 더했지 결코 줄어들지는 않을 거란다. 그리고 그 비결은 바로 교육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유태인들이 얼마나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를 일깨워주는 일화가 있다. AD 70년, 로마의 티투스 장군에 의해 예루살렘 성이 정복되고 파괴된 때의 얘기다. 로마는 성안의 유태인을 몰살하려고 성벽을 에워싸고 출입을 철저히 단절시켰다. 이때 이스라엘에 벤 자카이라는 지도자가 있었다. 그는 민족을 살리기 위해 묘책을 생각했다. 그리고 성안에 소문을 퍼뜨렸다. 벤 자카이가 중병에 걸려 죽었다고. 얼마 후, 제자들은 관속에 선생을 넣고 성밖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그 때 성문을 지키던 로마 병정이 관을 칼로 찔러 확인하려 하였다. 제자들은 “로마 황제가 죽었다면 그 관도 찔러 볼 것입니까?"하며 필사적으로 막았다. 간신히 성벽을 통과한 벤 자카이는 로마 사령관에게 갔다. 그리고 간청을 하게 된다. “조그마한 방 하나라도 좋습니다. 열 명 정도가 들어가 공부할 학교 하나만 남겨주십시오." 사령관은 웃으며 말했다. “사선을 넘어 나를 찾아온 목적이 그것이오? 좋소." 예루살렘과 성전은 파괴되었다. 유태인들도 처참하게 학살당했다. 그러나, 약속한 대로 작은 랍비 학교가 남았다. 벤 자카이가 조국의 생존을 위해 지켜낸 것은 바로 이 작은 학교였다. 그들은 이 학교를 통해서 오랜 세월동안 그들의 지식과 지혜, 전통, 그리고 신앙을 지켜왔단다. 교육의 중요성은 몸으로 보여준 벤 자카이는 지금도 민족의 스승으로 남아있다. 위대한 민족은 중요한 것을 지킬 줄 아는가보다. 글을 쓰다 보니, 둘째 놈이 다니는 태권도학원 선생님 생각이 났다. 깜빡했다. 오이소박이와 음악CD를 또 만들어야할지 모르겠다.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