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김호영]담합인상

2008.09.08 00:00:00

김호영<본지 집필위원>


얼마 전 TV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컴퓨터 출장수리에 관한 내용이 방영됐다.
8000원~1만원 이라며 광고하는 컴퓨터 출장수리가 컴퓨터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방송 내용에 의하면 사용 가능한 부품을 교체하는 것은 물론, 멀쩡한 부품을 중고 부품으로 갈아치우거나, 사양이 낮은 부품으로 바꿔치우는 것은 예사로 일어나는 일이었다. 방송내용대로라면 컴퓨터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기를 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는 여성, 노인들을 대상으로 그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런 컴퓨터 수리업체에서 일했던 사람의 이야기로는 컴퓨터 수리업체들이 너무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출장 수리비를 이익이 남지 않을 정도로 경쟁적으로 낮춰서 광고를 했고, 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일부 업체들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방송 내용 중에는 양심적인 수리기사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냥 장삿속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괘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언젠가 ‘파는 사람들이 경쟁을 하면 가격이 내려갑니다’라는 광고카피를 본 적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중요한 요소이다. 경쟁업체가 있으면 가격이건 서비스이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좋은 점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경쟁자의 입장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담합을 하게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결국 담합만이 자신들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면 서로 win-win하자는 전략이 나오게 되며 ‘가격담합’ 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공정거래법이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이 항상 좋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경쟁에 의해 가격이 낮아진 것의 최악의 결과는 앞서 언급한 출장 컴퓨터 수리업체의 문제가 좋은 예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나 이 문제를 치과에 대입하면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소비자의 권리에 대해 관심이 높아질수록 문제가 될 소지는 많다는 것이다.


매해 건강보험수가의 인상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 따라서 건물 임대료나 치과에 종사하는 보조인력의 임금 등 치과 유지에 비용의 인상률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일반진료수가의 인상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일반진료수가의 인상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로 진행되다보면 진료수가는 인상이 불가능해지고 오히려 치과들이 늘어나면서 가격덤핑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 우려된다.


정상적인 진료로 치과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앞서 언급된 사기에 가까운 컴퓨터수리와 치과에서 벌어질 수 있는 과잉진료, 비윤리적 진료의 결과가 가져올 피해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았던 과거에 진료수가는 담합인상이 이뤄졌다. 그러나 담합인상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법의 저촉을 받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가인상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이유 중에는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인상률에 대한 고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료수가에서 어느 정도 합리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담합에만 초점을 맞춰 무조건 비난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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