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제학회 참가방식 小考/김 신

2008.07.28 00:00:00

김 신<본지 집필위원>
대학에 있으면 논문을 발표하고 외국의 연구동향을 관찰할 목적으로 자연히 국제학회에 참가하는 일이 많아진다. 그러나 사실 국제학회에 참석하는 것이 굳이 대학이나 공직에 있는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개원의들도 자신의 진료방식이나 지식이 최신 지견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가를 비교하고 자신을 업데이트하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임상 치의학은 신재료, 신장비, 신기술에 의존하는 바가 여타 의학 분야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에, 일류를 지향하는 치과의사라면 국제학회 활동을 통한 자신의 주기적인 upgrade는 권장사항이 아닌 필수요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전공의 과정에 있는 레지던트들은 평소 서적이나 교수의 교육을 통해 접할 때에는 별 실감이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던 지식들이 철저히 응용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는 것은 수련을 받는 태도와 방향성을 회복하고 시야를 넓히는 매우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국제학회에 참석하다 보면 몇 가지 이상한 점을 겪게 되는데 이 자리에서는 이러한 점들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 보고 싶다.


첫째, 학회 기간 중 몇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습이 사라지는 일이다. 사실 요즈음 학회 참가를 위한 등록비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들은 잠시 나타나 포스터를 붙이고 사진 몇 장 찍고는 사라지는 것이다. 이것은 학회활동과 관광을 구별하지 못 한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차라리 관광을 왔더라면 훨씬 싸게 들었을 텐데. 국제학회 활동을 하는 목적이 여러 가지 있겠으나, 자신의 연구업적을 외부에 알리는 것보다 외국의 연구동향을 살피고 이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실속 있는 목적이 될 터인데, 후자의 목적은 아예 안중에 없는 격이다. 이들은 출국 전에 이미 관광사를 통해 이런 계획을 세워 출국했고, 함께 따라온 제자들은 다시 이런 광경을 보고 배우니 큰일이다.


둘째로 짚고 싶은 것은 한국 사람들끼리 몰려다니는 행태이다. 개회식이건 사진찍을 때이건 어딜 가나 몰려다닌다. 특히 학회가 제공하는 공식 만찬이나 연회는 참가자 서로 간의 의견교환과 인적 교류를 위한 매우 값진 시간으로 대개는 round table에서 이뤄지는데, 이런 기회에 외국 저명 연구자나 자신과 비슷한 연구를 하는 사람 옆에 앉아 통성명을 하고 명함을 주고받으며 사진을 찍거나 의견 교환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귀중한 일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 치의학의 국제화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는 아예 참가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참가하더라도 두리번거리며 굳이 한국 사람들을 찾아 한 테이블에 앉으려 노력한다. 지금까지 지겹도록 보아 왔고 귀국하면 또 평생 많은 시간을 같이 할 동료들을 이 자리에서까지 찾아 헤맨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이러한 어리석음과 촌스러움이 언어 장벽에 기인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유창하지 못한 영어 실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차이에 있다고 해석하고 싶다. 많은 일본 학자들은 우리 보다 훨씬 나쁜 발음과 영어 실력으로도 당당하게 나와 발표하고 인정받는 것을 흔히 본다. 그리고 이것을 받아들이는 백인들은 이런 적극적인 사람들의 언어 장벽에 대해 결코 비웃지 않고 진지하게 경청하며 박수를 보낸다.


정말 그렇다. 생각이 국제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 학회에 참가하는 것은 차라리 아줌마들과 함께 단체 관광패키지를 따라가는 것 보다 훨씬 비경제적이고 비교육적인 일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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