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치과의사와 정신건강/김신

2008.09.22 00:00:00

김 신<본지 집필위원>


우리 치과의사들에게는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적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의 직업병으로 가장 흔히 거명되는 허리건강이나 감염성 질환 말고도 스트레스성 질환이 너무 흔하다.


임상의사 본인의 성취감과 환자의 치료만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의료인 본연의 스트레스는 차치하고라도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찬 안팎의 스트레스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고도경쟁 사회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한 스트레스 뿐 아니라, 의료제도의 불합리에 기인한 소모적인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은가? 우리끼리 말로 이상한 환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직업인으로서의 입장 말고도 효자인 자식, 자상한 남편, 사랑스런 아내, 그리고 똑똑한 자식을 둔 부모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짊어지고 있는가?


그러나 현실은 우리에게 그 모든 스트레스를 다 이겨내고 완벽한 전문인으로서의 능력과 처신을 요구한다. 그다지 완벽주의자가 아니었던 사람도 완벽주의자가 되지 않고서는 배겨내지 못 할 직업적 환경이고, 완벽을 지향하는 것은 전문직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추구로 받아들여지지만, 전문가들은 이 완벽주의가 정신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완벽주의자를 흔히 세 분류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자기중심적인 부류는 자신이 설정한 높은 목표에 도달하려 발버둥치며 자기 학대와 비판이 심해 우울증에 빠질 위험이 크다. 반대로 타인에게 완벽을 강요하는 외향적 완벽주의자는 주위 사람에게 많은 고통을 주며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기에 곤란하다.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필사적으로 부응하려고 노력하는 마지막 부류는 자살충동이나 각종 심인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한다.


이처럼 완벽주의는 어느 부류이건 정신건강에는 명백한 적이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완벽주의자에게는 자신의 문제를 인지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고, 오히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그런 성향을 우월하다고 믿는 데에 있다. 극단주의적 사고경향이 강하고 한 가지 일에 집착하며 남의 눈에는 직무에 충실한 사람으로 보이기에 십상이다. 반면, 우리의 교육과 사회 전반의 규범은 오히려 이런 사고방식에 지속적인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직업의식이 투철하고 빈틈이 없으며, 정말 전문가로서 주위 동료와 선후배의 귀감이 된다는 식의 찬탄이 쏟아진다. 완벽주의는 더 강화된다.


이제 우리는 어릴 적부터 완벽주의를 가장 큰 미덕으로 교육받고 그렇게 자처해 왔으면서도 정작 완벽했는지, 그런 척만 한 것은 아닌지, 쓸데없이 내 자신과 주위사람에게 고통만 준 것은 아닌지 한번쯤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정신심리학 전문가들이 완벽주의자들에게 주는 처방은 정반대 방향이다. 완벽주의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틀을 허물라고 한다. 항상 부지런하던 사람에게 빈둥거림과 게으름의 행복감을 맛보기를, 늘 잘 정돈돼 있던 책상 위를 치우지 말고 너저분하게 남겨두기를, 만사에 최선을 다하는 데에 익숙한 사람에게 생활의 한 구석에서라도 무장을 해제하고 ‘Do your worst"를 권한다.


매년 4월 4일은 정신건강의 날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2008년 봄의 그 날을 맞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신건강 십계명”을 선포한 바 있 다. 정신건강에 위협이 될 수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여기에 옮긴다. 깊이 음미해 보기를 독자들에게 권한다.


1. 긍정적으로 세상을 본다.
2.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3. 반갑게 마음이 담긴 인사를 한다.
4. 하루 세 끼 맛있게 먹는다.
5.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6. 누구라도 칭찬한다.
7. 약속시간에는 여유 있게 가서 기다린다.
8. 일부러라도 웃는 표정을 짓는다.
9. 원칙대로 정직하게 산다.
10. 때로는 손해 볼 줄도 알아야 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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