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선진화…의료계가 뿔났다

2008.09.25 00:00:00

정부가 드디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보고하면서 지난번 일부 방송을 통해 슬쩍 흘렸던 일반인의 병의원 개설 허용방침과 병의원 복수 개설 허용, 치협, 의협 등 전문인 단체 가입 자율화 등을 정식으로 발표했다.


물론 기획재정부는 이러한 내용은 단지 논의의 필요성을 제시한 것일 뿐 향후 복지부 및 의료계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료계 반발을 염두에 둔 포석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이 발표가 이명박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나왔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컨대 의료계 반발이 크다고 해도 밀어붙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제도 개선을 통한 선진화 방안을 위해 ‘전문자격사 제도 선진화 방안’을 연구용역 주었으며 ‘전문자격사제도 선진화TF’를 구성해 범정부적 개선방안을 마련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표한 선진화 방안을 구체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바라보는 시각은 단순하다. 일반인들이 병의원을 개설할 수 있게 하면 다양한 자본이 유입되고 병의원이 환자들을 위한 의료서비스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으며 전문화 대형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질 높은 서비스를 확산시키려면 복수 개설도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한 현행 의료인 단체의 강제 가입도 국민의 결사와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높기 때문에 가입을 자율화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선진화 = 영리화’라는 공식으로만 생각한 것 같다. 의료기관이 의료인도 아닌 일반인들이 개설할 경우 정부 주장대로 서비스 개선이 어느 정도 일어날 수는 있겠지만 영리를 바탕으로 병의원을 개설한 이상 과잉 의료행위가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과도한 검진과 불필요한 처치 등으로 수입에 열을 올릴 수 있다는 부작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또한 복수개설로 병의원이 자본이 많은 부자들의 투자거리로 전락할 우려도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의료인단체 가입 자율화 역시 단견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의료인이나 변호사·세무사 등 전문직은 이미 일반인보다 높은 자질과 전문성을 보장받는 위치에 있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고 있으며 전문지식에 대한 책무 또한 부여받는 직업군이다. 그러한 특수성 때문에 전문직종 종사자의 해당 단체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전문직 단체는 이를 통해 정부가 직접 관여하지 못하는 자율적 관리를 함으로써 국가가 보장한 전문직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치협 등 의료인 단체는 오히려 자율징계권 이양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시각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하나만 보면 마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조금만 좌우를 살피면 다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정부는 의료계가 단단히 뿔나기 전에 이번 방침을 검토수준에서 접어야할 것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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