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나와 그 사람은 지금도 변하고 있다

2008.10.16 00:00:00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내가 살아가면서 걸어야 할 가장 먼 길은 나의 머리에서 나의 가슴으로 가는 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의 머리는 좌뇌, 이성, 의식이란 말로 대신할 수 있으며 나의 가슴은 우뇌, 영감, 무의식, 이런 말로 대신할 수 있겠습니다. 나의 머리는 내가 받아온 교육, 나의 경험,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이런 것들이 만들어낸 생각과 계산들로 가득합니다. 내 머리가 하는 계산에 따르자면 내가 누구에게서 한 대를 맞았으면 내가 그 한 대를 되갚아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내 머리가 하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끊임없이 상대와 나를 나누는 일입니다. 저 사람은 괜찮은 사람, 저 사람은 뭔가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 저 사람은 마음에 드는 사람, 저 사람은 내게 손해를 끼칠 사람 등등…. 나와 상대에 대한 끊임없는 분별이 세상을 손해 보지 않고 살아가게끔 해주는 가장 중요한 정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누구나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내게는 그 사람의 안 좋은 면이라고 판단되어지는 부분이 다른 사람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거나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 사람을 어떤 사람은 별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하더라는 그런 사소한 사실들 말입니다. 그것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입니까. 내가 판단해서 결론지은 그 사실이 완전한 사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내 머리가 판단해보건대는 분명히 저 사람은 좋지 않은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은 내가 볼 때마다 그와 유사한 언행을 함으로써 나의 확신을 더하게끔 만듭니다. 그러다보면 저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완전하지 않은 생각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믿고서 그 분별과 잘못된 생각을 바탕으로 더 굳건한 인식을 머리 속에 만들어 갑니다.


그에 비해서 나의 가슴이라는 것은 이런 분별로 어지럽혀지지 않은 사람들의 깊은 속마음을 말합니다. 나의 참마음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것은 내 표면의식에서 떠올랐다 사라지는 무수한 생각들이나 외부의 환경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변하는 그런 얕은 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생각 이전의 깊은 내면에서 이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으면서도 있다 없다로 말할 수 없는 본원적인 존재가 바로 나의 참마음입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불성(佛性)이라고도 하고 진여(眞如)라고도 합니다.


나의 이 깊은 속마음은 알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바뀐다는 것을…. 내 눈앞에서 잘못된 언행으로 또다시 나를 어떤 고정관념으로 끌고 가려 하는 이 사람 또한 이렇게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의 깊은 속마음은 또한 알고 있습니다. 세상의 어떤 것도 같은 것으로 계속 머물러 있지 않으며, 모든 것은 서로 변화하려는 선상에 있으며 이 변화는 세상 만물에 항상 있으며 반드시 있다는 것을…. 모든 것은 끊임없이 바뀝니다. 어떤 것도 같은 상태로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그것이 우주의 이치이며 진리입니다.


이 변화를 인정한다면, 지금 하고 있는 나의 생각이 진짜가 아니며 이것으로만 계속 되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내가 지어놓은 그 많은 고정관념들에서 좀 놓여날 수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나를 묶어버린 수많은 생각들에서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면서도 그 행복은 자기의 성을 굳건히 지켰을 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직 내 가족, 내 일, 내 생활만 중요하다고 여기게 됩니다.


나와 상대, 그것은 세상 만물 속에 있는 수많은 연결중의 하나입니다. 그 연결은 각자의 인연에 따라 각자의 색깔과 모양을 가지고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연결의 고리를 풀 수 있는 것은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고리 또한 언제까지나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생각을 덧붙이지만 않는다면….

관리자
Copyright @2013 치의신보 Corp. All rights reserved.





주소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 257(송정동) 대한치과의사협회 회관 3층 | 등록번호 : 서울,아52234 | 등록일자 : 2019.03.25 | 발행인 박태근 | 편집인 이석초 | 대표전화 02-2024-9200 FAX 02-468-4653 | 편집국 02-2024-9210 광고관리국 02-2024-9290 Copyright © 치의신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