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선 칼럼]산신제 유감 (山神祭 遺憾)

2008.11.13 00:00:00

 

 

자지러 질듯 한 호적(胡笛) 소리에 징 꽹과리가 어우러진 Psychic sound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만신(무당)의 작두타기 큰 굿판이 절정을 이룬다.
날카로운 작두위에 맨발로 올라서서 덩실덩실 춤을 추며 산신령님을 칭송하는 만신의 넋두리가 민속악기와 하모니를 이루며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 한다.


수백의 시선이 작두날 위에서 뛰노는 만신의 발밑에 꽂혀 경외로이 숨을 죽이고 바라볼 뿐이다. 이 장면은 인구 20만이 사는 어느 농촌 소도시에서 그 지역의 국태민안 시화연풍을 기원하는 가을 산신제의 한 광경이다.


6시간이나 이어지는 굿판에는 많은 무속인들이 열광적으로 연출, 열연한다. 그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영매(靈媒)의 목소리에는 풍자와 해학이 스미기도 하고 날카로운 현실비판의 대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지역주민의 안영을 기원함은 기본이고 국운 융창과 국토통일, 인류평화에까지 확대돼 간다. 그러는 중에 토속신앙과 전통문화를 멸시하고 백안시하는 당국에 대한 분노가 불연 듯 폭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곳에 시장이나 의회의장은 초대된 산신제는 외면하고 사사로운 다른 모임에 참석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넋두리를 들으며 살펴보니 주민의 심부름을 하겠노라고 표를 구걸하는 의원님들은 한사람도 안 보인다. 뿐만 아니라 선거만 있다면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던 선거 꾼은 아무도 볼 수가 없다. 호국기도회니 호국법회니 하며 수천수만 명씩 동원하는 정치 종교꾼들은 물론 여타의 그런저런 기관, 단체의 인사들도 전연 볼 수 없다.


내용이야 잘 알 수 없지만 승려복을 입은 몇 분이 눈에 뜨일 뿐이다. 그 외는 평범한 소시민이 열광적인 박수를 보내며 흥에 겨워할 따름이다.
오늘 행사프로그램을 살펴보니 시장과 시의장의 축사말씀도 개재돼 있고 개막식에서는 축사의 말씀을 직접 하도록 순서에도 들어 있다.


사실 무속신앙은 우리배달 민족의 전통신앙이기도 하고 고유한 전통문화이기도 하다. 나름대로 민족정기를 계승발전 시켜온 민족예술의 한 장르임이 분명하다. 민·관(民官)이 함께 어울리도록 돼 있는 이 자리가 외면당하는 소이연은 무엇인가.


우리 한국은 모든 종교를 다 받아들여 극대화로 발전시킨 세계 유일의 나라가 아닌가.
전 인구의 태반이 유 불 선(儒 佛 仙)의 영향 하에 있고 서구에서 유입된 천주교·기독교에도 많은 국민이 입문했으며 이슬람교·라마교 등 지상에 있는 모든 종교가 혼재공존 하면서도 분쟁이나 갈등 없이 종교적인 평화를 누리는 곳이 우리 땅이다.


그런데 어찌 우리의 전통적인 토속신앙, 토속 문화를 배척하고 외면해서야 쓰겠는가.
모든 종교인이 몰아(沒我)의 이타심(利 他心)을 가지고 상호 이해하고 화합하는 대(大)화해와 용서의 더 높은 길을 향해 감을 기원하는 바이다.
이러한 일에는 정치가 앞장서고 행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조그만 물구멍을 찾아 막는 것은 큰 제방의 붕괴를 예방하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5천년 역사를 이어온 우리의 전통문화를 더 소중히 하는 것은 다종교사회에서 더욱 빛이 날 것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보편의 가치를 존중하면 자연스럽게 공존(共存) 공영(共營)의 평화스러운 사회 문화 국가로 우뚝 솟을 것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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