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혜원스님]수희, 남의 선행을 함께 기뻐하며

2008.12.04 00:00:00

우리가 살아가면서 공공연하게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세상에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느니 하는 등의 말입니다. 그만큼 현실이 차가워지고 각박해진 것도 사실인 듯합니다. 자기 것 챙기기도 바쁘고, 조금이라도 남에게 뒤처지면 낙오자라도 된 듯한 강박관념으로 사는 세상이지만 그런 속에서도 따뜻한 소식 또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러한 선행에 단골로 등장하는 분은 대기업 회장님보다는 김밥을 팔아서 수 년동안 기부를 했다든가 자신은 전세를 살면서도 계속 사람들을 도와온 그런 분들입니다. 물질이 내게 쌓여 있어서 나누어주기 보다는 나보다 더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알고 현재보다는 앞으로를 더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남이 선행을 하는 것을 보고 함께 기뻐하는 것을 불교에서는 수희(隨喜)라고 합니다. 부처님 당시의 한 일화에 보면 당시 왕이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대중 공양을 크게 올렸는데 그 때 어떤 거지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많은 수행자들에게 저 분은 저런 공덕을 쌓으시니 참으로 대단한 일이구나.’ 하고 마음 깊이 그 일을 진정으로 기뻐했다고 합니다. 그 때 왕은 자신이 가장 큰 공양을 올렸으므로 부처님께서 당연히 자신의 이름으로 축원을 해주시리라 생각했지만 부처님께서는 그 거지의 이름으로 축원을 해주심에 거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 거지가 가장 질투심 없는 마음으로 기뻐하였으므로 그 공덕이 가장 크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덧붙여, 질투하거나 비교하는 마음 없이 수희하는 것은 큰 공덕이 되는 일이라 하셨습니다. 수희는 단순히 남의 행함을 기뻐하는 것만이 아니라 마치 아들이 보석을 찾았을 때 아버지가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것과 같은 마음을 말합니다. 그런 마음은 보통 사람들이 쉽게 낼 수 있는 마음이 아니니 깨달음에 이른 보살들이 내는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요즘에는 인터넷이라는 편리한 기제의 또 다른 얼굴인 익명성을 자신의 감정 분출 도구로 삼아 남에게 아픔을 주는 일들이 많습니다. 심지어는 선행을 한 사람에게조차 그 뜻을 폄하하고 곡해하며 악의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그 잘못된 마음을 얼른 깨달아 참회하고 돌려놓지 않는다면 그 일은 언젠가 고스란히 다시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그 분들이 알았으면 합니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아무도 모르리라 생각하고 남에게 악담도 퍼붓고 몰래 그런 글도 써서 올리고는 하지만 그것은 정말 모르는 말입니다. 이 마음의 음파는 하나도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니 업의 부메랑 법칙이 바로 그것입니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수희한 공덕은 다음 생에 귀한 몸을 얻는 것에서부터 깨달음을 얻는 길에 이르기까지 큰 도움이 되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니만큼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에 오는 반대 급부 또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지금 당장 쏟아내고 싶은 나의 감정들은 조금만 상황이 바뀌어도 또 달라지는 마음입니다. 거짓된 마음에 속아서 이리저리 요동치면서 살았던 세월은 지금까지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진짜 기쁨을 맛보았으면 합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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