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선칼럼]忘年會

2008.12.25 00:00:00

 12월이면 잦은 모임으로 누구나 부산하다.
한해를 보낸다는 뜻이 담긴 忘年會라는 이름은 나름대로 이해되지만 忘年會라는 명칭은 딱히 그 의미가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지난 한 해동안의 괴로웠던 일을 잊어 보자는 뜻으로 쓰이는 듯 하다.
그런데 그 잊어버리려는 것이 지난 한해의 궂은일, 나쁜 일 들 뿐인가. 그 중에는 나이 하나 더 먹는 것도 잊어버리자는 의미도 있으리라.


지난 6일에는 제주에서, 10일에는 서울에서 보건의료정책과정 동문회에 참석한바 있었다.
보건의료관련 CEO 과정이어서 주로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가 주요 멤버였고 여타의 직업인이라 하더라도 보건의료분야에 관련이 있는 분들이다.
성인이 된 후에 만난 도반이기는 하지만 연령이나 직업. 직책. 남녀를 초월한 동창이어서 처음에는 어색했었는데 자주 만나다보니 어린시절부터 사귀어 온 듯한 친숙함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우선 제주에 있었던 모임을 살펴보자.


1박 2일의 첫째 날은 상견례 겸 분위기 있는 만찬이 준비되고 여흥으로 음주가무가 뒤따르는 흥겨운 만남이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잡히자 자이브 댄스에 몸놀림이 부산하고 기성가수 뺨치는 노래솜씨는 웃음과 즐거운 환성의 소용돌이를 자아낸다. 누구의 표정에서도 궂은일을 잊으려 한다거나 나이를 아쉬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다음날은 몇몇 곳의 관광나들이였는데 자연스럽게 파트너를 바꾸어가며 위트와 재담으로 폭소가 그치지 않는 同笑同樂(동소동락)이다. 어디에도 사회에서 야기되는 의약분업의 갈등이나 韓·洋方의 위화감은 없었다. 더욱이나 立法과정에서 일어나는 예리한 편차는 찾아 볼 수 없는 즐겁고 재미있는 장면들 뿐이다.


10일에 있었든 서울 모임은 1기에서 23기까지 근 300명이 모인, 요즈음 상황으로는 좀 지나친 감이 드는 호화판 모임이었다.
유명연예인, 가수, 마술쇼가 등장하는 2시간의 여흥에다가 인원동원 속셈이 들어있는 경품 뽑기 30분까지.


CEO 모임답게 시대상에 맞는 어떤 메시지가 있어야 할 것이고, 보건의료계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서는 Head table에 각 의·약 관련 회장단이 함께하는 배려가 필요한 장면이었다.
기왕에 마시고 뚱땅거리는 자리라면 일선에서 헌신하는 전·현직 리더들을 자연스럽게 和同 할 수 있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눈과 귀로 들어오는 현란한 장면만이 오히려 마음속을 허전케 하지나 않았을까.
요즘 과장돼가는 놀이문화 파티문화를 방향 수정해야 될 그리고 그 일에 앞장서야 될 우리가 아닌가?


이번 2가지 모임에서 나름대로 느낀 것은 엘리트를 위한 사회교육의 중요성이다. 학벌이 다르고 전공분야가 다르기는 하지만 같은 도반으로 공부했다는 친숙함이 의약분업으로 인한 갈등이나 한·양방간의 불협화음을 많이 완화했다는 것이다.
한보연을 통한 세미나는 보건의료정책에 도움을 주었고 원우 전체로 이뤄진 여러 번의 취약지역 의료봉사는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간호사 등 모든 동문들의 화해와 단합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보건의료분야에 좋은 인재를 발굴 양성해서 새로운 활력소를 주는 것은 복지국가로 가는 더 큰 보폭이 될 것이라는 자부심이 남는다.
송구영신의 시점에 서서 강호제현의 건승을 기원하오며 타산지석으로 살펴주심을 앙망하는 바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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