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혜원스님]“ 사랑합니다, 고객님”

2009.01.08 00:00:00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어떤 분이 업체에 문의할 것이 있어 전화를 하니 전화를 받는 상담원이 맨 먼저 하는 말이 “ 사랑합니다, 고객님.” 이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하신 분의 말이, 자기가 알기에 사랑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고귀하고도 어려운 일이라 쉽게 읊어댈 수 있는 말이 아닌데, 현실적이지도 않은 말을 저렇게 쉽게들 해대니 현대인들이 말하는 사랑이란 것이 더욱 믿어지지 않는 것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일면 고개가 주억거려지기도 하는 그분의 말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 나는 스님이 본래 다 하나라고 하시는 말씀도 마음에서는 하나도 안 받아들여져요. 너와 내가 이렇게 엄연한데 자꾸 하나라고 하시니…….”  


‘우리는 하나’라는 말도 흔한 말이고 ‘너는 너 나는 나’라는 말도 흔한 말입니다. 모두가 이렇게 각각 다 다른데 하나라고 하는 건 왜 하나라고 하며 너와 나라는 구분은 또 무엇을 근거로 하는 것인가요? 씨앗을 심어 과일을 수확할 때도 얼핏 보면 모두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크기나 색깔·맛·모양·냄새 등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니 다르다고 하는 건 형체·색깔·소리·맛·냄새·감촉·생각 등을 기준으로 삼아서 서로 다르다고 분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싹을 틔워 열매 맺게 하는 근본 이치는 똑같습니다. 주어진 조건이 달라서 크고 작은 게 생기고 맛이 더 달고 덜 달고 하는 차이는 있지만 근본 이치나 성품면에서는 똑같단 말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을 받아서 태어날 때에 부모의 유전적인 형질이나 영양 상태와 같은 외부적 조건에 따라 모습이나 성격 등에는 차이가 있지만 사람의 성품, 근본에 있어서는 같습니다. 그 점은 짐승이나 초목도 같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주어진 조건만 다를 뿐 근본 성품으로 보면 생명으로 태어나는 그 근본 이치가 같습니다. 동일한 생명원리, 동일한 생성원리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모든 생명체의 근본이 되는 도리를 불교에서는 불성(佛性)이라고 합니다. 요즘의 말로 한다면 모든 생명체를 지탱하는 근본 에너지, 생명 에너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불교에서는 생명체만이 아니라 우주 만물이 다 그 근본 에너지라는 바탕위에 건립되어 있다고 말합니다만 우선은 생명체만을 생각해도 됩니다.


아무튼 이 근본이 되는 에너지 자리는 인간으로서의 너와 나의 구별에도 불구하고 근본에 있어서는 하나요, 서로 다르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 근본에 있어 다르지 않은 불성 자리를 또 다르게 표현한 말이 ‘참나’입니다. 그러니 ‘참나’에 너와 나의 구별이 있겠습니까? 나의 참나, 너의 참나는 모든 생명체의 참나, 나아가서는 우주만물 각각의 참나와 동일하고 하나입니다. 불교의 평등사상과 불이(不二)사상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는 당연한 결론입니다. 일체 만물은 근본에 있어서 서로 다르지 않으니 둘이 아니라(不二) 하나요, 한마음으로서 평등한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고객님을 한마음으로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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