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시론/이무건]어려운 때일수록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자

2009.02.16 00:00:00

이 무 건 <본지 집필위원>


 200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이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08년 12월 22일, 2008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전망치가 3분기보다 5.6%, 2007년 4분기보다는 3.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009년의 경제 전망치도 마이너스 성장이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경제의 전 분야가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 치과계도 예외일 수 없다. 치의신보 2008년 12월 29일자에 실린 개원의를 대상으로 한 ‘2009년도 치과경영 환경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9%가 ‘암울할 것’이라고 대답한 것이 이러한 사실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작년 10월 이후부터 매출이 뚝 떨어져, 작년 동기 대비 약 30~40% 정도 격감했다. 부채 부담이 전혀 없는 필자의 경우에는 그나마 지출을 최대한 줄여 그럭저럭 버텨낼 수 있지만, 개원초기의 회원들이나 부채가 많은 회원들은 견뎌내기가 무척 힘겨울 것이다. 기자재 대금, 원금상환, 이자부담 등 고정성 경비는 더 이상 줄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은 이 불황이 빠른 시일 내에 쉽게 회복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런 벼랑 끝 경제 위기를 맞아 한숨만 내쉬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설 연휴를 보내고 첫 출근을 한 지난 1월 28일, 클리닉으로 들어서니 오만상 찌푸린 채 한 손으로 턱을 싸맨 의료보호 대상 할머니 한 분이 기다리고 계셨다. 진찰을 해보니 치수염이었다. 내심으로 크게 반갑지 않았으나 치료를 시작했다. 여러 번의 내원 끝에 신경치료를 마무리하며 “손상부위가 너무 커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치아를 덮어씌워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형편이 되지 않으니 돈이 만들어 질 때까지 우선 좀 때워 달라”고 하셨다. 할 수 없이 아말감으로 정성껏 때워드렸더니 할머니께서 “돈도 안 되는 환자를 잘 치료해 주어 고맙다”고 하시며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하나 꺼내 내게 권하셨다. 300원짜리 야구르트 하나였다. 이 야구르트를 보는 순간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단어 하나가 있었다. 바로 ‘초심(初心)’이었다.


이렇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우리가 처음 치과의사가 되었을 때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때 돈을 염두에 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에 나오는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라는 구절을 떠올리며 앞으로 최선을 다해 환자의 치료에 열중할 것을 다짐했을 것이다.


이 어려운 시기를 맞아 우리 모두 처음 치과의사가 되었을 때 가졌던 ‘초심’으로 한번 돌아가 보자. 그리고 잠시 쉬어간다는 느낌으로 좀 더 느긋해져 보자. 경기가 풀리면 그동안 아말감 해 놓은 환자가 모두 보철환자가 되어 되돌아올 것이란 기분 좋은 생각을 해 보면서 말이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고, 밤이 깊으면 아침이 가까운 법. 어느 정치인은 정치적 고비 때마다 이렇게 외쳤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우리는 현재 여명의 새벽이 간절히 기다려지는 참으로 캄캄하고 어려운 밤을 넘기고 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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