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삶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나도 모르는 내 마음

2009.02.19 00:00:00

어떤 분이 초등학생 아들을 두고 있는데 엄마 속을 무척이나 썩이고 학교에서도 온갖 말썽을 다 피워 불려다니기가 바쁘고 심지어는 다른 학생의 부모들까지 찾아와서 항의한다며 하소연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이 “ 엄마, 나도 안 그러려고 하는데 그게 내 마음대로 안돼요.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라고 했다고 합니다.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못하는 그 부분을 우리는 업식이라고 부릅니다.


과거에 지나왔던 여러 가지 경험들이 알게 모르게 내 무의식의 저변을 견고하게 형성시켜 놓고 있다가 때가 무르익어 과거의 인연들을 만났을 때 연기처럼 스멀스멀 그 업식들이 풀려나와 이런 일 저런 일들로 내 앞에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좋은 일(善業)도 하고 나쁜 일(惡業)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선한 업(業)을 지은 결과는 좋은 일로써 오고 악한 업(業)을 지은 결과는 좋지 않은 일로써 닥쳐오게 됩니다. 어려서 잘 알지도 못하고 저지른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본인의 사정일 뿐이고 그 아이가 저지른 일로 인해 고통 받은 상대방은 그것을 은연 중에 마음에 새겨두게 되고 그 마음이 녹지 않았다면 언젠가 그것이 업의 부메랑이 되어 그 일을 저지른 사람에게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어쩌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지은 대로 받은 것이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치가 그러하다는 것이지 ‘당신이 지은 업대로 사는 것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살면서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불교의 묘미는 아마 이런 일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내게 닥친 일에 대해 ‘ 아, ‘나’라는 것이 있어서 이런 일이 벌어졌구나.’ 하고 인정할 줄 알며 설사 내가 상대로 인해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할지라도 ‘언젠가 어느 생(生)에선가는 내가 저 사람을 저렇게 힘들게 한 적이 있지 않았겠나.’ 할 줄 알아 지금 내 눈 앞에 드러나 있는 인연을 내가 먼저 녹이려고 하며 ‘ 본래 공(空)한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이 다 나왔으니 이 인연을 녹일 수 있는 것도 그 자리이다.’하고 자기의 근본인 불성(佛性), 그 공한 자리에 다시 맡겨놓아 일체가 결국 하나라는 것을 아는 그런 것들 말입니다.


성장기 때 그렇게 말썽을 피워도 지금은 어엿한 가장으로서 가정을 잘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지나오는 동안 여러 가지 것에 새로운 눈을 뜨고 아, 이것만이 다가 아니로구나 하는 것을 은연중에 알아감으로써 인생관도 바뀌고 소위 말해서 철이 들게 되면서 그런 거친 부분들이 세월과 함께 부드러워져 가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자기가 달라지기 위해 적극적으로 생각을 내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거친 업의 수레바퀴를 얼마나 더 돌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내가 아무리 척박한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간다 하더라도 그것을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은 내 마음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재료로 삼아 공부해 나가는 것이 바로 생활 불교입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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