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 삶-]습관의 이력/혜원 스님

2009.02.26 00:00:00


혜원 스님
<조계종 한마음선원 주지>

 

부처님께서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과 지나온 과거의 해골무더기 중에 어느 것이 더 크겠는가 하는 질문을 제자들에게 던지신 후 해골무더기가 더 크니라 하고 말씀하신 것은, 우리가 미생물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렇게 사람 몸을  받아서 나오기까지 수많은 생을 거듭하며 무수한 진화를 해왔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 무수한 생을 거치는 동안 겪었던 수많은 경험들로 인해 생긴 의식들이 지금 나의 몸을 형성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토끼가 여우에게 쫓겨 산을 달음질치다 앞다리가 너무 길어 나뒹구는 바람에  여우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는 처참함을 겪었다고 합시다. ‘아, 앞다리가 조금만 더 짧았더라면….’ 하는 한탄과 안타까움의 뼈저린 경험을 한 토끼는 더 짧은 다리를 가지고자 하는 의식의 씨앗을 심은 것이고 실제로 짧은 앞 다리의 토끼가 생태계에서 보다 우월하게 살아남게 됨으로써 토끼의 앞다리는 전체적으로 다 짧아지게 되는 것이라는 진화의 법칙이 나오는 것이지요. 그야말로 마음이 물질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런 토끼보다 더 많은 생을 거쳐 사람이 된 우리 의식의 저변에는 얼마나 더 많은 공포와 두려움과 기쁨과 슬픔이 깔려있겠습니까. 이것은 욕심과 질투라는 모습으로 바뀌어져 있기도 하고 자기 보호 본능이라는 단단한 의식으로 무장되어 있기도 합니다. 우리를 형성하고 있는 세포들은 그런 갖가지 마음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의식들에게 부처님께서 만물에 불성이 있다는 것을 아무리 일러주셔도 단번에 알아듣고 그렇게 자신의 근본인 부처의 마음으로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입니다. 


어떤 분은 이런 마음들을 단련시키고 항복받는 것을 강아지 길들이기에 비유하시더군요. 강아지를 처음 길들일 때는 아무리 가만 있으라고 해도 듣지 않고 뛰고 넘고 난리법석을 피우지만 그런 강아지를 길들일 때도 계속적으로 반복해서 일러주는 수밖에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처럼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수조 수억의 세포 의식들 또한 우리가 지금까지 내려오면서 겪은 그 경험들을 근거하여 형성된 것이므로 자신이 지금까지 살면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란 꽤 어려운 일인 것입니다.  힘 있는 자와 힘 없는 자가 있을 뿐인 약육강식의 법칙에만 익숙해있는 이 의식들에게 만물에는 다 불성이 있으며 우리는 모두 하나이고 평등하다는 진리를 반복해서 계속 일러주면서 행을 통해 실천하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올해에는 마음의 습관 한 가지씩을 녹이는 결심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부처를 찾아 어떤 완성된 세계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닥치는 일을 내 수행의 과제로 삼아 지나온 세월의 흔적인 내 마음의 습관 하나를 녹이는 것이 진리와 하나가 되기 위한 진화의 발걸음을 한 발 더 내딛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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