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시론/김 신]Cure에서 Care의 시대로 (1)

2009.03.09 00:00:00


다발성 우식을 가진 어린이를 맞아 몇 주간에 걸친 악전고투 끝에 전체 치료를 마치고 나면 얼마지 않아 처음에 치료하였던 치아들이 다시 썩기 시작하려는 기운을 목격하게 된다. 다발성 우식이 생기게 된 환경적 요인을 변화시키지 않고 곧 바로 치료에 골몰한 경우에 흔히 조우하게 되는 현상이다. 그래서 요즈음 우식학에서는 이런 초기 단계의 환경변화를 위한 노력, 일단 파괴과정을 정지시키는 것을 뜻하는 stabiliz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그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구강내 환경을 변화시키지 않은 채, 치료에 몰두하는 것은 사실 모래 위에 집짓기임을 우리 모두 잘 체험하고 있다. 치료는 잘 되었는데, 건강 회복은 전혀 되지 않은 가장 흔한 예이다.    

 
나의 은사님 중 지금은 퇴임하신 김종배 교수님으로부터 학부시절 들은 강의에서 유독 한 마디 기억나는 귀절이 있다. 의료인은 치료를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건강을 제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  임상의들은 자신이 일상적으로 골몰하는 진료행위가 전부 환자의 건강을 위한 일이었을까를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의 치료행위가 환자의 건강에 얼마나 기여한 것인지. 혹시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요즈음 우리의 임상치의학을 돌아보면, 과연 우리가 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 원고에서는 고단위, 최대침습적, 공격적 치료일수록 높은 의료가치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 현실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이를 탈피하기 위한 방안을 위하여 몇 마디 서투른 제안을 하고자 한다.


1) 우리 치과 의료의 문제점
우리 동업자들끼리 흔히 하는 말로, inlay가 crown되고, crown이 bridge되었다가, 다시 bridge가 denture되고, 마지막에는 denture가 implant된다는 말이 있다. 사실 장시간을 두고 따져보면 거의 틀림없는 말이다. 한번 환자가 되면 다시는 환자의 신분을 벗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 이고, 어찌 보면 환자를 위한 의료라기보다 의료를 위한 의료인 셈이다. 의료사회학에서 이야기하는 소위 clinical iatrogenesis와 medicalization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우리는 지난 학부시절의 강력한 교육을 통하여 G.V. Black이라는 존함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는 와동학의 중심에 선 분이었다. 그가 주장한 와동원리는 지금도 생생하게 외울 수 있다. 아직 썩지 않았지만 앞으로 썩을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전부 박멸하고, 치료과정의 편의에 방해되는 부분도 없애고, 수복물의 탈락을 막고 유지력을 부여하기 위해 교두 하방에는 반드시 undercut을 부여하고 와동변연은 반드시 자정지역에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 그래서 우리 치과의사들은 이 금과옥조와 같은 말씀을 따르려고 우식에 전혀 무관한 생생한 치질을 지금껏 많이도 없애 왔다. 그러나 요즈음을 돌아보자. 문화 전반, 교육, 사회적 환경의 급격한 향상에 힙입어 우식은 점차 경증화되어 가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과거에는 없었던 치질 접착성 재료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위용을 뽐내며 의료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 요즈음의 현실이다. 그래서 Black 할아버지의 개념은 이제 시대착오적인 오랜 유물이 되어야 하고, 이에 대조적으로 요즈음 부쩍 많이 화두로 떠오르는 개념이 최소침습적 치의학(minimal invasive dentistry)이다.
 <다음에 계속>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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