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혜원스님]세상의 못난 사람과 잘난 사람

2009.03.19 00:00:00

어떤 스님이 출가한 지 15년이 넘었는데, 어느 날은 결혼해서 사는 여동생 집엘 갔더랍니다. 부모님도 다 여의고 여동생이 고등학교 선생님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장하게 여겨져 격려 차원에서 들러봤다고 합니다. 선방으로 다니는 스님을 여동생이 일부러 청한 것이기도 했고요. 부부가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동생 내외가 퇴근해서 들어오기 전에 스님은 손수 나물을 무치고 국을 끓여 동생 내외를 맞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랜만의 식사를 하는 와중에 동생 내외가 사소한 말다툼으로 서로 투닥거리더랍니다. 그래도 스님이 와계시고 스님이 직접 차려준 밥상을 대하고 앉았으면 웬만하면 그냥들 참으련만 하고 싶은 대로 서로 뾰족한 말들을 주고 받더랍 니다.  평소에 이 부부가 어떻게 하고 살아왔는지 그 생활상이 스님 눈에 선연히 보였습니다. 스님은 식사가 끝난 후 부부를 단단히 꾸짖으면서 너희 부부는 서로에게 참회하는 108배를 하도록 하라고 엄중하게 말하였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방에 들어갔는데 여동생이 밤늦게 그 방으로 찾아왔더랍니다. 그러고는 ‘아까는 자기 남편의 이런 이런 점 때문에 생긴 싸움이었다. 그 사람이 원래 좀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늘 속상하게 하는 걸 내가 그래도 참고 사는 거다.’라는 요지의 말을 하더랍니다. 스님은 찾아온 동생에게 “ 너는 200배를 해야겠구나.”라고 했답니다. 그러자 동생은 억울하다면서, 스님은 저 사람의 이러 이러한 점을 잘 모르지 않느냐, 자기가 저 사람의 그런 성질을 봐주며 사느라고 얼마나 힘드는데 스님은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다고 막 원망을 하더랍니다. 그러자 스님은 “ 너는 300배를 해라.”라고 더욱 더 단호하게 말했다고 합니다. 동생은 억울해서 눈물을 줄줄 흘리더랍니다.


많은 부부들이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봐주는 것을 힘들어 하며 꾹 참고 살거나 아니면 이 모든 일의 근본 원인이 상대에게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스님의 눈으로 봤을 때 동생 남편은 크게 물욕이 없고 현재의 생활에 만족할 줄 알며 사는 속 깊은 사람이더랍니다. 오히려 자기 동생의 성취욕이 무척이나 높아 그런 남편이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어서 남편을 무능한 사람, 또는 야망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며 자족하는 생활 자세를 게으른 자의 모습으로 매도하고 계속 못마땅하게 봐온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행복하게 이상적으로 잘 살 수 있는 부부가 서로가 인생을 보는 관점이 다름으로 인해 괜찮은 사람이 아주 무능한 인간으로 취급당하며 살아온 것입니다. 사물을 보는 시각을 상대와 나로 나누어 비교하고 거기에서 높낮이를 측정해낸다면 세상에는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의 두 가지 부류로밖에 나눌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그런 보이는 잣대로는 잴 수 없는 수많은 가치로운 것들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힘없는 이를 보호하려는 아름다운 마음,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배려, 내 것을 잃더라도 더 많은 남들이 기뻐할 수 있는 일을 택할 수 있는 용기 등등 말입니다.
친구에게 맞고 들어온 내 아들에게 ‘너도 맞은 만큼 반드시 때려줘야 한다.’는 걸 가슴에 새겨주는 것이 부모로서 가르쳐야할 가장 올바른 교육인가 하는 것은 이 시대의 부모가 고민해야 할 큰 숙제인 것 같습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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