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론]임플랜트 광고의 품격/박용호

2009.04.06 00:00:00

조반 후 밤새 벌어진 세상사가 궁금하여 펼쳐든 조간지 사회면에 대문짝만하게 총천연색으로 도배한 임플랜트 광고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동안 동료 치과의사로서 한때는 그 광고 자체가 그동안 축적된 우리의 역량을 과시하는 것 같은 자긍심도 있었고  첨단 치의술을 대신 홍보해주는 역할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청년, 비정규직 일자리가 일 년 새에 몇 십만 개가 없어졌다는 어려운 우리 경제” 라는 사설 바로 밑에 위치한 임플랜트 광고를 대하면 아이러니칼한 심정이다. 서민들이 먹고 살 것도 없다고 하는데 뭘 먹으라고 임플랜트를, 그것도 한번에 20개씩이나 (고급 승용차 한대 값을 투자해서)할 수 있다고 부추긴다. 누가 몰라서 못하나, 돈이 없어 못하지.


사람이 저마다의 인격이 있고, 직업에도 나름의 직격(職格)이 있듯이, 광고도 어느 정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대한치과의사협회 의료광고 심의필이라고 상단에 코딱지만하게 나왔다손 처도 뻔히 보이는 상업적인 언사는 인술의 격과는 거리가 멀다. 즐거운 기사라도 반복되면 싫증나는 법인데 하물며 별로 아름다울 수 없는 내밀한 입안을 드러내 보이며 어서 오십시오 하는 것이 의격(醫格)에 어울릴까?


광고를 통해 치과계 전체를 알린 공적은 가상하지만 지나치면 결국 동료와의 싸움이 된다. 어느 원로 치의 선배가 임플랜트 광고를 보고 과대·과잉 광고라고 못마땅해 하면, 옆에서 듣고 있던 사모님이 “그래도 그리 엉터리라면 어떻게 유명신문에 그렇게 크게 광고하겠느냐고, 당신은 임플랜트 할 줄 모르느냐”고 면박 준다며 씁쓸해 했다. 경쟁이 지나치다 보니 백만원 임플랜트도 있다고 찌라시 돌리는 비윤리적인 회원이 적발되는가 하면 서로 자기가 쓰는 임플랜트가 최고라고 싸움 아닌 싸움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70년 대 산업화 시대만 해도 ‘이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 국민들이 많았다. 그나마 어려운 노인들에게 무료의치를 시술하지만 아직도 대기자가 허다하고, 보험재정이 부족해서 틀니 보험화를 못하고 있는 판인데, 여기에 틀니보다 훨씬 더 좋은 임플랜트를 하라고 하는 것은 허공에 좋은 말만 때리는 셈이고 능력 없는 사람들에게는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자꾸 눈에 띠는 광고 때문에 위화감과 박탈감만 조성할 뿐이다.


광고를 일삼는 의사들의 면면을 보면 자타가 인정할 만큼 수술 실력이 최고는 아닌 듯이 보인다. 알량한 박사학위 논문을 들먹이는가 하면 뻔한 임플랜트 학회 회원임을 노출시키고 그럴듯한 미국 치대 출신이거나 외래교수임을 밝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들이 그렇치 못한 의사들에 비해 실력이 나을 수는 있겠지만  정말 고수는 그런 식의  광고를 하지 않음은 치과의사끼리는 다 아는 사실이 아닌가. 요는 돈이 되는 환자는 혼자만 끌어 모으겠다는 발상이다. 일반 진료도 입소문 듣고 기대심리가 한껏 올라간 상태로 찾아 갔다가 실망해서 의료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더군다나 광고만 보고 들렀다가 고비용의 수술이 실패라도 하는 날에는 결국 전체 치과의사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법이다. 나아가서 고가의 임플랜트는 치과의사는 불황도 없이 잘 번다는 그릇된 인식을 은연중에 심어주어 수시로 세무당국이나 PD저널리즘의 타깃이 되는가하면 그 여파가 대부분의 영세한 일인 개업 치과에까지 파급될 수 있다.


이제는 광고도 그만하면 된 듯싶다. 그동안 화려한 미사어구에 전문 사진까지 동원하고 인터넷까지 가세해서 임플랜트가 좋다는 것은 이미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니 이 정도에서 멈추어야 한다. 모든 것이 지나치면 화를 자초하는 법이다. 그래도 굳이 광고를 하려거든 일간지보다는 치과계 전문지에 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우선 동업인 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환자에게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다. 그래서 자기네의 수술 기법과 실적이 다른 데와 무엇이 차별되는가를 전문 용어로 진솔하게 밝히고 꾸준히 정진한다면 정말로 치과인들이 알아주고 소개해주는 임플랜트계의 실력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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