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삶- 혜원스님]상대를 통해 비추는 나의 모습

2009.04.30 00:00:00

불교에서의 연기법이라는 것은 간단히 말해, 세상 모든 것이 하나의 개별적인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연이라는 관계에 의해 원인과 결과로서 연기(緣起)하여 일어난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연기법을 화엄경에서는 인드라망이라는 비유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드라는 한역(漢譯)하면 하늘의 신 중에 하나인 제석천(帝釋天)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 제석천의 궁전에는 많은 구슬로 만들어진 그물 즉, 인드라망이 있는데 그 그물은 한없이 넓고 이음새마다 구슬이 있으며, 그 구슬은 서로를 비추고 비추어 주는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또 그 구슬들은 서로를 비출 뿐만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져 있으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라는 것이지요.


만물이 서로 그물처럼 얽혀있다고 하는 인드라망의 비유가 불교에 있다면 현대 물리학에서는 그걸  이렇게 말하고 있더군요. ‘어떤 사건이나 어떤 존재도 홀로 일어날 수 없다. 다만 겉으로 그렇게 보일 뿐이다.’ 라고요. 우리는 마치 스스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세계의 실상은 서로가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를 비추고 비추는 밀접한 관계 속에서 큰 하나를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서로가 서로를 비추니 내가 상대라는 존재를 귀히 여길 때 나 또한 귀함을 받을 수 있으며 내가 상대를 하대하고 업신여길 때 서로 그물처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 우주의 질서 속에서 언젠가 나도 남에게서 그런 업신여김과 하대를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그 구슬에 우리는 어떤 모습을 비춰야 내게 도움이 되고 내게 빛이 나고 내가 밝아지겠습니까. 상대를 나와 둘이 아니게 여겨야 상대도 나를 하나로 안아줄 것이며 내게 닥친  고통을 나는 ‘내 인생의 수행 재료이다’라고 여겨야 그것은 내 인생을 보다 깊고 넓게 만들어 줄 재료로서의 모습을 비추지 않겠습니까? 이 인드라망의 비유는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참으로 귀한 존재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이익과 밝음을 주는 그런 관계 속에서 공생할 수 있고 공식할 수 있다는 뜻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의 나를 비춰주고 있는 사람들은 나의 동료들이며 내 가족이며 내가 아는 그들입니다. 그 사람들을 통해서 나는 어떤 나를 비춰보이고 있는지요?


‘왜 저 사람은 나를 이렇게 대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이 그 사람에게 비친 ‘나’임을 알고 좋은 모습은 같이 비추고 나쁜 모습은 더 이상 나쁘게 돌아가지 않게 마음을 돌려놓으려고 노력해보세요. 정토(淨土)가 바로 그곳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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