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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없는 진료실을 꿈꾼다

사설

진료실이 위협받고 있다. 의료인들이 의술을 펼치고 생명을 구하는 그 공간이 위협과 공포의 역사가 되고 있다.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심각한 폭력이 줄을 잇고 있는 최근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증오와 원망이 의료진과 환자 사이를 양분한 것처럼 보이고, 갈등을 부추기는 일부 언론의 준동도 우려스럽다.

지난 2016년 이른바 의료인 폭행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됐지만 의료계가 체감하는 공포의 크기는 오히려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치과를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를 이미 수차례 간접 경험한 바 있는 치과의사들의 분노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2월 청주 치과의사 흉기 피습 사건, 지난 2016년 8월 광주 여자치과의사 흉기 피습 사건, 2011년 경기도 오산 치과의사 사망 사건 등 피해 치과의사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빼앗은 사례들은 대중매체에도 보도가 되면서 진료실 폭력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 바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제외하더라도 일부 환자들에 의한 언어·신체적 폭력은 이미 치과 개원의들 대다수가 경험하고 있는 일상에 다름 아니다.

지난 2016년 대한여자치과의사회 정책위원회가 1000여 명의 치과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진료실 폭행, 협박에 관한 설문조사’결과를 분석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치과의사 열 명 중 일곱 명은 진료실이나 대기실 등 치과에서 폭행, 협박 등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응답자 중 92%는 과거에 비해 진료실 내 폭력의 정도가 더 심해졌다고 답하기도 했다.

온갖 성격의 환자들이 들고 난다지만 여성 종사 인력이 많은 치과의 특성 상 갈등이 고조되면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되는 것도 한 순간이다. 좁은 공간에서 적은 인원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폭력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실의 폭력은 결코 미학이 될 수 없다. 폭력은 그 자체로 인류가 지양해야 할 가장 원초적인  악덕 중 하나다.

이제는 진료실 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단호한 결의와 엄정한 대응으로 치과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의 공포를 줄여 나가야 한다. 그게 생명을 지키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