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0 (일)

  • 맑음동두천 21.2℃
  • 맑음강릉 24.2℃
  • 구름조금서울 22.4℃
  • 맑음대전 22.0℃
  • 구름조금대구 22.6℃
  • 구름많음울산 20.7℃
  • 맑음광주 23.1℃
  • 구름많음부산 23.0℃
  • 맑음고창 22.1℃
  • 흐림제주 20.5℃
  • 맑음강화 20.6℃
  • 맑음보은 22.7℃
  • 맑음금산 21.2℃
  • 구름많음강진군 23.1℃
  • 구름많음경주시 22.9℃
  • 구름많음거제 23.2℃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아닙니다/단편소설

★ 희망의 나라로

위암 수술 후 양전자 단층촬영(PET 검사) 결과, 경식은 죽음의 그늘을 의식했다. 위 전체를 잘라내는 극한의 수술을 받았지만, PET 촬영 검사 결과 광범한 암 전이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암 진단 후 환자는 대체로 5단계의 심리 변화가 온단다. 첫 단계가 현실 부정, 둘째 단계가 ‘하필이면 내가 왜’하는 분노, 셋째 단계가 아픈 상황과 타협, 넷째가 생의 포기로 오는 우울, 다섯째가 죽음에 순종하는 수용. 이라는데 - 내과 전문의로 30년 임상 경험이 풍부한 경식은 수술 후 항암 치료 초기엔 ‘왜 하필이면 내가’ 라는 둘째 단계부터 심적 갈등을 시작 했다. 그리고 검사 결과가 너무 부정적인 것을 알고 바로 5번째 단계로 죽음을 수용했다. 고통의 항암치료를 의료진은 강행 했지만, 그 고통을 ‘내 십자가’로 믿고 지고 갔다.

배를 저어가자 험한 바다물결 건너 저편언덕에
산천 경계 좋고 바람 시원한곳 희망의 나라로
돛을 달아라 부는 바람맞아 물결 넘어 앞에 나가자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 찬 희망의 나라로

경식은 치과봉사자 김 원장의 권유로 현재명 작곡의 가곡 ‘희망의 나라로’를 매일 맘속으로 불렀다.

“원장님(그는 경식을 지난 20년간 늘 이렇게 불렀다) - 이 가곡을 성가처럼 불러보세요. 불교에선 이승을 고해(苦海)라 하지요 바로 ‘험한 바다 물결’입니다. ‘건너 저편언덕’은 한문으로 피안(彼岸)이라고 하는데, 불교에선 피안이 저승이지요.”

저승이 자유 평등 평화 행복 넘치는 희망이라니, 얼마나 아름다운 긍정인가. 이 노래를 불심으로 작곡 작사 했다면, 작곡가 현재명 선생은 ‘불후의 선업’을 쌓으신 분이다. 김 원장 권유로 부른 이 노래가 경식의 죽음을 희망으로 바꾸어 주었으니까

- 죽음의 골짜기 간다 해도 주님 함께 계시면 두려울 것 없어라 -
마지막 생명력이 다하면서, 시편의 한 구절을 경식은 죽음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경식의 귀엔 맥신부(神父)님의 임종경(臨終經) 기도가 점점 작게 들린다. 그리고 엄마, - 나이 63세엔 ‘어머니’라 불러드려야 맞지만 ……, 경식은 평생 ‘엄마’라 했다. 평생 그리운 엄마의 묵주기도 소리는 작별할 엄마의 마지막 자장가다.

프란치스코 수도회 제3회 회원으로 저승길은 고향 길 가듯 해야 한다. 죽음이 끝이 아니고 ‘죽음이 희망이며 -영원한 생명의 시작이라’하신 순교 직전의 김대건 신부님의 마지막 말씀, 그리고 ‘영원한 삶으로 들어갑니다.’라고 하신 24세의 소화(小花) 데레사 성녀의 임종선언을 생각하며, 용기를 희망을 가졌지만, 4년 전 아버님 떠나시고, 남은 가족은 경식뿐인 홀 어머님을 남겨두고, 미리 떠나는 불효는 자꾸 갈 길에서 뒤를 돌아보게 한다.

아버지께서 먼저 세상을 떠나시고, 힘들어 하시는 어머니께-
“엄마 얼마 있지 않으면, 아버지 곁에 가실 텐데, 다시 만날 희망으로 사세요, 지금까지 아버지와 헤어질 날이 점점 다가왔지만, 오늘 부터는 다시 만날 날이 점점 다가오잖아요.”
경식의 위로 말씀에 말없이 눈길만 주시던 어머니, 그러나 그 길을 앞서는 불효자, - 경식은 ‘헤어짐은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 이라는 자신의 말이 이 지경에는, 어머니께 죄스럽기만 했다.
“엄마 안녕……, 곧 만나 뵐게요-.
그리고 십자가 위에서 죽으신 예수님의 가상칠언(架上七言) 중 6번째 말씀을 기도로 바쳤다.
“아버지 제 영혼을 ……”

★ 천국에 보화를 쌓으라 하신 뜻

깊고 어두운 죽음의 골짜기 터널을 지나 눈부신 광채를 만나며, 경식은 깜짝 놀랐다. 순간 그 빛이 너무 찬란하여 빨려 들어가는 듯하더니, 자신이 훨훨 녹아 없어진 듯 했다. 그 빛 속에 무수한 경식의 옛 모습이 주마등처럼 명멸한다. 그 광선을 따라 끌려가니 어디서
‘어서 오너라.’ 하는 말씀이 들려 온 듯하다.
‘아 아 베드로님 일까?’ 이곳이 천국의 문인가 보다. 천국의 열쇠를 가지셨다는 베드로님을 생각했다.
“여기는 저승입니다. 고생 많으셨죠. 경식씨”
마음의 깊은 곳에서 들려오던 익은 소리- 그 음성을 찾아 둘러보니 하얀 장백의(長白衣)를 걸친 모습이 있다.
“날 아세요?”
“경식씨, 내가 바로 경식씨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늘 함께한 수호천사랍니다. 평생 저를 마음의 소리로만 느꼈을 뿐, 만날 수 없었지만, 나는 경식씨 보다 경식씨를 더 잘 안답니다. 그리고 아니 보이던 나를 보실 수 있는 까닭은 경식씨는 육신을 떠난 영혼이기에, 내가 보이는 겁니다.”
“여기는 저승이니, 이승의 수호천사는 이승사자로 역할을 여기서 마치고, 이승에 가서 새 아기 영혼을 맡아야 합니다, 지금 함께 계시는 저승사자는 저승 수호천사입니다. 경식씨를 인계합니다.”
“저승천사님 경식씨 입니다.”

63년을 살아생전 마음의 소리로 듣던 그 음성이 수호천사님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육신의 오욕칠정(五慾七情)을 가진 존재가 아니기에 63년의 반려 천사와 이별이 바람 떠난 듯하니, 천사는 감정이 없나? ― 아 그래서 저승에 간 영혼이 이승 존재를 잊는 것일까? 그래도 난 아직 홀로 남으신 어머니 존재가 그립다.
경식은 천국문의 열쇠를 받은 예수님의 수제자 베드로 사도, 자신의 세례명 성인을 이제나 저제나 뵈올 상상을 하며 새로 경식을 맡아주실 저승 수호천사에게 궁금함을 털어 놓았다.
“베드로님 앞에는, - 언제 베드로님께 갑니까?”
“혹시 심판 받으려?” 천사가 되물었다.
“-------”
“베드로님께는 안갑니다.” 저승 천사는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천국에 들면 사도 베드로님은 그때 만나게 됩니다. 천국은 영혼마다 하느님 신비체 일부가 되는 모든 성인의 통공(通功)입니다. 죽으면 육신은 화장이나 매장으로 지구의 원소로 돌아가지만, 육신과 갈라선 영혼은 ‘거룩하다면’ 하느님 신비체로 귀의 합니다. ― 사도 성 베드로님의 천국문은 하느님께서 베드로에게 교회의 권한을 맡기신 다는 상징입니다. 베드로님이 면접관처럼 매일매일 죽은 그 많은 망자들을 다 만나 심판할 수 없지요.

- 한 예를 들면,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폭투하로 10여만 명이 사망했는데, 그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사도 베드로를 만나는 상상을 해보세요. - 말도 안되지요? 그러니 베드로님의 천국문 업무는 당연히 역할(役割)의 사자(使者) 저승 수호천사들의 일이지요.”

경식은 갖가지 천사에 관한 질문을 했다. 천사들은 인격체 개성을 갖는 사람과 달리 천사는 개성이라는 존재감보다 역할이라고 한다. 하느님의 사자(使者)라는 ‘역할’이 천사의 특성이다.

“하나 더 여쭙겠습니다. 가톨릭 성가 77장 가사에 9품 천사라고 했는데, 그 나뉨은 무슨 계급입니까? 개성은 없고, 역할만 있다면 9품이라는 품계가 필요 할까요?”

“9품 천사는 성경을 기록한 필자나, 입으로 전하는 구전이 사람인지라 사람 식으로 표현 한 겁니다. - 품계? 그건 서로 지배 하려는 인간들이 권력을 지키려는 욕심으로 만들어 진 것이지요. 천사는 지배는 없고 역할 만 있습니다.”

“역할을 - 주방기구를 예를 들어 설명하지요 주방기구는 위계질서를 위한 계급이 없고, 냄비며, 프라이팬, 칼도마, 국자들이 서로의 역할 만 있지 않습니까? - 여러 사람들이 대천사 미카엘 라파엘 가브리엘이 하느님 다음인줄 아는데, 대천사와 우리 수호천사와 다를 것 없지요. 단지 그분들의 역할이 구세사 적으로 너무 혁혁한 역할을 해서 인상적일 뿐입니다.”

“미카엘은 사탄과의 결전으로, 그래서 사람들이 천사장이라고 호칭을 붙였지요, 가브리엘은 마리아께 태중 아기 예수님 수태 사실 사실을 알리신 구세사의 중요 역할, 회교에선 마호멧에게 나타나 코란을 전수하기도 하지요 라파엘은 구약 토비드에서 병든 자와 병든 지상의 치유에 관한 행적으로의 역할입니다.”
“모든 종교 중에 천사가 가장 많이 거론 된 가톨릭 즉 로마교회 전승에 천사는 총 9품으로
1품: 세라핌천사, 2품: 케루빔천사, 3품: 좌품천사,
4품: 권품천사, 5품: 능품천사, 6품: 역품천사,
7품: 주품천사, 8품: 대천사(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9품: 수호천사.
보통 묵시록엔 일곱 대천사라는 말씀이 있지만 그 대천사는 8품의 대천사 대천사의 숫자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요.

천사는 종교에 따라 다양하게 설화나 경전에서 거론 됩니다. 동방교회 서방교회 유대교 회교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어지며, 지역이 중동이 아닌 불교나 도교에서는 ‘나한’ 이며 ‘선녀’로 일러지며 모두 하늘의 사자들의 다른 이름입니다.”

저승 천사는 계속했다. 천국에 대한 안내가 주요 역할이기에-
“성경에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라는 말씀을 보면 천사의 역할은 바로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역할입니다.― 연결은 천사 뿐 아니라, 사람도 하늘과 땅을 이어주고 연결 시켜주는 다리의 역할을 할 수 있기에, 천사의 직무는 영적인 존재들만이 받을 수 있는 직무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그 사람 천사 같아.’ 라는 표현은 천사 역할을 설명하는 적절한 표현 이라 하겠습니다.”

“그럼 저승 안내는 궁금한 대로 질문 하시고, 천국에 합당하신지 ‘천국문 심의’로 들어갑니다. - 먼저 생전의 수호천사님께서 넘겨주신 뜻을 살피니, 경식님은 의사였네요? 그럼 돈을 많이 벌었겠다. 꽃다운 아내와 자녀들도 다 잘 자랐겠고. -그래 재미 좋게 살았나요?”
저승 수호천사가 가진 생전의 수호천사의 인계 자료는 영적으로 받아 소상히 알텐데 능청을 떤다.
“재미는요- 사실 저는 장가도 못 갔고, 자녀도 당연히 없죠. 재산도- 무료 환자만 봤기에 부모님 보살핌으로 근근이 살았습니다.”

“아니 그래요 ? 부모님이 도와 주셨다니 부모님께서 재벌이셨나요 ?”
“아닙니다. 6.25 때 월남한 실향민으로 남대문에서 장사하여, 저를 의대까지 마치도록 뒷바라지 하셨죠 - 부모님 교육 방침이 신앙중심이라서 자식 장래도 하느님 뜻대로 의탁 하셨습니다.”
“신심이 대단하신 부모님이셨네요 - 그래 무료 환자를 그래 얼마나 보았나요?”
“그 숫자를 어찌 헤아리겠습니까. 저와 함께 뜻을 같이 한 동료 의사들, 봉사자들의 도움이 지요. 굳이 숫자로 표시한다면 신문에 나기로는 우리 팀 치료 환자 수가 40만 명이라고 하데요.”
“오마이 갓― 와 대단하네. ……”

“내가 저승천사 일을 삼천갑자 동방삭이 보다 더 오래 봐 왔는데- 대 기록이야. 오마이 갓.”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라고 하지요-여보게 저승 갈 때 무얼 가져가나 이런 영화도 나왔지요. 관속에 재물을 넣고 가도 저승에 도달 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래 예로부터 제왕의 무덤은 저승에 못 가져간 금은보화가 많아 도굴(盜掘)이라는 전문 직업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힘들게 도굴하지 않고 현찰을 챙기는 우스개도 있습니다. 정이 많은 문상객이 관속에 정표라고 10달러짜리를 넣어주니, 문상객이 너도 나도 넣어주자 -어느 저 똑똑 문상객이 거하게 1만 달러짜리 가계수표를 써주고, 거스름돈으로 그 안에 현찰을 모두 거두어 갔다는 우스개가 있지요 공수래공수거 개그입니다.”
“그러나 성경엔 저승에 갈 때 빈손으로 가지 말라 했습니다. -너희는 천국에 보화를 쌓아라. 그 곳엔 좀도 없고 녹도 슬지도 않고, 도적도 없다- 하셨지요.”

천사는 천국에 쌓는 보화의 참 의미를 더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 했다.
“예수님의 천국의 보화는 바로 부처님도 권한 선업(善業)입니다. 생전에 올곧은 행실이 천국의 보화로 쌓입니다. 경식 씨는 40만 명의 무료 환자를 돌본 공로를 다 천국에 쌓아 올린 겁니다. 그 보화는 생명나무 열매로 열리지요. 영원한 생명나무 열매는 십자가 생명나무에 달리신 열매로 십자가 죽음으로 열린 성자 예수님의 살과 피 열매입니다. 그 선업으로 모든 인류가 구원의 은혜를 받고, 그 공로가 천국의 모든 이들의 양식, 천사의 양식(Panis Angelicus) 하늘의 만나로 모든 영혼들의 영원한 생명을 주는 생명나무 열매지요.
경식씨 당신은 천국을 복되게 한 사람, 존경합니다. 여긴 시간이 흐르지 않기에. 영원무궁토록 복된 사람입니다.”
“아 선업이 생명나무의 열매로 열리는구나.”
천사는 계속 했다.
“경식씨가 살던 세상은 살아 숨 쉬는 모든 동물들은 남을 잡아먹기 위한 날카로운 이빨을 경쟁하듯 모두 갖고 있습니다.”
“사랑의 하느님은, 남을 잡아먹는 악에서 구원하시고자, 아드님을 먹을거리로 내어 주십니다. 요한복음 6장에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내 살은 참 양식이며 내피는 참 음료다 나의 살과 나의 피는 영원한 생명을 준다.’라고 선포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남을 잡아먹어야 사는 이 세상에 밥이 되시려 세상에 오셨다. 그래서 아기예수님 탄생시 집집마다 거처가 거절 된 까닭은 말과 소가 사는 외양간, 여물을 담는 가축 밥그릇, 구유에 태어 나시는 신비를 이루신 것이다. 놀랍게도 아기 예수님 탄생 모습, 강보(襁褓)에 싸여 구유에 누우신 모습은 밥그릇에 담긴 먹이의 모습으로 ‘나는 밥이다.’라는 말씀을 행위로 보여 주신 것이다. - 생명의 빵이 되시고, 생명의 음료를 마련하시는, 즉, 당신의 몸을 나누어 살과 피를 모든 이에게 주시려면,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희생 되셔야 했다. 그리고 이는 지고(至高)의 선업이다.
천사는 생명나무에 대해 계속 언급 했다.
“성서의 창세기를 보면 낙원 한가운데 두 나무, 즉, 선악과나무와 생명나무의 기록이 있습니다. 선악과나무 열매는 원죄의 열매로 죽음과 죄가 오고, 생명나무열매는 영원한 생명을 주는 구원의 열매입니다,
생명나무의 열매는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성체, 생명의 빵과 포도주로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죽으심으로 열리는 열매입니다. 십자가 나무가 바로 그 생명나무요 거기 열린 열매가 바로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의 살과 피이기 때문에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 저녁 ‘빵을 들어 쪼개어 나누어주시며 이는 내 몸이다.― 포도주를 나누시면서 이는 내 피다. “

경식은 천사의 말씀을 깊은 감동으로 모셨다 그리고 생전의 언젠가 영성체 후 묵상을 하니 ―-‘내가 너희들의 밥이듯, 너희도 서로 밥이 되어주어라.’---
들려온 말씀 - 생전의 수호천사가 일러준 소리 이었구나.--
이렇게 서로를 마구 잡아먹고 헐뜯고 사는 세상을 이젠 하직 했지만 너무 흉악스러웠다. 생전의 세상의 실체가 굶주린 귀신들이 모여 산다는 아귀 지옥(餓鬼地獄)이 아닐까 ? 제 아무리 배불리 잘 먹어도 반나절이 지나지 않아 허기가 지고, 또 무얼 잡아먹을까 생각한다. 소위 산해진미(山海珍味)라는 맛좋은 모든 음식은 모두 인간들에게 잡혀온 생명체들이다.

약육강식(弱肉强食) 문자 그대로 인간들은 단지 배를 채우려 먹을거리로, 더러는 식도락의 즐거움을 위하여 어미와 새끼가 엄연히 있는 생명체를 끊임없이 잡아먹는다.
수많은 차량이 줄지어 달리는 행렬이 모두가 먹고 살자고 돈벌이를 하려 달려간다면, 그 역시 남을 잡아먹으려 달리는 것-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지옥, 끊임없이 남을 잡아먹어야 생존하는 지옥이 경식이 떠나온 생전의 세상이다.

“천사님 생전에 있을 때 "먹이사슬"에 맨 꼭대기에서 모든 생명을 식품으로 알고 살던 인간은 불교에서 말하는 아귀(餓鬼)가 아닐까 생각 했었습니다. 그럼 거기가 아귀지옥은 아니었을 까요?”
“맞아요. 사시던 세상은 서로 잡아먹으려 이를 갈며 살았지요. 이빨을 크게 만든 것이 창이며 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빨 싸움이 커지면 전쟁이며, 그 전쟁에서 가장 잔인한 전쟁이 아이러니 하게도 종교전쟁입니다. 입으론 평화를 사랑을 외치면서, 그 속내는 남을 잡아먹겠다는 끔찍한 세상을 살다 오신 겁니다.”
“잠깐 종교는 어느 교나 사랑을 가르치는데 왜 종교전쟁이 제일 잔인 합니까?”
“독선 때문입니다. 교만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께선 위선자 독선자에겐 가차 없는 비판을 하셨고, 그로 인하여, 잡히셔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음을 마지 하시지요. 하느님은 그 살과 피를 아귀지옥에서 탈출할 생명나무의 열매로 삼으셨습니다.”

“지옥 중에 가장 지독한 지옥이 바로 악마들이 가는 무간지옥입니다. 독선과 교만의 악마들이 사는 지옥, 정권을 뺏으려, 지키려, 교만과 독선을 펼치는 악마들이 모인 그곳은 살인마들의 상호 무자비함 때문에 절대 가선 아니 되는데, 거기에 뛰어들게 하는 욕심이 바로 야망입니다. Boys be ambitious.― 이거 악마의 유혹입니다 사탄의 제자가 되는 겁니다.”

그런 지옥이 시간이 영원하다는 생각이 들자 더욱 무서웠다.
“질문해도 되지요?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말씀 중에 ‘여긴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뜻은 뭔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시간은 원래 없는 것인데 육신의 감각이 만든 것이죠. 맥박이 뛰는 것에 맞추어 1초라는 시간이 만들어지고, 3600초가 1시간, 1시간이 24개모여 하루, 하루가 365개가 모여 1년인데, 죽으면 오늘 저승에선 맥박이 뛰질 않아요, 그래서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 같다는 성경말씀이 있지요. 시간을 초월했다는 뜻이고, 시간이라는 관념조차 없는 것이 저승이거든요.”

부활하신 예수님은 다락방에 문이 잠긴 상태인데 벽으로 들어오셨다. 부활 하실 때는 수의를 개켜놓고 부활 하시니 알몸이셨을 것. 옷은 어디서 난 것일까? 그런데 벽을 뚫고-이 것은 벽이 없던 시간을 통하여 그리고 옷은 옷을 입으신 시간에 시간 공간을 초월한 이동을 하신 것이다.’ 이러한 경지를 가톨릭 교리 에서는 사기지은(四奇之恩)이라고-부활 후 생기는 시공을 초월하는 4가지 은혜)라고 한다.

화엄경 말씀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성불이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도 시공(時空)을 극복하는 이야기 이다. 서산대사와 사명당의 고사에서 거꾸로 접시 쌓기, 요리로 먹은 물고기를 토하여 헤엄치도록 다시 살리는 일화 역시 시공초월로 가능한 것이다.
천사는 시공을 다시 이야기 했다.

“최초 우주인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가도 거기엔 천국이 없더라.’라고 유물사관적 발언을 자랑스럽게 말했는데, 난센스지요, 천국은 마음, 영혼 속에 있으니 로켓을 타고 갈 수 없는 곳이어요, 천국을 가려면 자신의 마음, 영혼 속으로 들어가야 돼요, 그런데 들어가는 방법은 자기의 육적 욕망 자아가 없어져야 하죠. 자기를 버리면 마음은 무변광대(無邊廣大)한 우주 보다 넓어져 그 안에서 천국을 비롯해 저승 모든 곳과 우주와도 만날 수 있어요. 그래서 반야심경(般若心經)에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이라 부처님은 설(說)하셨습니다. 광대무변한 우주도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200억 광년 밖의 우주는 하나의 별처럼 빛나는데, 그 별 빛은 은하계만큼 지름이 50억 광년크기 우주로 200억 년 전 것이란 말이에요 그러니 그 우주의 빛은 200억 년 전 것이지요. 과연 그 우주가 현존 하기는 하는 건지. - 그래서-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처럼 순수해 져야 되는 것입니다. ‘너희는 이 어린이와 같아지지 않으면 천국에 들지 못하리라.’하신 성경 말씀이 그것입니다. 그러니 지극히 겸손하고, 제 이름을 버리고 제 오욕칠정을 버려 이웃을 섬기는 생활이 저절로 익혀져야 합니다.”

“이제 가실 천국을 보시겠습니다. 다른 사람처럼 무모한 거절은 안하시리라 봅니다. 천국은 모든 소원이 욕망이 이루어지는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마치 갈멜 봉쇄 수도원처럼 갑갑해 보입니다. 그래서 욕망의 노예가 된 대부분 영혼들은 그래서 천국을 마다하지요” 저승천사는 입체 영상으로 천국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놀랍게도 그 소박함이란 감탄할 정도다. 경식씨가 진료 봉사 하던 신림시장 스라브 옥상 가건물, 그리고 영등포 역 앞 쪽방촌 가운데서 진료하는 요셉의원처럼 허름한 모습이 천국의 거리다. 천국 영혼들은 모두 가난뱅이다. 식사라고는 생명나무의 열매가 다 인데, 십자가 모습의 나무에 성찬식에 쓰여진 밀떡과도 같고, 구약에 나오는 만나 같기도 해서, 도대체 먹는 낙은 없어 보였다. 밤낮도 없이 하는 일은, 제 십자가를 지고 고생 하는 것이 다였다.

입체 영상은 대화도 가능해서, 천국 영혼에게 ‘왜 그렇게 고생 하나. 물으니’ ‘그게 행복이란다.’ ‘왜 행복하냐’ 고 되물으니 한 번 자기 십자가를 찾아 지어 보면 그 이유를 안 다나?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음성만 들어도 믿음이 가고 그 말씨에 사랑이 전달되어 왔다. 그리고 그 결과에 희망이 샘솟는 듯 했다.

십자가를 지고 행복한 노동 이라니, 좀 자세히 일러 달라 하니, - ‘당신은 부모 노릇 못해 봤냐?’고 한다. 부모가 자녀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행복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한다. 보람 찬 내 십자가를 지고,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분을 따르면, 사랑과 평화가 넘친단다.
“평생 나환자를 섬긴 데미안 신부를 보세요. 그 어른은 자신도 나환자 섬에서 나환자가 되기까지 순명 하셨습니다.”- 저승천사가 보충 설명한다.
“부처님은 모든 욕망은 다 포기하는 멸제는 바로 성불이라 하셨지요. 그러니 여기 영혼 들은 다 성불한 존재들입니다.”

믿음 소망 사랑이 넘치는 평화ㅡ 경식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를 위한 기도를 문득 생각했다. 전대도 차지 않고 짚새기 하나에 지팡이 들고 전도 하라하신 예수님의 청빈 명령, 성경에 왜 ‘가난한 이가 행복하다.’ 하셨는지 이해되었다.
“말씀하신 천국이 바로 진리와 평화 인데, 제가 어디를 가겠습니까, 바로 진리와 생명의 길을 따르겠습니다. 이 영원한 복락의 나라에 받아 주신다면. -하느님께 영광, 영광을 바라보는 모든 영혼엔 평화입니다, 알렐 루야.”
이 감동과 은총으로 경식은 천국을 열렬히 소망하고 성취한다.

★혼인잔치에 안 가려고 핑계대는 사람들

저승천사는 이렇게 복된 천국을 혐오하는 영혼도 있다며, 천국은 많은 영혼들이 초대 되지만 대부분 자기 욕심 때문에 천국을 마다한다고 한다. 성경 말씀에 ‘혼인잔치 초대 비유’에서 - 아침부터 혼인 잔치 초대를 하지만 갖가지 핑계로 사람들이 회피하자 분노한 임금이 마구잡이로 잡아드리는 초대를 한다. 그러나 예복을 입지 않은 자들을 결국 내치는 비유처럼, 천국을 마다하는 영혼이 대부분이라 했다.

“여기 천국을 마다한 영혼의 예를 한번 보세요. 이 영혼은 경식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M그룹의 회장입니다.”
“- 아 -M그룹.”
경식도 알만한 영혼이다. M그룹 회장은 야심만만한 사람으로 M그룹을 자수성가로 일군 재계기린아다. 황해도 곡산 사람으로 6 25때 적치하에서 월남가족이 있다고 해서, 집안이 풍비박산 되어 전쟁 중 15살 나이로 9.28 수복 때 해주에서 화물선에 숨어 타고, 인천으로 월남한 투지만만한 자수성가의 인물이다. 인천 부두에서 막노동하다 이건 아니다 싶어 서울 남대문에 와서 지개벌이를 하다 국화빵 장사로부터 안 해 본 것이 없었다.
그는 저승 길목에서 금새 감을 잡았다. 천국 그곳은 그의 체질이 아니었다. 천국 사람들의 궁상은 그가 평생 잊지 못할 가난으로 아팠던 모습이었다. 저승 천사 앞에서 지체 높은 M그룹의 회장이나 경식 씨나 동등한 대접을 받았다.
“사업 그건 돈벌이 아니요. 그럼 많이 벌었겠네요?”
“많이 벌었습니다.”
M그룹의 회장은 자신을 몰라보는 천사가 약간 섭섭했으나, 자신 있게 말했다.
“그래 얼마나?”
“자손 대대로 먹을 만큼.”
“오호 대단하군요, 그래 얼마나 가져 왔나요?”
“에이 농담도- 저승에 어떻게 돈을 가져 옵니까 공수래공수거 아닙니까?”
“아니요, 공수래공수거라고 부처님이 말했나요. 예수님이 말했나요. 공수래공수거는 거짓말입니다. 성경에 천국에 보화를 쌓으란 말 혹시 못들었습니까? M그룹의 회장이 평소에 쌓아 올린 선업, 선행이 이 다 저승에 가져올 수 있는 재산입니다.
“네에?― 네에―”
M그룹의 회장은 아차 싶은 마음이다.
“무슨 자선단체 사회복지 사업 그런 거 관여 안했나요?”
“ -----”
“ 국회의원 정치 후원금은 냈어요. 그것도 여러 번, 많이--.”
“댓가성이 있으면 뇌물인데 뇌물은 천국보화, 선업에서 제외 됩니다.”
“아니 돈 봉투에 ‘뇌물입니다’라고 또 ‘댓가성 요망’이라고 써낸 일도 없고 또 내 돈은 수표번호도 모르게 하려고 라면 박스에 현금으로 줬는데 뇌물이란 증거는 없습니다. 그거다 선업으로 쳐서 저승에 가져올 수 없나요?”
“하하 부처님은 보시(헌금)한 후 기쁨이 있으면 참 보시가 아니라 하셨고, 예수님은 네 오른 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하셨습니다. - 회장님 참 재미있는 분이네요.”
“암요 저야 태생이 명랑 쾌활하고 착하지요.”
“그래 맞네요 회장님은 큰 죄를 짓진 않았네요. 그런데 하나 험이 있어요.”
“여자를 좋아해서 조강지처를 울렸네요.”
“ ------”
“여기 세상보기 조세경(照世鏡)으로 그 새 어떤 일이 있나 볼까요?-- 어허 뭐야 - 회장 장남이 후처 사람들에게 칼을 맞았군. ㅊㅊ.”
“네에? ― 아니, 그럴 수가- 안 됩니다. 아니, 그럼 안돼요.”
“그래 내 말도, 그럼 안돼지요.”
“그럼 어쩌죠? 아 아 미치겠네.”
“그 뿐 아니어요, 그 일로 회장 새 부인은 살인교사 혐의로 형사입건, 그리고 6자녀들은 상속 배분 문제로 민사 소송 돌입 M그룹이 난리네요 -그 자손만대 먹을 재산이 화근이네요.”
회장은 지금까지 안 돼는 일이 없었다. 불가능이 없었다. 어째 이런 일이 --.
“그럼 전 어쩌나요. 저래서는 안 됩니다. 다시 환생하여 세상에 돌아갈 순 없나요?
“여보세요- 회장, 회장이 아무리 유능해도 마음대로 태어나고 맘대로 저승에 오나요? 세상의 어떤 영혼도 생사는 자신이 결정 하는 것이 아니고, 오직 하늘의 명하심 곧 생명이라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겁니다.”
“다 잊고 이제부턴 회장 자신이나 걱정하세요. 천국은 맞지 않으실 것 같고-- 연옥에 가서 --그 곳은 시간이 있는 곳이라, 한동안 단련을 받고 회개 하면, 천국으로 오던지 아니면 환생 될 것입니다. 환생해도, 그 때는 무슨 존재로 태어날지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에 달렸지요”
“잠깐만요 - 제가 아까 본 천국. 거긴 보내 주셔도 안갑니다. 저와 너무 맞지 않습니다.”
회장은 입체 영상으로 본 그 가난이 싫었고 뭐 십자가 그런 것 너희들이나 지라하고, 평화 ? 평화가 밥 먹여 주냐고 생각했다. 회장이 살아 온 것은 오로지 쟁취였다. 평화 좋아하는 패배자들을 이해 못한다. 아니 용서가 안 된다.
그리고 천당 여자들, 여자들이 하나같이 쌕시 하지 못했다. 회장이 좋아하는 밤거리도 없었고, 한마디로 풍류가 없는 천국. ― 거기가 무슨 봉쇄 수도원이람?
“천사님 저는 가난이 싫고, 봉쇄 수도원 같은 분위기도 싫습니다. 어느 세상이나 다 투쟁하는 재미, 지배하는 재미도 있고, 그러다 보면 망하기도 하고, 고생도 할 수 있지요. 그래서 그런 세상을 원합니다 ― 그나저나 우리 애들과 문제의 첩년. 난 그걸 해결 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 주세요
- 그럼 환생을 해서 복수도 하고, 그룹도 키우고 자녀들도 돕겠다는 거군요. 연옥으로 가는 것만 다행으로 여기세요. 그리고 회장이 태어나고 싶어 부모님 앞에 태어났고, 죽고 싶어서 죽어 여기 와 있나요? 생사화복을 제 맘대로 하는 자는 우주 어디에도 없어요. 이제부터 제발 회장 때 하던 갑질은 뚝 그치고, 겸손해야 해요 그래야 연옥에서도 환생하는 기회가 생긴답니다.
“그래도 천사님 저는 천국은 제 취향이 전혀 아닙니다.”
“현재 선업이 전혀 쌓이지 않아 못 보내 드려요. 연옥 가셔서 많은 선업을 쌓아야 가는 천국이니 천국 갈 염려는 뚝 그치세요.”
말씀에 불린 자는 많으나 뽑힌 자는 적다 하셨는데 그 말씀대로다. 천국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갈 만큼 가기 힘든 곳이라는 말씀도 모르나 천국을 취향대로 가려는 것도 회장스러운 갑질이라고, 경식은 탄식했다.

★ 유산 6000원으로 이루는 평화

“경식씨 여기 갑질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을은 어떠한가 한번 보세요.”
천사는 그룹 회장 같은 거물과 전혀 신분이 다를 청소 미화원 김씨 입체 영상을 보여 줬다.
을의 대표 표상인 듯, 불쌍한 김씨는 차에 치어 처참한 모습으로 저승에 왔다.
갑자기 나타난 수호천사를 보고 놀라면서 자신을 평생 지켜준 수호천사를 알아보자 하소연부터 먼저 했다.
“마누라 없이 키운 두 아들 한 딸-- .”
“우리 애들한테 보내 주실 수 없나요? 천사님.”
“없어요. 사람으로 태어나서 살고 죽는 모든 일은 하느님의 명(命)대로랍니다- 그래서 그러한 하느님의 명을 생명(生命)이라 하쟎아요.”
김씨는 구로구 소속 청소 미화원인데 그날 새벽 4시 평소처럼 근무 차 경인선 철길 아래 입체 차도에서 내리막길에 과속으로 내려오는 도난 차량의 뺑소니 사고를 당해 현장에서 죽은 사람이다. 도난 차량은 문래공원 옆 길가에서 앞부분이 파손 된 채 발견 되었고, 범인은 문래역에서 지하철을타고 도주 한 듯-
김씨는 전생에 지은 죄가 연옥 단련을 받고나서 환생으로 되갚을 죄가 있어서, 자녀 셋을 두고 가출 행방 모호한 아내를 맞아 일생을 고생 희생하면서, 살아온 사람의 영혼이다.
“당신을 죽게 한 차량과 운전자를 미워하지요?”
“------- !”
“왜 말이 없어요?”
“생명은 하느님의 명하심이라면서요―.”
“제 명이 여기라니 어쩌겠어요―.”
천사는 세상보기 조세경(照世鏡)으로 김씨 유가족을 살폈다. 예비군복 차림이 형인 듯, 두 동생은 고등학생 또래 아버지 사진 앞에 촛불을 켜놓고 있다. 당산동 성당에 오갈 데 없는 이를 위한 무료 장례식장이 있는데 무연고자 장례식장 영안실 빈소 풍경이다.
“아버지 주머니에 남기신 6000원. 우리 셋이 2000원씩 나눠 가질까 했는데, -그 돈으로 아버지 좋아하시는 소주와 쥐포를 샀어 ―-이 걸로 우리 제사 지내자.”
셋은 망자를 위한 연도(練禱)를 정성껏 마쳤다. 그리곤
“아버지 없어도 열심히 살자. 내가 이젠 아빠야 ”
맏이는 두 동생을 안고 오열 한다.
“그전에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께 질문 했어-. ”
“아빠 우리들 땜 너무 힘들지?”
“뭔 소리야 아빤 너희들 땜 행복한데-”
“그게 아니고 청소하는 것 미화원……”
“천만에 - 그게 뭔 재미 인고 하니― 내 청소 손수레는 내 십자가란다. 보람의 십자가-.”
“아빠 - ”
이야기를 듣던 두 동생이 흐느낀다.
“오빠 고생만 희생만 하신 우리 아빠 천국에 가셨겠지?”
“당연하지-아빠는 돈은 못 벌어도 천국에 보화를 쌓아올리신 분이야 - 막내야 - 네 세례명이 왜 소화 데레사 인줄 알아? 소화(小花)데레사 세례명은 지극히 작은 희생도 봉사도 천국에 쌓으신 소화 데레사 성녀처럼 되라고 지으신 세례명이다. 그 내용처럼 아빤 소박한 작은 꽃들을 일생 가꾸신 분이다. 남자 소화 데레사셨으니까.”
아름다운 장면은 사별을 당한 가족을 슬픔을 희망의 속삭임으로 바꾸고 있었다.
“김씨 아저씨 자식 농사 잘 지으셨네요 -” 저승천사는 감동했다.
“감사 합니다 착한 애들이니까요.”
경식은 3남매의 광경이 천국의 진면목이구나 생각하며, 모든 사실을 마음 깊이 곰곰이 간직하였다.
사랑과 감사와 평화 넘치는 그곳, 세상에서 자신의 십자가를 보람으로 지고 살아가는 온유한 사람들의 나라로― 그리운 영혼들을 만나고, 특히 아버지께 엄마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