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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치 후 사망은 뉴스거리인가, 사전고지감인가?

수필

 

박용호 원장

 

박용호 치과의원 원장

대한치과의사문인회 회장(전)
한국문인협회 회원
치과신문 논설위원
치의학 박사
수필집 《와인잔을 채우다》

 

 

 

 

 

 

 

 

 

아는 후배로부터 급히 연락이 왔다. 60대 환자 단순 발치를 한 개 했는데 며칠 후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어 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를 거처 감염내과에 입원했다고 한다. 원래 신장과 심장에 기저질환이 있었는데 바이탈마저 우려되었다가 고비는 넘겼다고 한다.

 

환자 가족들이 몰려와서 항생제 처방을 안 해줘 이 지경이 됐다고 여러 차례 난리를 쳤단다. 후배는 멘붕 상태였다. 나는 환자가 사망 안 했으니 다행이고 배상은 보험사에 맡기면 되니 행패엔 담담히 대처하라고 일러두었다.

 

발치는 치과의사라면 매일 밥 먹듯 하는 안전한 수술이다. 중국 오지의 발치사(치의 없는 지역에서 발치만 전문으로 하는 기능사)가 완전 멸균 안 된 기구로 시술하고, 남미에선 토픽뉴스에 나올 정도로 진료 봉사 때 동산만큼 발치를 해도 큰 문제가 없다. 치의에겐 진료의 중심이고 그 자체로 생명의 근원이던 치아가 수(壽)를 다해서 악의 근원이 되면, 발치할 때 그렇게 신날 수가 없다. 사자의 마음과 여우의 말과 원숭이 손으로 소임을 마치면 조폭 두목 잡은 검사의 기분이 된다.

 

그러나 그 안전한 발치가 간혹 사람을 잡는다. 최악은 사망이다. 발치 후 급격한 전신 악화가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드라마틱한 추락에 치의는 아연실색한다. 환자 가족은 폭도로 표변한다. 치의, 환자 모두 경황이 없어서 연구 대상화가 어렵고 조기 해결에 급급한 나머지 묻혀진다.

 

Dr. Archer는 이미 구강악안면외과 교과서에서 발치 후 뇌내감염으로 사망한 27예를 언급했다. 19예에선 단지 한 개를 발치했다. 꼭 동시 다수발치가 치명적 감염의 원인이 아니란 말이다. 보통 상악치 발치 후는 뇌내감염이, 하악치는 패혈증이 가능하다고 보고되었다. Archer의 교과서를 보면 각 치아의 발치 자세 및 기구 위치 장면 하나하나가 정식 수술실에서 수술복을 착용한 치의와 간호사, 수술포로 스크랩한 환자로 진지하게 촬영되어 있다. 아마도 Archer가 후학들이 발치 후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게 저균수술법을 제대로 실천하도록 모범을 보인 것이 아닐까?

         
얼마 전 백남기 농민 사망은 외인사, 내인사 논쟁을 가져왔다. 시위 중 머리에 물대포를 맞고 뇌지주경막하 출혈로 사망했는데, 사인이 신장부전이라고 경찰 측(서울의대 교수 측)은 주장했다. 의학적 사인이 정치 논리에 휘둘린다. 상식적으로 주요 생장기인 두개부의 치명적 손상이 우선이므로 외인사가 아닌가. 비슷한 맥락으로 만약 발치 후 사망했다면, 외인사이긴 하나 치의는 억울한 면이 있다. 치아는 주요 생장기가 아니어서 오히려 환자의 낮은 면역력이나 기저질환이 더 문제가 된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 보면 여하튼 발치가 사망을 촉발한 인자이므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몇 년 전 선배에게 들었는데 중년의 환자가 전치 발치 위해 마취한 순간 의식을 잃어 응급실로 이송했는데 다음 날 사망했단다. 우여곡절 끝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부검을 했는데 선천성 뇌동맥류파열이었다.(당시 치과의사 출신, 김종열 국과수 소장의 배려로 부검순서를 앞당길 수 있었단다) 배상책임보험도 없을 때라 선배가 이후 겪은 마음고생은 고행 그 자체였다.

 

집으로 몰려와서 마당에서 농성하고 브로커가 개입되고 지쳐서 결국 거액의 합의금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아무리 희박한 가능성이라도 염두에 두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 개원의의 숙명인 듯싶다.

 

후배의 사건을 반면교사로 나의 치과 발치 시스템과 기구 멸균과정을 점검했다. 그동안 영상촬영, 병력과 약 복용력은 체크했지만 정작 발치 후 후유증은 간과했다. 선별적으로 노약자에게만 구두로 일러주고 챠트엔 기록을 생략했었다. 싹 바꾸었다. 모든 발치 환자에게 프린트한 후유증(사망가능성도 적시했다)을 알려주고 사인을 받도록 했다. 여태껏 이렇게 안 한 게 이상했고 교만했고 별 사고 없던 것에 감사했다.

 

대학병원 이비인후과의 경우 조그만 코 속 용종제거술도 사망을 언급하는데, 연조직 절개와 골조직 제거를 동반하는 사랑니 수술에 언급을 안 한다면 잘못된 일 같다. 설마가 사람 잡을 수 있고 환자 도망가고 놀랄까 봐 안 한다면 소탐대실일 듯하다. 이는 환자를 겁주기 위함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사망위험에도 불구하고 발치할 수밖에 없음을 사전에 신중히 고지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도 주의사항을 잘 실천하라는 무언의 압력이다. 치의도 사망가능을 고지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면 이런 최악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발치의 품격을 높이게 된다.

 

인과관계야 없지만 전혀 생각지도 않던 일이 다 일어나는 세상이다. 최순실이 국정을 장난치고 트럼프가 당선되고 서울 불바다 위협에 선제폭격론이 난무한다. 발치야 사람이 의도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것이므로 별일이 있겠냐마는 후배 사건 이후로 사람의 일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점심 때 후배를 만나 새로 작성한 발치동의서를 보여주었다. 반색하며 자기도 사용하겠단다. 시위에 열성인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난 아직 광화문에 못가봤다. 정치는 정치인의 몫이고 발치, 사람 죽지 않게 잘 해주는 것이 나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