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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안면 외상센터가 없다

박용호 원장

 

박용호 치과의원 원장

대한치과의사문인회 회장(전)
한국문인협회 회원
치과신문 논설위원
치의학 박사
수필집 《와인잔을 채우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치과가 미국 일반의학계의 주목을 받은 일이 있었다. 치과의사(구강외과 의사)들이 악안면 손상 환자 처치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 점이었다. 공식적으로 5000여 명의 치과의사들이 참전하여 안면골 골절수술 2000건, 하악골 총상 1123건, 골이식 125건을 기록했다.

 

이때의 경험으로 2차 대전 중에는 성형외과, 구강외과, 간호사, 마취사로 구성된 악안면손상 외과팀이 야전병원에 배치되었다.

 

전쟁 후, 전쟁외과의 발전에 자극되어 치과의사들 측에서 새로운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이 정립되었다. 이는 1946년 창립된 미국 구강외과학회의 요구 조건을 이수하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1950년 미국 육군 치무대장 Smith는 피츠버그 치과대학 및 가맹병원과 협력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이때 배출된 치의들이 이후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에서 지대한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한국의 구강악안면외과 발전에도 기여한다.

 

이병태 著 《나는 사람이 좋다》에서 이런 일화가 자세히 서술된다.

 

“정순경 박사가 군의관 파견 교육을 1954년 미국 제1육군병원과 미25야전병원에서 받았다. 교관은 성형외과 전문의 부스 대위와 구강외과 전문의 해치 대위였다. 이들이 지프를 동원해서 출퇴근시켜주고 이론 실기를 가르치고 나중에는 한 케이스씩 수술도 시켰다.……”

 

필자도 30여 년 전 강원도 현리 제102 야전병원 군의관 시절, 전쟁 상황 시와 비슷한 악안면 손상환자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 후송계로가 12사단‧21사단 치과, 원통 이동외과병원에서 응급처치 된 환자가 왔고 여기서 내가 해결 못 하면 국군원주후송병원, 수도통합병원으로 보내는 구조였다.

 

자존심과 의무감으로 겁 없이 한창 수술을 했다.

 

악안면 손상수술은 양악수술보다 난이도는 낮지만 보람감은 크다. 특히 중인면골, 두개기저부, 하안와벽 등의 분쇄골절 시는 수혈과 기도 절개가 필요한 때가 있으므로 경험 없이 갑자기 닥치면 당황한다. 그런데 치과 파트의 수술 케이스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안타깝다. 보수교육에서 들은 적이 없다. 최근 협회 학술지에도 케이스 보고가 전혀 안 보인다. 그러니 개원가에선 어느 병원의 누가 전문인지 전혀 정보가 없다.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라면 누구나 다 잘하는 기본수술이라서 그런가? 안면미용시술은 얻은 대신 사람 살리는 대수술은 잃는 느낌이다. 이미 30여 년 전 수련 당시 미국 치대 부속병원에 연수 다녀오신 변용성 과장님이 “골절 케이스는 우리 경찰병원만도 못한 것이 말이야, 하~나도 없고 순~ 양악수술 케이스더라”고 하셨다.


심평원 자료에 의하면 서울대 치과병원의 2015년 안면골 골절수술은 440건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한때는 케이스가 줄어서 전공의 견습을 위해 외부병원에 파견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과거 개인 치과를 경유해 유입되던 환자가 119구급대의 활약으로 병원에 분산되는 원인도 있을 것이다.

 

악안면외상센터를 설치하고 전문 교수를 지정하여 더욱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적극적 공익광고도 필요하다. 턱, 얼굴 외상 응급실을 동시 운용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그것은 사회적 소임이고 수술영역을 고수하는 원천이 된다. 수익만 생각하면 못한다. 그래야 국가중앙치과병원으로서 면모가 서고 이런 외적 타이틀과 시스템에 있어야 개원가에서 환자를 믿고 보내 준다.

 

성형외과 의사들의 잠식도 일조할 것이다. 그런 조짐은 이미 1990년대 환자 확보를 둘러싼 백병원 치과와 성형외과 수련의 간의 폭행 사건 때 있었다. 얼마 전 보수교육 연자로 온 순천향대 치과(구강악안면외과) 이기수 교수에 의하면 간혹 성형외과 수술환자들이 스크류가 치아 가까이 박혀 있어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고 한다.

 

학생 때 보철과 교수님이 성형외과에서 교합강의를 의뢰해 와서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역으로 보면 이젠 성형외과 측에서도 술식을 축적한 듯이 보인다. 검색해 보면 이미 성형외과의 안면 외상병원이 활성화되어 광고 중이다. 양악수술, 사랑니 수술 전문 치과가 출현했듯이 치과도 이 분야에 뛰어들기를 기대한다. 전국 치과의사가 도와준다면 안될 것도 없다.

 

또한 중요한 것이 전국 권역외상센터에 꼭 구강악안면외과 의사가 포함되도록 협회가 시도해야 한다. 외상센터는 석해균 선장이 당한 소말리아 해적 총상 사건 이후 설치되었다. 외과‧신경외과‧정형외과‧응급의학과 의사가 팀을 이뤄 24시간 상주하며 즉시 수술한다.

 

다발성 손상 환자에게는 구강악안면외과 의사가 필수다. 과거 관행적으로 응급 주요장기만 수술하고 안면부는 이차수술로 미루던 구태는 사라져야 한다. 현재는 대법원 판결 영향으로 외과와 관계가 악화되어 소지가 어렵겠지만 수준 높은 동시 수술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