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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삶- 허엽엽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홍보실자]당신은 왜 종교를 믿습니까?


“나는 그리스도는 좋지만 그리스도교 신자는 싫다."
인도의 영원한 지도자 간디(1869∼1948)가 교회에서 쫓겨나면서 남긴 유명한 말입니다. 그는 젊은 시절 영국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그는 온갖 인종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면서 어려운 유학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간디는 우연히 성서를 읽고 참으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하느님을 위해 그의 일생을 바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교회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에 지나지 않는 미개한 나라였고 인종차별이 심한 때 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결심은 빛을 볼 수 없었습니다. 교회를 찾아다니며 예수 그리스도를 잘 믿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여러 차례 청했지만 어느 교회도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간디의 이 날카로운 비판은 반세기가 훨씬 지났지만 지금도 그리스도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에게 유효한 말입니다. 많은 종교인들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서 자신의 종교에 해를 끼칩니다. 그들은 진정으로 자신이 믿는 바를 잘 모르고 믿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당신들 종교인들이 믿지 않는 이들과 다른 점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종교인이라면 늘 심사숙고해야 하며 구체적인 삶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 시대에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조상들의 전통의 본래 의미를 망각하고 엉뚱하게 왜곡시키면서 행동했습니다. 그들은 외형적인 행위만을 가치 판단의 절대 기준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예수는 율법과 전통의 본래적인 의미, 무엇보다도 마음의 율법이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진정한 신앙은 마음의 관계입니다. 위선은 외형적인 것과 내면이 다른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예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라고 비난했습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어느 종교인이 위선자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면 그가 섬기고 있는 종교는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신앙인은 자신이 믿는 바를 생활속에서 실천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모든 종교는 예외없이 사랑과 자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이신 지관스님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종교를 믿나 묻지 말고 당신의 몸과 마음을 다하여 사랑 또는 자비를 실천하고 계십니까?”라고 묻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사랑을 실천하고 자비를 행하는 것이야 말로 종교의 본질입니다.
그런데 진정한 사랑과 자비를 행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여태까지의 삶과는 다른 형태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욕심과 아집을 떨쳐버리고 온전히 이웃을 향하여 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봉사활동에 열성을 바친다 하더라도 나 자신에 대한 집착과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면 차칫 자기만족이나, 위선된 행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의 욕심이나 집착 등은 가장 극복하기 힘든 삶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도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고 극단적으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진정한 종교인은 자신의 종교를 자랑하지 말고 자신의 사랑과 자비의 행함을 자랑해야 합니다.
사실 우리 주위에는 세속적으로 보잘것 없어 보이고, 가난하고 무능력하게 보여도 사랑을 증거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이 종교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이미 훌륭한 신앙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짓된 종교인과 진실한 신앙인은 생활속에서 사랑과 자비를 묵묵히 증거할 때 분명하게 구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