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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랜트 홍수 / 양정강 박사의 보험이야기


며칠 전 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TV 아침 프로그램에 연세치대 이승종 교수가 출연해 ‘왜 자연치아인가?’에 대한 당위성을 알리는 것을 보았다.

 

‘1) 자연치아는 자기 고유의 세포와 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부자극에 대한 대처능력이 우수하다. 2) 치아 원래의 뿌리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강 관리가 용이하다. 3) 자연치아를 살리는 쪽이 성공률이 높다. 4) 비용과 고통이 적게 든다(임플랜트 대비). 5) 인공치아는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 또한 어떠한 인공 보철물이라도 영구적인 것은 없다.’라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이었다.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 메시지가, 과연 일반 대중들에게만 전달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거의 매일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임플랜트와 관련한 이야기를 보고 듣다가 모처럼 공중파 방송에서 자연치아의 중요함을 전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문득 서울 치대 한수부 교수가 언젠가 치의신보에 투고한 ‘이젠, 임플랜트 이야기는 그만’이라는 글과 함께 최근 치과 전문지에 ‘인터넷 마케팅,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제목의 글 중 ‘강남의 어떤 치과는 임플랜트라는 키워드 하나에 매월 수 천 만원을 쓰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라는 내용이 떠올랐다. 물론 자연치아 보존에는 치과보험제도의 개선이야 말로 절대적인 과제라는 생각이 먼저였지만.


언제부턴가 일없이(?) 일간지나 지역 신문에 실린 대문짝만한 ‘치과의원’광고를 모아 놓고, 그 제목들을 보며 이런저런 단상(斷想)을 해보았다. ‘이가 없어도 즐겁다! ○○○○치과가 있으니까’(이가 없어서 즐겁다는 그 사람은 환자일까? 광고주일까?), ‘환자의 상황을 고려한 성공적인 임플랜트 시술’(환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시술하는 동료도 있다는 뜻인지?), ‘반듯한 임플랜트의 5가지 조건’(삐뚤어진 임플랜트란?), ‘○○○○치과를 선택하면 결과가 달라집니다!’(그 결과가 좋은 결과인지, 나쁜 결과인지…. 유아독존형?), ‘현명한 환자들의 선택은 000치과’(또 다른 유아독존형?), ‘8년간의 임플랜트 시술을 통해 수많은 사랑을 심었습니다.’(8년 전 첫 환자에게는 어떤 사랑을 심었을까? 1979년부터 임플랜트를 연구한 명예교수의 광고도 있었는데, 8년이라니...), ‘임플랜트 시술로 편해지세요’(그래도 점잖은 편이다), ‘노인을 위한 임플랜트’(젊은이나 중장년을 위한 임플랜트는?) 등등.


물론 임플랜트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광고 문구가 시시비비의 대상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치아의 중요성은 뒤로 한 채 임플랜트에 관한 광고만 쏟아져 나오니, 게다가 그 많은 광고비는 결국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일지... 그것이 마냥 씁쓸할 따름이다.
덧붙여 최근에 읽은 신문기사도 옮겨 본다. “충치치료를 받으려는 김진희씨가 치과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와인 바가 맞는다. ‘치과가 맞나?’ 하고 어리둥절 하는데 서너 명이 소파에 앉아 와인을 마시고 있다. 와인을 한 잔 마신 김씨는‘뮤직 테라피’라고 써 있는 방으로 들어가 봤다. 푹신한 안마의자에 앉아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헤드셋처럼 생긴 산소발생기를 착용하자 신선한 공기가 코를 시원하게 한다. 잠시 뒤 코디네이터가 방으로 들어와 장미향이 나는 아로마 오일로 10분간 손을 마사지해줬다.” 왠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이 느낌이 과연 필자만의 소견(所見)인지 궁금하다.


우리 주위에는 임플랜트가 좋은 줄 알면서도 치료비가 부담돼 하릴없이 치료를 미루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큐레이터가 그림을 설명해주는 갤러리나 헤어디자이너가 머리를 손질해주는 헤어숍이 있는 치과에는 갈 수조차 없는 이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순(耳順)의 나이에 폐업신고를 한 필자에게는 이와 같은 새로운 세상, 각박한 현실을 피하게 된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