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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강 박사의 보험이야기 / 영혼이 있는 공무원


대통령직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고위공무원이 한 말, “공무원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요즘도 그네들의 소신 없음을 지적하는 표현으로 인용되고 있다. 심평원에서 상근심사위원은 법적으로 공무원이 아니었으나 영혼이 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다. 극과 극은 모두 위험 하다고 알고 있는 터라 균형감각을 유지하려고 했으나, ‘이름’은 남이 불러 주는 것이라 나 자신조차도 알 수가 없다. 다만 ‘영혼이 있는 공무원’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이가 있어 소개를 해본다.


2003년 11월 심평원은 구강병리를 전공한 치과의사가 치과대학 부속병원 구강병리과 또는 치과대학 구강병리학 교실에서 시행한 검사료(해부병리조직검사)는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당시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을 보면 제3조에 수탁기관은 ‘의과대학 기초의학교실 또는 진단검사의학교실(과·부 등)’, 상근해야 하는 인력은 ‘병리과 전문의와 임상병리사’로 명시돼 있어 수탁기관 자격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점과 병리과 전문의가 아니어서 급여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구강악안면 병리학회장 김 진 교수와 치협은 심평원과 복지부에 공문을 통해 급여 중단에 대한 부당성을 알리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심평원에서는 이 사안과 관련해 ‘치과요양기관에서 산정한 검사료(조직병리검사) 등 인정여부’라는 제목의 안건이, 매주 열리는 중앙심사평가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이날 필자는 회의 전에 몇몇 위원을 찾아가 안건의 배경을 설명하고, 구강병리를 전공한 치과의사가 시행한 경우에도 인정, 치과대학소속 구강병리학교실로 의뢰한 경우도 인정, 그리고 동일 법인으로 동일 구내에 있는 종합전문요양기관으로 의뢰하는 경우도 의과와 동일하게 인정해줄 것을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회의에서 발언할 내용도 미리 정리했는데, 메모 첫 부분에는 ‘낮게!! 낮게!!’라고 적어두었다. 이는 상근심사위원 중에도 보험재정을 보호한다면서 가급적 급여 인정을 기피하는 즉, ‘영혼’이 없는 듯 보이는 이들이 있어 소위 낮은 자세로 조심스럽게 설득하자는 뜻이었다.


게다가 회의가 활자화된 문구를 벗어나는 기준의 해석을 기대하기 힘들게 진행될 때에는 최종적으로 ‘복지부 질의’를 결론으로 주장하려고도 했었다. 그런데 회의를 몇 시간 앞두고 알려진 사실은 위의 치과 안건을 삭제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준비한 안건을 아예 빼버린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그때가 처음이자 이후로도 없었다.


바로 며칠 후 보건복지부에서 치협과 심평원에 발송한 공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었다.
“치과전문의 제도 도입의 근본 취지 및 치과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았지만 치과분야에서 구강병리과에 대한 진료과목의 전문성 등을 감안해, 구강병리과가 설치된 요양기관의 치과의사가 판독하고 판독소견서를 작성·비치한 경우에도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인정함. ‘치과대학의 구강병리학교실’을 수탁기관에 포함토록하고 상근해야 하는 인력 중 ‘병리과 전문의’에 ‘구강병리과’ 또는 ‘치과대학의 구강병리학교실이 설치돼 있는 경우’에도 인정토록 함.” 이러한 결정은 알고 보니 당시 보험급여과의 이동욱 과장(담당사무관 김복환)이 처리한 일이라고 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언젠가 만나면 반갑게 인사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책상 위에 ‘복지부 이동욱’이라는 쪽지를 붙여 놓은 것도 이미 오래전 일이다.


언젠가 의과의 급여 항목에는 없는 ‘국소마취’를 치과에서는 급여항목으로 인정하는 것이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한 심사위원이 있어, 이를 복지부에 질의한 일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복지부에서 치과는 ‘국소마취’를 계속 급여한다는 회신을 보내온 것도 질의 후 거의 1년이나 지난 뒤의 일이다. 보험 초기부터 인정하던 국소마취의 인정여부를 새삼스레 따지는 심사위원이나 이를 가늠하는데 일 년씩이나 걸리는 공무원의 영혼에 대해 생각하다가 불현듯이 ‘보건복지가족부’ 홈페이지를 둘러보았다. 그사이 승진한 이동욱 국장의 이름 석 자가 유독 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