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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정 박사의 보험이야기]문제가 있는 사례들


건강보험제도 하에서 진료행위에 대한 심사과정은 전문직인 의료인들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것이나 순기능도 있는 듯하다. 즉 심사를 통해서 다양한 소신진료의 양태가 노출되는데, 이들이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2008년 3월 현재 심평원에 신고된 전체 의사 수는 6만8156명이고, 의원은 2만6217개소이다. 또한 치과의사는 1만8916명이고, 치과의원은 1만3404개소이며 치과병원은 157개다. 1998년에는 치과의원 9742개소에 치과병원이 33개였으니, 10년 전에 비해 병원은 5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전체 의사의 3분의 1, 치과의사는 4분의 3이 의원급에서 진료를 하고 있어 치과는 의과에 비해 단독 개원이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독 개원해 진료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학술 정보의 교환이나 신지식 습득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해서인지, 심평원에서 심사 일을 하는 동안 납득하기 곤란한 주장이나 진료 행태들을 적잖이 볼 수 있었다.


심사업무 속성상 보편타당한 범주의 소위 적정한 진료행태를 접할 기회는 별로 없으며 주로 문제가 있는 사례들을 접하게 된다. 예를 들면 ‘나는 모든 치근활택술은 마취하에 시행한다.’ 와 ‘나는 모든 경우 마취 없이 시행한다.’처럼 동일한 행위에 대해 아주 상반되는 두 주장이 있었으며, 진료 첫날 60세 환우에게 1)파노라마 촬영 2)소구치 발치(2치) 3)치근단 절제(1치) 4)즉발근충(2치) 5)발수(1치) 6)치석제거(2/3악) 7)치은박리소파술(2/3악) 8)아말감 연마(4치) 9)투약 등을 시행한 믿기 어려운 진료기록이 있는가 하면, 이와 반대로 구강 내에 1면만 충전해야 하는 치아가 여러 개 있더라도 하루에 한 치아씩만 여러 차례 나누어 시행한 경우도 있었다.


어느 날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례들을 메모한 것이 있어 옮겨 본다.
‘동일한 치아에 충전을 1~2개월 간격으로 수차 시행’, ‘매월 동일 부위 치주소파술 시행’, ‘○○○치과: 외래환자에게 알부민 처방’, ‘개원 3년차(45세) 근관치료로 연일 내원(월20회) ; 본인 부담은 없이 보험청구만 함.’, ‘민원: 지치발치 하악 10만원, 상악 5만원 아니면 대학병원으로!’, ‘치석제거시 대부분의 경우 항생제 투여(치주염 수반으로)’, ‘ENAP & Perio. flap.은 동의어다.’, ‘기록은 Curettage 청구는 Root planing’, ‘서울지원 건당진료비: 29,988원, 000치과 건당 13만원’, ‘치주질환이 있는 치아는 의도적인 발수, 근관치료를 해야 불편한 증상 없이 치아의 기능을 연장할 수 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치주 이환 치아에 발수를 특히 지대치(보철)에 시행한다.’, 치과의사 졸업 3년차 7세 환아: 상악우측 유중절치에 심한 swelling, pain & redness, x-ray결과 cyst 소견. 침윤마취하 치근낭 적출술 시행함. 다음날 pain 호소로 발치’, ‘Amalgam Filling은 독이다" 등이 그것이다.


지난해 9월 ‘보험이야기’를 시작하며, 심평원에서 보고 들은 것 중 위와 같은 사례들을 소개하고 문제점을 피력하면 혹여 신뢰받는 치과계가 되는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정작 말보다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글로써 동료들의 부적절한 진료 행태나 주장을 들어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님과 동시에 매우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글쓰기에 특별한 관심이나 재능이 있는 사람도 아니면서 매주 원고를 쓰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런 연유로 편집자에게 ‘보험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이 의미 있는가를 재차 확인해보기도 했다.
필자의 글쓰기에 대해 가깝게 지내는 명예교수에게 조언을 구한 바, 보험에 국한된 글은 이제 그만하고 앞으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그때그때 글쓰기를 하란다. 그러나 편집자의 권고도 있고 해서 읽는 이들의 반응도 모르는 채 오늘도 보험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아무래도 노욕(老慾)이 아닐까 싶은 우려가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