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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강 박사의 보험이야기]치과 건강보험

며칠전 있었던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모임’ 제3회 정기총회와 바로 그 전날 건강세상네트워크와 건강세상을 위한 치과의사회가 주최한 ‘치과건강보험 확대를 위한 국민 토론회’에 참석하고 보니, 자연치아 보존을 위한 건강보험 급여정책의 방향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떠올리게 됐다.


토론회의 주제 발표는 치과의사가 했으나 그 이외 발표자와 토론자는 모두 소위 시민단체에 소속된 이들이었다. 민노총, 한국노총, 건강연대, 참 학부모회 등 노동계·시민단체들이 ‘치과건강보험 확대, 국민이 나서서 해결하자!’라는 구호를 앞세웠는데, 이는 일찍이 전례가 없던 일이지 싶다.
그동안 국민들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해 몹시도 인색하던 단체들이 세대 당 월 2500원의 추가부담으로 1조여 원의 재원을 마련해, 이를 치과보험 확대에 사용하자하니 말이다. 최근 정부쪽에서도 추가 부담을 전제로 한 치과의 보장성 확대를 주장하는 분위기라면 전에 없던 변화라며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반응을 나타낸 바 있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의 인사말 중, “구강보건은 전신건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구성요소이며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차원에서도 구강보건 역할이 중요합니다. 구강건강이 어떠하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구강건강의 향상을 위해 정부의 보건정책은 정말 미미합니다. 최근 몇 년 건강보험 전체의 보장수준이 높아졌음에도 오히려 치과분야는 축소돼 왔습니다.”라는 대목은 치과의사로서 당연히 반가운 이야기다.


오래 전부터 급여확대 대상으로 틀니, 치석제거 전면급여, 치아 홈 메우기와 불소도포 등은 거론해 왔으나, ‘아동·청소년 주치의제도’를 확대 대상으로 내세운 것은 다소 생소하나 당연한 주장이고 반가운 제안이라 생각한다. 헌데 이처럼 시민단체가 전에 없이 국민의 이름으로 치과건강보험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건치와 시민단체가 구강건강에 대한 소견들을 나누며 자연스레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는 생각과 함께, 어쩌면 ‘치과는 비싸다.’ ‘보험이 되는 치과치료가 별로 없다.’는 것이 숨은 동기는 아닌가 싶기도 하다.


7월 21일자 건치신문에 “월 2500원이면 ‘필수 치과진료가 공짜’”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치과는 비싸다.’ 그러므로 건강보험에 틀니, 치석제거 전면 급여화, 아동·청소년 주치의제도 등의 일괄적인 보험급여 확대를 통해서 공짜(?)로 아니 적은 비용으로 필수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과연 타당하기만 한 것일까?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오래전부터 건강보험에는 충전과 치수치료를 포함한 자연치아 보존과 연계된 시술들이 많이 있다. 건강보험제도 시행 이후 30년간 이들 시술이 제대로 수행됐다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29%가 상하악 무치악, 15%는 위 또는 아래 무치악(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이라는 불행한 결과는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


잠시 며칠 전 치협 홈피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일부를 옮겨본다. “하루 종일 죽어라 엔도, 아말감, 발치 등등의 보험진료만 한다고 치면 맥시멈으로 잡아도 한 달 매출이 천만 원이 안 됩니다. 이 정도 매출로 누가 몇 억씩 들여서 개원하겠습니까. 당연히 비보험 진료에 더 치중하고 보험에는 관심이 없어지게 되죠.” 다시 말해 적정한 수가의 보상 없이 즉, 치과진료의 공급자인 치과의사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는 어떠한 급여 확대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치과건강보험제도나 치과진료행태의 올바른 변화를 원한다면, 정책이나 제도를 논의하고 결정할 때 그 잣대는 ‘자연치아의 보존’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치과의사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보상은 보장돼야 마땅할 것이다. 자연치아를 보존하기 위한 예방 및 조기치료에 대한 적절한 수가보상 없이는, 엄청난 비용과 고통을 요구하는 틀니와 임플랜트의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만 갈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