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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강 박사의 보험이야기]‘보험이야기’를 마치며

심평원에서 겪은 일들을 동료들에게 전하겠다는 다소 막연한 생각으로 ‘보험이야기’를 시작한지 어느덧 일년 가까이 됐다. 어쩌면 지난 6년간 심평원에서 다양한 진료행태와 청구양태를 볼 수 있는 남다는 경험을 했기에, 그 일들을 소개함으로써 ‘건강 보험’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더 생겼으면 하는 기대감도 있었지 싶다.


심평원에서의 주된 업무는 정해놓은 잣대 즉, 급여 인정기준에 부합되는지 여부의 의학적으로 인정된 범위 내에서 진료가 시행됐는가를 가름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성실하고 보편타당한 진료행태보다 문제가 있는 사례들을 주로 접하다 보니 실망스러운 경우가 적잖았다.


그 중 가장 실망스러운 사례를 들어보자면 허위청구, 그것도 의도적으로 진료기록부까지 거짓으로 기록한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진료내용에 문제만 없다면 이는 단순한 사기(詐欺)에 해당될 것이다. 이런 허위청구보다는 오히려 의학적으로 허용되는 보편타당한 범주를 벗어난 경우 즉, 근거에 기초하는 의학이 강조되는 현실에서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진료행태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발치 대상으로 볼 수 없는 치아를 발거하거나 발수 상황이 아닌데도 발수를 한 경우, 게다가 환자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면 이는 수습하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흔히 하는 표현 중에 ‘병 주고 약 준다’는 것이 있는데, 진료의가 해당되지 않는 발수나 발치를 하고 크라운이나 임플랜트를 하는 사례는 분명 심각한 상황이며 허위청구보다 더 큰 잘못이라고 본다. 때때로 이러한 사례들을 심사하면서 의학적으로 부당하다는 사유 대신 다른 명분으로 삭감 처리하는 편법을 쓰면서까지 동료를 보호해야하나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필자는 ‘치과임상’ 2006년 9월호 ‘Leader"s Opinion란에 “심평원에서 일하는 동안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진료행태들을 볼 수 있었는데, 하루 속히 수습하지 못하면 최근에 불거진 ‘감염문제’보다 훨씬 더한 곤경을 겪을 것이다”라고 기술한 적이 있었는데, 편집자가 그 글의 제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자연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진료만으로도 의원 경영이 가능해야 한다! 용납할 수 없는 진료행태, 하루속히 수습돼야…” 어쩌면 이 제목이야말로 필자가 지난 일년간 하고 싶어던 ‘보험이야기’의 핵심적인 메시지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현 치협 집행부는 여러 현안 중에서도 보험위원회를 중심으로, 치과 건강보험에 큰 관심을 갖고 여러 대책들을 강구하고 있어 앞으로 많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아무쪼록 협회를 중심으로 회원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바람직한 치과 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자연치아를 보존하는 진료만으로도 의원 경영이 가능한 시절이 하루속히 도래하기를 기원하는 바람이다.


지난 일년여를 돌아보니 짧은 필력으로 심중소회(心中所懷)를 전달하느라 밤잠을 설친날도 있고, 꼬박 6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던 날도 있었다. 그 수월치 않은 시간들에도 불구하고 마감을 지켜 원고를 넘기고 난 후엔 제법 상쾌한 기분이 든다. 훗날 어느 지면에선가 필자의 글을 보게 된다면 아마도 그 기분을 잊지 못해서이지 싶다.


끝으로 지금까지 40회에 걸쳐 연재된 ‘보험이야기’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이제껏 치과의사로 살아온 필자의 생에 남은 바람이 있다면 그것은 동료나 후배 치과의사들이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직업인으로 남는 일이다. 우리 치과의사들이 진료를 천직으로 여기고 돈보다 보람을 추구한다면 그 바람도 쉬이 이뤄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