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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단풍을 아름답다 하는가!

종교칼럼

올 단풍은 유난히 곱고 선명했다고들 말한다. 팔당댐 주위 드라이브길에 지인들과 함께한 차안은 우와~여기좀 봐, 우와~ 저기좀 봐, 하는 탄성들로 요란했다. 첫단풍을 보겠다고 설악산에 올라서 찍은 사진들은 예술작품이었다. 바닥에 뒹구는 단풍잎마저 예뻐서 줍기도 한다. 단풍이 꽃보다 곱다는 표현이 정말 딱 맞다. 

단풍이 아름답다고 할때, 이는 가을의 상징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드러내준다. 우리는 자연의 가을을 곧잘 예찬한다. 실상, 단풍은 해가 짧아지고 기온이 낮아지면서 영양과 수분이 부족하여 생기는 노병사의 한 현상이다. 나뭇잎의 입장에서 보면 늙음이며 아픔이며 죽음으로 가는 처절한 모습일 수 있는 그것을 우리는 아름답다며 감탄하고 기뻐한다. 자연의 노병사를 축복하는 것이렸다. 

우리는 사람이나 사람이 만든 것 이외의 것들을 자연이라고 부른다. 정작 자신이, 사람이 자연물임을 전혀 눈치도 못채고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자연이 아니고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식물은, 동물은 자연이고 사람은 인위적인 것인가. 아니다. 나의 탄생도 성장도 늙음도 소멸도 다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자연의 섭리다. 자연물이 만들어내는 것 역시 자연이라고 명하듯이 사람이 만든 것 또한 자연이다. 그들도 정확히 성주괴공하고 춘하추동하고 생로병사하고 생주이멸하는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 어디 자연 아님이 있던가.  

우리는 어떤 가을, 늙음, 소멸의 과정은 아름답다고 경탄하다가도 자신의, 사람이라는 자연의 가을, 늙음, 소멸을 대할때는 태도가 돌변한다. 늙는 것도, 주름지는 것도, 여기저기 아프고 기능이 약해지는 것도 극도로 기피하고 부정하고 싫어하고 슬퍼한다. 가을을 찬미하듯 늙거나 죽는것을 기뻐하고 아름답게 여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아름답게 바라보고 경탄하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내몸도 자연물이라서 이렇게 흰머리가 돋아나네, 수분이 줄어들어 주름진 피부가 곧 단풍이고 낙엽이네, 때가되니 이렇게 저렇게 변하는 내몸이 참으로 신기하고 아름답네... 이렇게 자기존재를 깊게 자연의 하나로 받아들이면 삶이 아주 경쾌하고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꽃이 필때나 질때나 새싹이 날때나 단풍들고 낙엽질때나 다 아름답게 똑같은 태도로 바라볼수 있게 된다.

비바람과 더위와 추위를 묵묵히 겪어내며 존재하는 자연처럼, 삶을 자연으로, 그냥 계절의 변화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더욱 아름답다. 어떤 거슬리는 말에도, 거슬리는 상황에도, 거슬리는 인연에도 묶이거나 오래 머물지 않고, 세월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흔연스럽게 흘러가게 두면서 살면 참 좋겠지. ‘비도 바람도 땀도 만나지 않은것 같은’ 좋은 옷감처럼, 내 인생에 불어닥치는 비바람을 마음에 상처로 남겨두지 말고, 언제 그런 것들을 만났더냐 하는 마음으로 자연을 닮아가며 살면 얼마나 자유롭겠어.
겨울의 어디쯤에 서있는 이 시간, 하나의 자연으로서 자신을 속깊이 명상해봄직 하지 않은가.

장오성 교무/원불교 송도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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