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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가 믿고 찾아와…‘적당한 은퇴’란 없어요

‘아흔 살’ 국내 최고령 현직 치과의사 유양석 박사…규칙·절제된 생활로 건강관리 67년째 진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치과 진료를 계속하고 싶어요. 건강한데 어디 양로원에 들어갈 순 없지 않겠어요(웃음).”

치과의사로만 67년을 살았다. 이 긴 세월을 오롯이 치과의사로 살아온 그를 치과계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유양석 박사를 최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유양석 치과’에서 만났다. 1927년생인 유 박사는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아흔 살이다. 단연 현직에 있는 치과의사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다.

그는 1949년 서울치대(3회)를 졸업하고 면허번호 38번을 받아 치과의사가 됐다. 그리고 한국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입대해 1968년까지 약 17년간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그 시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냈다.

대령으로 예편한 그는 지금 강북 삼성병원의 자리에 있던 고려병원에서 약 10여 년 근무한 뒤, 지금 이곳에 치과를 개원했다. 이 자리에서만 35년째 진료를 하고 있다. 그는 왜 여태껏 은퇴하지 않고 치과 진료를 하는 걸까. 이 물음에 대한 그의 대답은 명료했다.

“아직 내가 진료를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것이지요. 내 직업이 치과의사이니까. 다른 일은 할 수 없잖아요(웃음). 뭐 적당히 다들 은퇴하는 데, 그건 생각지 않고 있어요. 아기 발치 하나를 해주더라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하고 싶어요.”

그가 핸드피스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까닭은 자신을 믿고 찾아와주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예약을 통해서만 환자를 받는데, 하루 평균 4~5명가량 내원한다. 3대째 그의 치과에 와서 치료받는 가족도 있다.

아흔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처럼 왕성하게 진료를 할 수 있는 건 ‘건강하기’ 때문이다. 아직 손 떨림도 없고 시력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 진료 보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카톡’ ‘밴드’ 등을 통해 후배 치과의사들과 소통할 만큼 젊은 ‘감각’도 유지하고 있다. 운전도 아직 직접 한다. 그를 보며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 난 이유다.

그래서 유 박사만의 건강관리 비법을 들어봤다. 그는 “아무래도 규칙적인 생활과 절제된 생활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요. 젊을 때는 골프를 한 40년 쳤고, 4년 전부터는 후배 치과의사들과 함께 매주 토요일마다 기체조를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유 박사에게 후배 치과의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당부의 말을 청했다. ‘꼰대의 잔소리’ 쯤으로 들릴 것을 걱정하며 그는 여러 차례 손을 내저었다.

거듭된 요청에 겨우 입을 뗀 유 박사는 “요즘 (치과 치료가) ‘인술’이 아닌 ‘상술’이 돼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건강이든 돈이든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겠지요. 치과 진료를 할 때 돈 보다는 환자를 위한 진료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환자에게 부담 주지 않고, 특히 예방진료에 힘쓰는 게 치과의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지난 삶을 치장하거나 뽐내지 않고 담백하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그는 시쳇말로 ‘꼰대’가 아닌, 이시대의 ‘진짜 어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