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해져버린, 꿈
본과 1학년, 아무리 해부학이 무시무시하다고는 하지만, 없는 시간을 내서라도 놀러 다니곤 했다. 실습으로 꽉 차 있는 본과 2학년 때는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하에 음주를 즐기곤 했다. 폴리클과 원내생으로 슬슬 임상에 가까워졌지만, 학생이라는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던 건지 나한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병원 제도와 방식들이 불만족스러워 최대한 학교 밖에 있었다. 그렇게 몸은 학교에 마음은 저 먼 구름 위 어딘 가에 두며 본과 생활을 지내다 보니, 어느새 수련을 받을지 혹은 본교에 남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본과 4학년이 됐다. 인생은 진지함에 약간의 유머를 더하는 것일 뿐. 농담이 반이나 섞인 농담 반 진담 반을 극도로 싫어하는 내가, 앞으로의 진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때마다 머리가 무거운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도 머리가 아픈 김에 왜 이곳에 지원하게 됐는지, 초심은 어땠는지 두 눈을 감고 한 번 돌아봤다. “구강악안면외과를 전공해서 턱관절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싶습니다.” 사실 치과에는 어떤 과들이 있고, 각 과가 어떤 환자들을 보는지 몰랐다. 1년 동안 채 썰어진 사과만 먹을 수 있었던 고등학생의 나를 구원해 준 치과 원장님이 구강
- 유시원 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 2023-08-03 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