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乙巳年)이 저물고 있다. 올해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운 기념비적인 해였으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축배를 들기엔 너무도 엄혹했다. 밖으로는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전례 없는 의·정 갈등의 블랙홀이 모든 보건 의료 이슈를 집어삼켰고, 안으로는 당선 무효 1심 판결과 직무정지 가처분 인용이라는 초유의 사법 리스크가 리더십의 공백을 불렀다. 안팎으로 몰아친 거친 파도 속에서 치과계의 목소리는 묻혔고, 상처는 깊었다. 연말이면 으레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지만, 올해만큼 이 네 글자가 뼈아프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복합 위기’ 속에서 개원가의 경영 수지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인건비와 재료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반면, 건강보험 수가는 물가 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실질 수가 마이너스’ 시대가 고착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비급여 진료비 보고 의무화 등 정부의 ‘통제 만능주의’ 정책은 전문직의 자율성을 옥죄었고,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DB 마케팅 업체와 연계된 불법 덤핑 치과들의 ‘저가 미끼 영업’은 의료를 쇼핑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며 개원 질서를 뿌리째
쟝 블랑제리는 이수역에 지점을 둔 유명한 빵집이다. 그냥 유명한 빵집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한 빵집이다. 유명 백화점에도 입점해있다. 팥 빵 하나만 먹어봐도 그 빵집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일단, 빵이 무척 묵직하다. 뭘 넣었는지, 손바닥에 전해지는 중량감에 사장님께서 재료를 아끼지 않았음을 대번에 알게 된다. 적당히 달달한 팥이 빵 속 가득히 들어앉아 내 앞니의 커팅에 속절없이 잘린다. 찰진 빵의 식감은 대구치의 주름에서 뇌의 주름으로 직행하는 듯하다. 사실, 쟝 블랑제리의 사장님은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이 아실만한 유명한 치과의사의 동생분이시다. 내가 쟝 블랑제리를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재료학 강의 시간 중이었다. 당시 강의에 들어오셨던 치과의사분께서 쟝 블랑제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그 치과의사분께서 유명해지셨다. 쟝 블랑제리는 낙성대에 있는 빵집이었다. 빵이 맛있기로 입소문이 자자하였고 특히 서울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 낙성대에 있는 빵집의 봉투가 혜화의 서울대병원에서도 종종 발견되었다고 한다. 치과의사인 형의 존재가 쟝 블랑제리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쟝 블랑제리의 빵들은 화려하지 않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은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OECD 28개국 중 6위로 경쟁력이 있으나, 전체 고용의 70%를 담당하는 서비스업은 26위로 매우 낮다. 이 낮은 생산성은 국내 저성장률의 주요 요인이다. 치과 개원가 역시 과도한 경쟁, 낮은 건강보험 원가 보전율(66%), 비급여 수가 급락, 고정비 지출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4년 개원환경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0.4%가 전년 대비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러한 침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안면 미용 시술, 기능치의학 등 새로운 진료 영역 개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돌파구는 생산성 향상이며, 이를 위해 진료와 경영에 A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개원의 사례는 새로운 해답이 될 수 있다. AI 바람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성공적인 AI 덴티스트리 구현의 핵심은 단순히 장비 구매 목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직원 구성원 전체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현재 개원가에서 당장 적용하여 생산성 향상을 체감할 수 있는 AI 영역은 크게 세 가지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AI 3대 핵심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예방치과를 개소한 지 세 달이 흘렀습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진료 시스템을 하나씩 정비해 가다 보니, 어느덧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진료실 개설과 대학의 학사 일정이 동시에 시작되면서 요즘의 하루하루는 숨 돌릴 틈 없이 지나갑니다. 밤이나 주말에라도 미뤄둔 일들을 해보려 하지만, 이제 백 일을 갓 넘긴 둘째 아이와 가족을 돌보다 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습니다. 네 살 구간을 돌파하고 있는 첫째 아이 체력을 채 감당하지 못하고 그로기에 빠지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간 일정 중 드물게 생기는 짧은 빈틈에는 신임교원 의무교육을 듣고, 다시 강의 준비에 매달려야 합니다. 그럼에도 매주 완벽히 준비되지 못한 강의 자료를 들고 강의실에 들어갈 때면,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다음 주엔 꼭 더 일찍 준비해야겠다며 다짐하지만, 여지없이 강의 전날 새벽이 되어서야 준비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보내주는 관심 어린 질문과 반짝이는 눈빛에 어떻게든 보답하고자 바둥대고 있습니다. 수련을 받고 전임의사로 지내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의 역할은 확실히 다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다가오는 변화는 ‘진료과 과장’이라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치과에서 원장이라는 자리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리더가 됩니다. 하지만 리더가 되는 데는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정식으로 리더 교육을 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마치 부모가 되는 일처럼, 처음부터 준비된 사람은 드뭅니다. 대부분의 리더는 ‘어쩌다 리더’, ‘어쩌다 원장’으로 시작합니다. 환자 진료에 집중해온 시간 속에서 조직 관리와 팀 운영이라는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리는 것이지요. 문제는 진료는 익숙한데, 사람을 이끄는 일은 익숙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좋은 리더 밑에서 일해보는 것도 배움이 되지만, 운이 따라줘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책을 통해 수많은 리더의 실패와 성찰, 성공과 전환점을 배우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책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사고와 태도, 리더십의 맥락 전체를 압축해 담고 있습니다. 반복해서 읽고 곱씹다 보면, 나만의 리더십 철학이 서서히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치의신보가 1966년 12월 15일 ‘칫과월보’라는 이름으로 첫걸음을 내디딘 지 59년이 되었다. 59년이라는 긴 세월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대한민국 치과계의 발전상을 곁에서 지키고 기록해온 ‘신뢰의 역사’ 그 자체다. 치과계 유일의 정론지로서 쌓아온 이 신뢰를 바탕으로, 치의신보는 이제 눈앞에 다가온 AI 시대의 대변혁을 선도할 미래 비전과, 치과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산적한 숙제들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치의신보가 그리는 미래는 ‘첨단 미디어’로서의 확고한 자리매김이다. 급변하는 시대 변화를 직시하며, 우리는 더 이상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을 것이며 3대 지향점과 지속 발전을 위해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을 인식하고 있다. 첫째, 치의신보는 AI 진단, 디지털 치료 등 첨단 기술과 정부 정책 변화를 가장 빠르게 분석하고 예측하여, 치과계 가족들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지식 게이트웨이’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둘째, 치과산업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내외 동향, 신기술 정보를 깊이 있게 제공하고, 임상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셋째, 지면신문뿐만 아니라 ‘치의신보 TV’와 e-
넷플릭스에서 서울자가에 대기업에 다니는 김부장의 스토리를 그린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방영하고 있다. 평생 대기업 문턱이라고는 밟아본적도 없고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인턴한게 전부인 나도 괜시리 공감하며 눈물 찔끔 하게 될 정도로 스토리가 흡입력 있다. 요즘 같은 아파트 신고가 시대에 서울 자가 보유라 하니 자랑인건가 싶었는데 야심차게 노리던 임원 승진에 실패하고 인사팀에 의해 지방 한직으로 좌천되는 과정이 꽤나 눈물겹다. 에이 요즘 저런 경우가 어딨어~ 하는 반응도 있었는데 얼마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사팀에서 저성과자 및 사내 정신과 상담을 다녀온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며 불이익을 주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걸 보니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냉혹한 드라마인 것 같다. 지방으로 발령나고 본사 복귀에도 실패한 김부장은 점입가경으로 10억원의 상가 계약 사기를 당하게 되는데 몇 년 전 부모님이 실제 몇 억원의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는 나는 식은땀이 흘러 차마 웃으면서 볼 수 없었다. 예금과 적금만이 가장 좋은 것이라 믿으시던 부모님은 주변인의 투자 권유에 큰 돈을 덥석 투자했다 막대한 손실(내 개원자금)을 입으셨는데 실제로 직장에서 퇴직한 4-50대가 상가나 부동산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최근 화제와 함께 마무리된 “은중과 상연”이라는 드라마를 보셨는지요. 드라마에서 안락사가 다루어지는 방식을 보면서, 치과의사로서 그에 대해 무언가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딱히 입이 떨어지진 않더라고요. 그냥 좋더라는 아닌 것 같은데, 한번 살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익명> 본 칼럼에서 존엄사 및 안락사와 관련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