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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나누는 것입니다

Relay Essay 제2266번째

누군가가 덕담을 해주었습니다. 당신은 좋은 일 많이 하니 천국행 티켓을 예약해서 좋겠다고. 나쁜 의도가 아니라 선한의지로 칭찬해주신 좋은 말이었는데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반감 같은 게  치솟았습니다. 제가 진료 가는 게 천당 가기 위해 하는 일 아닙니다. 그냥 거기에 힘든 사람이 있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러 가는 것이지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닙니다. 더군다나 진료를 미끼로 선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랍니다.

사실 단독 개원의가 병원을 며칠씩 비우기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추석 긴 연휴를 쉰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문을 닫게 되면 그 달 직원들 급여 주기도 빠듯하고 환자들도 떨어져 나가 향후 수입에도 큰 지장이 생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진료 도구를 챙겨 비행기를 타는 이유는 나보다 훨씬 절박한 사람들이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치통이라는 게 겪어본 분은 아시겠지만 참기가 참 힘든 고통입니다.

평생에 치과의사 한번 대하기 힘든 사람들은 그 아픈 마취주사를 신음 소리 한번 안 내고 참아 냅니다. 그리고 그 아픔에 눈물만 주루룩 흘러 내 보냅니다. 그 눈물을 보며 진료 팀도 다 같이 안쓰러워 함께 뭉클합니다. 이윽고 아픈 이가 빠져 나가면 또 고마워 큰 눈에서 눈물 한 방울 쏟아내며 입에선 미소 지으며 말없이 자리에서 내려옵니다. 그 눈물과 그 미소에 피로가 사라지고 우리는 힘을 얻어 다음 환자 진료를 하게 됩니다.

해외 봉사를 가시려면 몇 개월 전에 그 지역 보건 당국의 허가를 맡아야 하고 시장님의 허가서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반입하는 장비 등도 리스트를 작성하여 보내주어야 하고 또 정확하게 반출도 해야 합니다. 진료지에서는 보건 당국에서 직원이 나와 위생 상태도 점검하고 유효기간이 지난 약품이 있는지도 체크하니 유의하셔야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 예방 접종도  필요할 수 있으니 사전에 복지부에 문의 하는 게 좋겠습니다.

진료지가 주로 더운 열대 지역이다 보니 체력 소모가 참 많습니다. 따라서 잘 드셔야 하고 잘 주무셔야 합니다. 현지 식사가 맞지 않을 것에 대비하여 밑반찬이나 라면, 고추장 등을 잘 챙기는 게 좋습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숙소를 한방에 두 명씩 배정하는데 성인 남자들이 코를 골기에 숙면을 취하기 어렵습니다. 잠을 뒤척이면 피로가 쌓여 다음날 진료에 차질이 생기기 본인이 숙박비를 좀 더 내서라도 꼭 한 방에 한 분이 주무셨으면 좋겠습니다.

진료지에서 본의 아니게 의사들이 주목을 받게 되지만 옆에서 서포트 해주시는 봉사자가 아니 계시면 원활한 진료는 불가능 합니다. 말없이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주신 봉사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혹시 지금 심한 어려움에 처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이라면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 봉사를 해보시면 어떨까요. 어쩌면 내 고민이라는 게 어쩌면, 어쩌면 별거 아닐 수도 있습니다.

봉사는 베푸는 게 아니라 나누는 것입니다.

함께 나눌 수 있는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가진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신으로부터 큰 은총을 받은 사람입니다.